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모씨(35)는 올해 초 독일을 여행하던 중 자녀가 맹장이 터져 현지에서 입원치료를 받았다. 서씨는 마침 한 생명보험사에 어린이보험을 가입해 둔 터라 입원비를 청구하기 위해 보험사에 문의했다. 그러나 돌아온 답변은 황당했다. 독일어로 된 증빙서류를 직접 번역해서 공증을 받아오라고 했기 때문. 서씨는 "받아야 할 보험금이 70만원인데 증명서류 번역에 필요한 공증 비용이 50만원 넘게 들어간다”며 "남는 게 없어 보험금 청구를 포기할까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정 모씨(33)는 최근 한 손해보험사와 보험금 지급을 놓고 다툼을 벌였다.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물리치료중인데 보험사에서 보험사기가 의심된다며 현장 조사를 나와서다. 심사 후 바로 지급하겠다는 보험금은 한 달 가까이 지나서야 정씨에게 지급됐다.
보험사들이 보험금 청구 절차를 어렵게 해 포기하게 만들거나 보험금 지급 지연 등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9일 금융당국 및 보험업계에 따르면 서씨처럼 외국 여행 중 발생한 치료비 등 보험금 청구 시 불만을 토로하는 경우가 적잖다. 보험사에서 요구하는 서류를 구비하는데 상당 비용이 들어가는 까닭에 보험금 청구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받을 보험금보다 보험금 수령에 필요한 서류에 돈이 더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
특히 주요 생보사는 입원 또는 치료 증명서가 외국어(영어 제외)인 경우 한국어 번역은 물론 공증까지 요구하고 있다. 이에 반해 손보사는 한국어 번역이나 공증 없이 외국어 서류를 그대로 받아 주고 있어 보험금 지급 관행 개선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기욱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처장은 "(외국에서 치료받은 보험금 청구 시) 생보사의 경우 증빙서류가 영어는 되고 다른 외국어는 안 된다는 것은 지나친 보험사 편의 주의적 발상”이라며 "즉시 개선해야 하고 필요한 경우 금융당국이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험금 지급을 하지 않기 위한 보험사들의 소송 남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작년 하반기(7~12월) 발생한 보험금 관련 소송은 현대라이프생명이 69건으로 이중 62건이 현대 측에서 제기한 소송이다. KDB생명은 66건의 소송 중 59건을 냈다. 동부생명은 26건의 소송 가운데 25건을 제기했다. NH농협손보는 35건 중 26건이 원고 자격이다.
[매경닷컴 전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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