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가 캄보디아 정부와 합작 설립한 캄보디아증권거래소(CSX)가 올해를 변화의 원년으로 삼아 성장에 속도를 내 고 있다. 특히 기존 2곳에 불과했던 상장 기업 수를 4~5개의 추가 상장을 통해 크게 늘리겠다는 목표다.
이인수 캄보디아증권거래소 부이사장은 지난 1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CSX의 최대 화두는 상장”이라며 "올해 4~5개를 추가 상장시켜 연말에는 지수다운 지수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2012년 4월 한국거래소와 캄보디아 정부가 각각 45%와 55%를 출자해 설립한 CSX에는 현재 프놈펜수도공사와 그랜드트윈 두 곳이 상장돼 있다. 프놈펜수도공사는 CSX 출범 당시 상장한 수도시설 관련 공기업이고, 그랜드트윈은 지난해 상장한 대만계 봉제회사다. 시장 개설한 지 햇수로만 4년차가 됐지만 상장사가 두 곳에 불과해 아직 제대로 된 지수조차 만들기 힘든 수준이다.
그러나 올해 4~5개의 기업이 상장을 계획하고 있고, 2일부터는 기존 30분 단위의 단일가 매매에서 접속매매로 매매방식이 전환되는 만큼 앞으로 거래 수요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부이사장은 "지난해 1곳을 추가 상장한 데 이어 올해에는 4~5개 업체의 상장이 예정돼 있을 만큼 성장 속도가 빠르다”면서 "캄보디아 전역에서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고 있는 리테일 업체와 봉제회사, 일본계 회사 등이 새롭게 증시에 입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캄보디아의 시장 규모가 작고 자본시장이 제대로 안착되지 않은 점은 CSX의 성장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뽁힌다. 캄보디아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는 지난해 국제통화기금(IMF) 집계 기준 1104달러로 세계 156위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 1인당 GDP 2만8739달러와 비교하면 26분의 1 수준이다.
경제규모는 물론 자본시장 형성이 안되어 있기 때문에 상장의 필요성을 알리는 것 조차 쉽지 않다. 거래소가 캄보디아에 들어와 제일 먼저 한 일이 상장할 수 있는 기업을 만나 상장의 필요성과 의미를 알리는 것일 정도다.
이 부이사장은 "상장의 필요성과 의미를 이해하더라도 그 이후 작업이 만만찮다”며 "세금 등의 문제로 장부조차 없는 기업이 수두룩해 재산을 실사하고 3년치 재무제표를 확정하는 일이 가장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기업의 자기자본 규모가 작은 기업은 상장 준비 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며 "상장 절차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여 최대한 피해없이 자금을 조달해 상장하는 방안을 고민 중에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올해는 변화의 원년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공공기관 해제로 경영자율성의 보폭이 넓어진 데다가 매매방식의 변화, 상장사 수의 증가로 캄보디아 현지 영업환경도 우호적으로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거래소는 CSX를 해외진출 대표 사례로 내세워 향후 캄보디아를 거점삼아 다른 지역으로의 확대도 모색하고 있다.
이 부이사장은 이와 관련 "아제르바이잔이 거래소의 IT시스템 도입을 고려할 당시 CSX를 방문해 전산시스템을 보고 바로 우리를 선택했다”며 "CSX가 향후 거래소의 해외진출을 위한 벤치마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해외사업을 맡고 있는 거래소 관계자 역시 "합작거래소 사업 자체가 단기간에 성과내기 힘든 부분이 있다”며 "공공기관 해제를 통해 일률적인 평가 잣대에서 벗어났고, 매매방식이 변화되는 등의 제반 상황이 변화돼 향후에는 좀 더 나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매경닷컴 김잔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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