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뒷문 상장` 무시받던 스팩, 존재감 장난 아니네
입력 2015-02-10 16:08 

'뒷문 상장'이라며 외면받던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이 지난해 제도 도입 이래 가장 큰 활기를 띄면서 미국·캐나다를 앞질렀다.
국내에 스팩이 처음 도입된 것은 2009년 12월로 미국·캐나다 등 선진국 시장보다 훨씬 늦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두 나라보다 더 많은 스팩이 코스닥시장에 상장되며 스팩 대표 시장으로 떠올랐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코스닥에 신규 상장된 스팩은 총 26개로 제도가 도입된 이후 가장 많았다. 코스닥에 신규 상장된 전체 기업(66개)의 약 40%를 차지할 정도로 존재감이 커졌다. 반면 지난해 캐나다에서 상장된 스팩은 21건, 미국은 12건에 그치며 우리나라에 못 미쳤다.
우리나라 스팩 시장은 모바일 게임 '애니팡'을 흥행시킨 선데이토즈가 스팩과의 합병을 통해 상장한 뒤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전기를 맞았다. 증권사와 거래소, 투자자들 모두 스팩에 대해 재평가하면서 상품이 쏟아졌다. 박웅갑 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 상장심사부장은 "미국과 캐나다 스팩 시장은 성숙기에 접어든 반면 우리나라는 이제부터 본격적인 성장기에 진입했다”고 말했다.

스팩의 수익성에 눈을 뜬 증권사들은 다양한 스팩을 줄지어 쏟아내고 있다. 선데이토즈의 흥행 기록을 보유한 하나대투증권이 3호 스팩까지 만들었고, NH투자증권(옛 우리투자증권)은 4호, KB투자증권은 6호까지 상장시키며 스팩 전문 증권사로 전략을 바꿨다.
올해도 최소 10개 이상의 신규 스팩이 상장될 전망이어서 '스팩 르네상스'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회상장이라며 스팩을 꺼리던 기업들도 이제는 스팩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모습이다. 급속한 성장을 통해 이익은 나지만 내부통제 등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직상장이 어려운 회사들이 신속하게 상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웅갑 부장은 "스팩의 경우 합병 주주총회을 거치기 때문에 직상장 기업보다 심사가 다소 유연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엔터테인먼트 등 수익성은 좋지만 내부통제 시스템이 아직 미흡한 곳들의 경우 스팩을 활용하면 유리하다. 큐브엔터테인먼트도 오는 4월 우리스팩2호와의 합병상장을 앞두고 있다.
일반투자자들은 PEF의 영역이었던 인수·합병(M&A)에 적은 돈으로 참여할 수 있는 상품이다. 특히 스팩이 합병에 실패해도 원금에 정기예금 금리 수준의 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어 위험이 크지 않다. 증권사들은 스팩 상장으로 조달한 공모 자금을 합병 이전까지 한국증권금융이나 신탁업자에 예치하기 때문에 평균 2.3%의 이자를 챙길 수 있다.
현재 상장된 스팩 중 21개 스팩은 아직 합병이 진행되지 않은만큼 향후 어떤 기업과 합병이 이뤄질 지 관심이다.
증권사 입장에서는 스팩을 상장시키면 상장 수수료를 챙기는 것은 물론 피합병법인과의 합병이 성사되면 그에 대한 보수도 따라온다. 또한 스팩의 발기인으로 참여하면서 공모가의 절반인 1000원에 주식을 살 수 있어 합병상장 이후 주가가 오르면 적어도 2배 이상의 차익을 보장받을 수 있는 구조다.
다만 스팩 열기가 뜨거워지면서 합병 전 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스팩은 피합병법인과의 합병을 통해 상장하기 때문에 어느 회사와 합병할 지에 대한 정보가 사전에 유출되면 해당 스팩의 주가가 급등해 합병이 무산될 수 있다. 최근에는 증권선물위원회가 처음으로 A스팩 대표가 합병 공시 전에 배우자 명의 계좌로 주식을 사들여 부당 이득을 챙긴 혐의로 검찰 고발을 결정하기도 했다.
금융위원회는 회계 투명성 확보를 위해 올 2분기부터는 스팩과 합병하는 기업도 지정감사를 받도록 했다.
[강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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