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영화도 뮤지컬도 `아버지의 사랑`
입력 2015-02-05 15:04  | 수정 2015-02-05 15:59

<#장면1> 뮤지컬 '킹키부츠' 공연(22일까지 충무아트홀)
아버지는 아들 찰리가 구두 공장을 물려받기를 원한다. 그러나 아들은 시골 공장보다는 화려한 런던 생활을 꿈꾼다. 그런데"이 구두가 너의 길을 인도할 것”이라고 말하던 아버지가 갑자기 세상을 떠난다. 빚더미에 놓인 공장을 떠안은 찰리는 오랫동안 일해온 직원들을 해고할 수 없어 폐업을 결정하지 못한다. 고민하던 중에 여장 남자(드랙퀸)를 위한 킹키부츠를 만들어 틈새 시장을 개척한다.
<#장면2> 뮤지컬 '라카지' 공연(3월 8일까지 LG아트센터)
게이 아버지 조지는 하룻밤 실수로 태어난 아들 장미셀을 끝까지 책임진다. 보수 정치인 딸과 결혼하고 싶은 아들의 간청으로 게이라는 사실마저 숨기려고 애쓴다. 집안 인테리어를 엄숙하게 바꾸고 게이 아내 앨빈을 삼촌으로 속인다. 아들의 사랑을 지켜주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아버지의 모습이 짠하다. 서툰 거짓말은 결국 들통나지만 그의 진심이 통해 아들은 보수 정치인의 결혼 허락을 받아낸다.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아버지 영화 '국제시장' 돌풍에 이어 뮤지컬 공연장에서도 부성애가 잔잔한 감동을 일으키고 있다. 강하고 권위적인 부성과 따뜻한 아빠, 연민을 일으키는 아버지 모습까지 다양하게 다루면서 관객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젊은 남녀의 사랑과 모성애를 부각시키던 공연계 초점이 아버지에게 맞춰지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객석 대다수를 점유하는 여성 관객들이 선호하는 남자 배우 중심 뮤지컬 시장△뉴욕 브로드웨이 뮤지컬 산업을 휘두르는 게이 제작자와 스태프들이 가부장적 사회를 상징하는 아버지와 화해를 원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우선 국내 뮤지컬 시장에서 여성 관객은 60% 이상을 차지한다. 그들이 보고 싶은 남자 배우 위주 뮤지컬 시장에서 모자(母子)보다는 부자(父子) 관계가 더 긴장감 넘치는 스토리를 만들어낸다.
뮤지컬'킹키부츠'제작사 CJ E&M 관계자는 "여성 관객이 많은 국내 뮤지컬 시장은 주로 남자 배우를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남자 배우들 위주로 좀 더 드라마틱한 소재를 찾다보니 부자 갈등을 끄집어내는 작품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1990년대 뮤지컬 무대를 주름잡던 남자 배우들이 중장년층이 되면서 아버지 비중이 높아졌다. 왕년의 뮤지컬 스타 남경주(51)와 송승환(58)이 아버지 역할을 맡고 있다. 남경주는 '라카지'에서 헌신적인 게이 아버지 조지 배역, 송승환은 '라카지'에서 보수 정치인 아버지 에드아르 딩동 역할로 열연하고 있다.
거대한 게이 커뮤니티를 이루고 있는 브로드웨이 제작진들은 뮤지컬에 아버지를 등장시켜 갈등을 풀고 세상과 화해를 시도한다. 뮤지컬 '빌리 앨리엇'아버지는 거친 마초 스타일 탄광 노동자이지만 아들의 발레리노 꿈을 이해하게 되면서 물심양면으로 밀어준다. 아들의 런던 로열발레학교 등록금을 마련해주기 위해 노동조합을 배신하고 땅 속으로 들어가는 아버지는 관객의 눈시울을 붉히게 한다. 뮤지컬 '지붕위의 바이올린' 속 권위적인 유대인 아버지도 결국 딸들에게 진다. 뮤지컬 '킹키부츠' 롤라 아버지는 아들에게 권투를 강요하지만 결국 여장 가수 아들을 인정하게 된다. 폐암에 걸린 늙은 아버지가 하이힐을 신고 화장한 아들의 손을 꼭 잡아주는 장면이 가슴 뭉클하다.
현수정 뮤지컬 평론가는 "남성성을 강요하는 가부장적인 사회와 마찰하는 브로드웨이 게이 제작자들의 고민이 뮤지컬에 담길 수 밖에 없다. 일종의 오이디푸스 컴플렉스다. 보수적이고 상남자 같은 아버지가 결국 아들과 화해하는 스토리로 그들의 바람을 투영한다”고 분석했다.
[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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