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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야신’에 맞서는 자세…‘지옥’ 아닌 ‘자율’
입력 2015-02-10 15:24 
김성근 한화 이글스 감독이 일본 고치 스프링캠프에서 흙투성이가 된 김태균에게 지옥펑고를 하고 있다. 사진(日 고치)=김영구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우린 우리 방식대로 한다.”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 현장에서는 하루에도 몇 번씩 올라오는 언론 보도 내용에 민감했다. 일본에서 캠프를 차린 한화 이글스의 이른바 지옥훈련, 야신에 대한 경계심이었다.
김성근 한화 감독의 카리스마 넘치는 훈련 방식은 이미 혹독하기로 정평이 나 있다. 펑고 하나만으로도 선수들의 흙투성이 유니폼이 화제가 될 정도로 김 감독의 훈련 앞에는 늘 ‘지옥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훈련시간도 빡빡하다. 휴식일이 거의 없을 정도로 선수들이 하루 쉬는 것조차 이례적인 뉴스가 된다. 또 점심시간도 단 15분밖에 주어지지 않을 정도로 강훈련의 연속이다. 다시 돌아온 ‘야신을 실감케 하는 일본의 소식들은 태평양을 건너 미국 애리조나 캠프까지 실시간으로 들린다.
하지만 애리조나에 캠프를 차린 5개 구단은 ‘지옥훈련을 다른 세상 이야기처럼 넘긴다. 각 구단 대부분의 코치진들은 지옥훈련은 김성근 감독님만의 고유 방식”이라며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눈치다.
대신 ‘자율훈련을 유난히 강조한다. 애리조나 캠프에 있는 구단들은 일단 점심시간도 충분하다. 시간대만 다를 뿐 오전과 오후 훈련은 빠르면 오후 1시, 늦으면 3시에 마친다. 이후 야간훈련도 오후 7시 정도에 시작해 평균 1시간 정도 진행된다. 심지어 일부 구단에서는 식사 직후 곧바로 훈련에 나서는 것을 반대하는 분위기도 있다.
야간훈련은 철저히 ‘자율에 초점이 맞춰진다. 선수들끼리 서로 토론을 하거나 코치진에게 자유롭게 조언을 구하면서 훈련을 하는 풍경을 자주 볼 수 있다. 훈련 시간도 정해진 것 없이 스스로 조절한다. 눈치 보지 말고 다 했으면 들어가!”라는 말이 선수들에게도 자연스럽다.

A구단의 한 코치는 요즘은 예전처럼 훈련시키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 방망이만 많이 휘두른다고 잘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프로에서는 스스로 생각하면서 해야 하고 이미 선수들도 경쟁에서 지지 않기 위해, 또 잘해야 자신의 몸값이 올라간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자율적으로 맡겨도 잘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이 코치는 김성근 감독님 방식을 절대 폄하하는 것이 아니다. 김성근 감독님이기 때문에 가능한 훈련이다. 다른 감독들이 그렇게 따라하면 선수들이 불만만 품을 것”이라며 오해를 불식시킨 뒤 감독마다 고유의 훈련 방식이 있다. 어떤 훈련 방식이냐를 떠나 결과가 말해주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한화의 강훈련에서 긍정적인 자극을 받는 선수들도 있다. LG 트윈스 마무리 투수 봉중근은 캠프에 지각 합류하면서 한화 선수들의 훈련양이 엄청나게 많은 것 같더라. 나도 뒤지지 않으려면 죽기 살기로 훈련을 해야 한다”고 각오를 다지기도 했다.
김성근 감독의 카리스마 리더십에 맞선 나머지 감독들의 부드러운 소통의 리더십이 올 시즌 어떤 결과로 나타날 지 궁금하다.
[min@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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