알리바바·바이두 등 중국 인터넷 기업의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MSCI)지수 편입을 앞두고 외국계 증권사 창구를 통해 네이버 주식 매도 주문이 빗발치고 있다. 쉼 없는 외국인 매도공세에 이틀새 주가가 10% 가까이 추락했다.
10일 유가증권시장에서 네이버 주가는 전날보다 4.85% 급락한 64만8000원을 기록했다. 이틀 연속 가파른 하락세를 이어간 결과 2거래일간 9.4% 떨어졌고, 장 중 64만원선까지 내주며 52주 신저가를 갈아치웠다. JP모간과 UBS 등 외국계 증권사를 중심으로 매도 물량이 쏟아지면서 주가 급락을 부추긴 것으로 나타났다. 이틀동안 외국인 순매도액만 300억원에 달해 385억원어치를 팔아치운 현대글로비스 다음으로 매도세가 강했다.
지난달 16일 세계적인 지수업체 MSCI가 해외 상장 주식의 지수 편입조건을 변경한 것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바뀐 규정에 따르면 알리바바·바이두 등 미국에 상장된 중국주 17곳이 MSCI 신흥지수에 오는 11월 포함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MSCI지수를 따라가는 글로벌 펀드들이 포트폴리오에 중국 인터넷·모바일 기업을 새로 담기 위해 같은 업종에 속한 네이버 주식을 팔고 있다는 것. 대부분 펀드가 위험을 분산시키기 위해 포트폴리오에서 업종별 비중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만큼 세계 인터넷 기업 중 시가총액 2위까지 올라선 알리바바를 담으려면 동종 업체 보유 지분을 줄일 수밖에 없다.
실제로 외국인은 지난달 16일부터 이날까지 단 이틀을 제외하고는 매일 주식을 팔았고, 이 기간 외국인 지분율도 52.96%에서 51.83%로 1%포인트 넘게 떨어졌다. 앞서 지난해 9월 19일 알리바바의 미국증시 상장을 전후로도 인터넷 업종에서 대대적인 포트폴리오 조정이 이뤄지면서 네이버 주가에 부담으로 작용한 바 있다.
금융투자업계는 올해 중국 기업이 MSCI 지수에 포함되고 한국 주식 비중이 줄어들면 국내 증시에서 최소 1조1000억원에서 최대 1조7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이러한 외부 변수뿐만 아니라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 이후 불거진 메신저'라인' 수익성에 대한 염려가 자금 이탈에 한 몫 했다는 지적도 있다. 네이버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1961억원으로 시장 전망치를 약 10% 밑돌았다. 올해도 라인이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가입자 확대에 주력하겠다고 밝힌 것이 단기 이익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꺾었다는 분석이다.
[김윤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