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의 비용'은 정권의 치적을 홍보하는데 주력한 회고록과는 달리 해외자원개발, 4대강사업 등 정책 실패가 초래한 천문학적 비용을 구체적으로 산출한 책이다. 비슷한 시기에 출간된 두 책이 전 정권을 각기 다른 시각으로 분석해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면서 대형서점에도 두 책이 나란히 진열되며 '쌍끌이 인기'를 얻고 있다.
첫 주간의 성적은 일단 '대통령의 시간'의 우세승이다. 출간 전부터 회고록에 실린 민감한 정치적 발언들이 연일 보도되며 '바이럴 마케팅'에 성공한 덕분이다. 교보문고에서는 2월 1째주 종합베스트셀러 3위, 인터넷서점 예스24에서는 4위에 나란히 올랐다. 교보문고에서는 온·오프라인 합산 순위가 3위인데 반해, 10일 일간 순위는 12위에 그쳐 온라인서점보다는 오프라인서점의 판매가 더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MB의 비용'은 두 서점의 종합 순위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인터넷서점 알라딘에는 10일 현재 14위에 올라 16위에 오른 '대통령의 시간'을 간발의 차이로 앞서고 있다. 교보문고에서는 10일까지 '대통령의 시간'이 4700부, 'MB의 비용'은 753부가 팔렸고, 예스24에서는 '대통령의 시간'이 3231부, 'MB의 비용'은 924부가 팔렸다.
알에이치코리아는 '대통령의 시간'이 5만 5000부 출고됐다고 밝혔다.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회고록만큼 폭발적인 반응은 아니지만 최근 출판계의 현격한 체급저하를 감안하면 정치인의 책으로는 선전한 셈이다. 이 책은 이례적으로 남성 독자 비율이 70%를 넘었고, 특히 30~40대 남성의 판매 점유율도 40%를 넘는다.
반면 'MB의 비용'은 출간 타이밍이 절묘했다. 이 책은 지난해 협동조합형 싱크탱크인 지식협동조합 좋은나라가 기획해 엮었다. 유종일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가 이사장인 좋은나라의 조합원을 비롯한 조세재정 전문가, 전 통일부 장관, 토목공학과 교수, 과학자 등 16명의 필자가 공저했다. 각 분야 전문가들은 MB정부가 지출한 국책 사업의 구체적인 숫자를 짚으며 회고록과는 대립각을 세운다.
알마출판사는 '대통령의 시간'과는 상관없이 기획됐지만 회고록에 관한 보도를 듣고, 1~2주 가량 출간을 앞당겼다고 밝혔다. 이 책은 1주일만에 4쇄를 찍어 1만 5000부가 출고됐다. 인문서를 주로 내온 알마로서는 예상 못한 '대박'이 터진 셈이다. 알마 성기승 팀장은 "지난해말 출간 목표로 작업을 해왔는데, 마침 회고록이 나와서 공교롭게도 시기가 맞았다. 정치·사회적 이슈가 될 줄은 몰랐는데 회고록과 비교되면서 주문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두 책이 장기적인 인기를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김대중·노무현 전임대통령들의 회고록도 화제를 모으며 출간 첫주 베스트셀러 수위에 오른뒤 판매량이 빠른 속도로 줄어든 바 있다.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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