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에 대해 항소심 재판부가 원심을 깨고 국정원의 조직적인 선거개입을 인정했다.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은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서울고법 형사6부(김상환 부장판사)는 9일 공직선거법과 국정원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원 전 원장에 대해 징역 3년의 실형과 자격정지 3년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민병주 전 심리전단장은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원 전 원장이 정치개입을 지시해 국정원법을 위반한 혐의는 물론 선거에 개입한 혐의에 대해서도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특히 새누리당의 대선 후보가 정해진 2012년 8월 20일 이후를 이른바 '선거국면'으로 보고, 이 시기의 국정원 심리전단의 사이버 활동을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대선정국이라고 보편적으로 인식될 수 있는 시점은 유권자가 선택 위해 여러 요소를 검토하며 진지한 공방이 이뤄지는 시점”이라며 "늦어도 2012년 8월 20일 무렵은 선거과정에서 요구되는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보다 무겁게 인식하고 사이버 활동을 엄격히 통제해야 할 시기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들은 사이버 심리전단팀의 활동이 오래 전부터 이뤄진 것으로 선거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으나 이 시기 이후 트위터 상에서 선거 관련 글이 현저히 늘었다는 것은 심리전단이 의도하는 방향이 변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재판부 "이 시기에 작성한 글은 대선 후보자의 이름이나 비방의 의미가 담긴 별칭 등을 통해 구체적으로 대상을 알 수 있도록 했다”며 "객관적 사실보다는 가치판단이나 주관적 의견을 서술한 경우가 많았고, 안철수·문재인·이정희 의원, 통합진보당을 반대하거나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일관된 경향이 뚜렷히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선거 과정에서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외면한 채 이에 개입하고 왜곡함으로써 국민의 합리적인 정치 선택의 기회, 정당과 정치인들에게 부여된 평등한 자유경쟁의 기회를 침해했다”며 "이는 대의민주주의 정신을 훼손했다는 근본적 비난을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를 축소시켜 대선에 영향을 미친 혐의로 원 전 원장과 함께 기소됐던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지난달 29일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이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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