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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했던 신부의 반란, NL 서부를 달군다
입력 2015-02-10 06:01 
지금 이 순간 파드레스 팬들의 기분을 사진 한 장으로 표현하면 이와 같을 것이다. 사진=ⓒAFPBBNews = News1
[매경닷컴 MK스포츠(美 로스앤젤레스) 김재호 특파원] 샌디에이고는 미국에서 스페인 성당이 처음 세워진 도시다. 이곳을 연고로 하는 야구팀이 ‘파드레스(Padres, 신부님)라는 이름을 갖게 된 것도 여기서 기원한다.
파드레스는 그동안 이름에 걸맞게 조용한 팀이었다. 2005, 2006년 2년 연속 지구 우승을 차지했고 2007년에는 콜로라도 로키스와 와일드카드 타이브레이커를 다퉜지만, 그 이후로는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2010년 90승을 기록하며 지구 2위에 올라선 이후 4시즌 연속 70승 대에 머물렀다.
LA다저스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가 지구 선두를 놓고 다투는 사이 이들은 조용히 뒤로 물러나 있었다. 구단 역사 전체로도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시즌이 다섯 시즌에 불과할 정도로 이들은 존재감이 떨어지는 팀이었다.
투자도 그만큼 소극적이었다. 역대 최다 FA 계약 규모가 제이크 피비를 3년 5200만 달러에 묶은 것이었다. 카를로스 쿠엔틴과 3년 2700만 달러에 계약한 것이 큰 계약으로 여겨질 정도였다.
‘ESPN의 버스터 올니는 파드레스 구단에는 영입 경쟁에서 2등으로 처진 오랜 역사가 있다”며 이들의 소극적이었던 전력 보강 역사를 평가했다.
그런 그들이 이번 겨울 역동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중심에는 마이크 디 사장과 A.J. 프렐러 단장이 있다. 보스턴 레드삭스 프런트 출신인 디 사장은 파드레스를 ‘서부의 보스턴으로 만들고자 한다. 지난 시즌 도중 합류한 프렐러 단장은 그런 사장의 지시를 행동으로 옮기고 있다.
맷 켐프를 5년간 7500만 달러의 연봉을 부담하며 트레이드로 영입한 것은 시작이었다. 윌 마이어스, 저스틴 업튼, 데릭 노리스 등 검증된 타자들을 연거푸 영입하며 지난 시즌 최악의 물방망이였던 팀 타선을 변화시켰다.
2% 부족했던 선발 로테이션도 보강했다. 지난 9일(이하 한국시간) FA 선발 투수 제임스 쉴즈와 4+1 계약에 합의했다. 보장 연봉 7500만 달러, 옵션 1600만 달러에 최대 9100만 달러 규모의 계약이다. 쉴즈 입장에서는 원래 기대치보다 낮은 수준의 실망스런 계약이지만, 파드레스 구단 입장에서는 역사상 FA 최고 금액 기록을 순식간에 갈아치운 대박 계약이다.
지난 시즌 펫코 파크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홈경기 도중 더그아웃에서 경기를 보고 있는 샌디에이고 선수들의 뒷모습. 지난 시즌 샌디에이고는 타선 침체를 극복하지 못하며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사진= MK스포츠 DB
쉴즈의 합류는 유능한 선발 투수는 많지만 1선발급 에이스가 없었던 팀의 약점을 보완하는 계기가 됐다. 조시 존슨이 성공적인 재활 후 시즌 중반 합류할 경우 파드레스는 쉴즈-앤드류 캐쉬너-타이슨 로스-이안 케네디-존슨으로 이어지는 로테이션을 보유하게 된다.
이것이 끝이 아니다. ‘야후스포츠의 제프 파산은 10일 파드레스 구단이 쿠바 내야 유망주인 요안 몬카다의 훈련을 지켜봤으며, 그의 영입을 위해 공격적으로 나설 계획이라고 전했다. ‘U-T 샌디에이고의 데니스 린도 파드레스 구단이 몬카다 영입으로 받게 될 국제 선수 영입 제한(2년간 30만 달러 이상 계약 금지)을 두려워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알고 있었던 샌디에이고가 아니다. 이는 다저스와 샌프란시스코의 양강 싸움이 주를 이뤘던 내셔널리그 서부 지구 판도에 큰 변화를 가져다 줄 것이다.
당장 2015시즌부터 치열한 경쟁이 예고된다. 샌디에이고 못지않은 변화를 겪은 다저스와 5년간 세 차례 우승을 이뤄낸 샌프란시스코가 ‘조용한 신부의 반란에 어떻게 대처할지 주목된다. 잠잠했던 내셔널리그 서부 지구가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다.
[greatnemo@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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