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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GA 우승한 김세영 장타비결
입력 2015-02-09 15:34  | 수정 2015-02-09 15:36

자칭 '장타자'라고 자부했던 김세영(21·미래에셋)은 지난해 열린 미국프로골프(LPGA) 퀄리파잉스쿨에 가서 자존심에 잔뜩 상처를 받고 왔다.
태국의 에리야 쭈타누깐과 함께 라운드했는데 자신보다 30m를 더 보냈기 때문이다. 그때 김세영은 "예전에 저를 흘겨보던 친구들 마음이 이해됐다”고 했다.
김세영의 키는 161㎝로 작은편에 속한다. 하지만 170㎝ 넘는 동료들을 제치고 2년 연속 한국여자골프 장타퀸 자리를 지켜냈다. 작은 덩치에 힘이 잔뜩 들어간 스윙도 아닌데 볼은 한참을 날아가 다른 선수들보다 10~20m가량이나 앞에 떨어진다. 마음 먹으면 280야드가 우습다.
'부드러운 장타'. 아마추어 골퍼들이 가장 따라 하고 싶은 드라이버샷의 모델이 아닐까.

김세영은 10세 때 골프를 시작했다. 전국 골프장 투어를 다닐 정도로 열성적인 골프 마니아이자 싱글골퍼였던 아버지 덕이다. 처음 골프채를 잡을 때부터 또래보다 거리를 많이 날렸다. 의도한 것도 아니고 그냥 '힘껏' 쳤더니 자연스럽게 나온 결과란다.
사실 열성 골퍼 김세영의 아버지는 태권도 도장을 운영하고 있다. 그래서 김세영은 4세 때부터 태권도장에 살다시피 했다. 서너 살 많은 오빠들과 함께 운동하고 대련하고 훈련을 했다. 중학교 3학년 때까지 태권도를 하며 공인3단 자격증까지 땄다. 이때 탄탄한 하체와 균형감, 힘을 쓰는 감각, 지기 싫은 승부근성 등을 한번에 키울 수 있었다고 한다.
게다가 어릴 때 놀 만한 장소가 마땅히 없어 동네 오빠들과 관악산을 뛰어다니며 놀았다. 장타의 기본이 자신도 모르게 만들어진 것이다.
태권도 미트를 발로 차고 격파하면서 근력뿐 아니라 '탁' 하고 맞는 임팩트 감각이 자연스럽게 키워졌다.
골프채를 잡은 김세영은 태권도를 한 감각으로 스스로의 리듬을 찾아가며 자신만의 스윙을 만들었다. 물론 레슨코치가 말하는 기본적인 원리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였다.
중학교 2학년 때 장타를 앞세워 한국아마추어골프선수권에서 덜컥 우승을 차지하고 중학교 3학년 때 태극마크를 달았다. 김세영은 유성CC 1번홀(파4)에서는 티샷을 그린에 올린 적이 많다. 그냥 몸에 무리가 가지 않게 단순하게 스윙을 했지만 270야드를 날아갔다. 다만 지금과 다른 점은 당시 100% 풀스윙을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슬럼프는 찾아왔다. 국가대표 시절 호주로 전지훈련을 가서 전문적인 스윙 레슨을 받았는데 결과가 좋지 않았다. 스윙이 부자연스러워졌고 편안하게 힘을 실을 수 없었다. 거리도 줄었고 자연스럽게 다른 부분까지 흔들렸다. 그리고 1년 만에 국가대표 탈락이라는 쓴맛을 봤다.
다시 혼자만의 시간. 김세영은 곰곰이 문제점을 생각하며 드라이버를 들었다. 그리고 어떤 부분이 자신과 맞고, 어떤 부분은 좋은지를 가려냈다. 그리고 매일 수백 개의 드라이버샷을 치고 빈스윙을 하며 '몸이 편한' 스윙의 감각을 찾으려 했고 결국 지금의 스윙을 찾아냈다.
매번 100%로 치던 스윙도 이때부터 80%로 부드럽게 치는 방법도 스스로 깨달았다.
고등학교 2학년 때 다시 태극마크를 단 김세영은 달라져 있었다. 티박스에서 어드레스를 취할 때에만 집중하고 이후에는 자연스럽게 몸이 이끄는 대로 스윙을 한다.
"골프를 해보니 머리보다 몸이 똑똑한 것 같다”는 김세영은 "어드레스 때 그립과 시선 위치만 확인하고 백스윙을 할 때 손이 나가는 길만 확인한다. 그리고 나서는 몸에 밴 대로 한 번에 스윙을 한다. 복잡하지 않고 단순한 스윙이 장타의 비결”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뭔가 부족하다. '장타의 비결' 말이다. 집요한 질문 끝에 김세영은 뭔가 생각난 듯 무릎을 탁 친다. "맞다. 저 벙커샷 연습 정말 많이 했다.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는데 골프를 시작하고 나서는 드라이버샷과 벙커샷만 한 거 같다”고 말했다. 벙커샷을 하면 임팩트 감각과 임팩트 이후 릴리즈까지 저항을 이기는 연습을 하게 되고, 스윙이 끊기지 않는 감각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조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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