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맏형 넘어선’ 삼성화재의 진격
입력 2015-02-04 17:43  | 수정 2015-02-04 20:08
삼성그룹의 보험 쌍두마차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이익 폭이 갈수록 좁혀지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조만간 삼성화재가 삼성생명 이익 규모를 추월할 것이란 시장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삼성그룹 금융계열사의 맏형 격인 삼성생명 위상이 흔들릴 수도 있다는 얘기다.
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생명 세전이익은 1조6364억원으로 삼성화재 세전이익 1조1070억원을 크게 상회했다. 하지만 지난해 삼성생명이 계열사 삼성물산 주식을 처분해 얻은 세전이익 4768억원을 빼면 양사 이익 차이는 526억원에 불과하다. 삼성화재 이익 규모가 삼성생명 턱밑까지 쫓아온 것이다.
이 같은 추세는 최근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회계연도 기준 2013년(4~12월) 삼성생명 세전이익은 7587억원, 삼성화재는 6743억원으로 양사 차이는 844억원에 불과했다. 2012년 삼성생명이 세전이익 1조2703억원을 거둘 동안 삼성화재는 1조282억원 이익을 올려 만만찮은 저력을 과시했다.
지난해 기준 양사 자산 차이(삼성생명 214조원, 삼성화재 54조원)를 감안하면 사실상 두 회사 실적이 뒤집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 같은 분위기라면 이르면 내년께 삼성화재가 삼성생명보다 더 많은 이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양사 이익 규모가 좁혀지는 가장 큰 이유는 2000년 전후 고금리 시대에 삼성생명이 많은 양의 장기보험을 팔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장기보험은 계약기간이 1년이 넘는 보험상품을 말한다. 당시 생보사들은 경쟁적으로 연 6%가 넘는 확정금리를 보장하는 저축성보험을 팔았다. 만기가 될 때까지 당초 보장한 금리 수준을 내리지 않고 보장한다는 조건이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금리 기조가 굳어지자 당시 팔았던 보험이 생보사 수익을 악화시키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이병건 동부증권 연구원은 자산운용으로 굴린 돈으로 확정금리를 맞추기조차 힘드니 역마진이 나기 시작했다”며 저금리 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여 생보사 수익이 앞으로도 지지부진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삼성화재를 비롯한 손보사들은 2000년이 넘어서야 장기보험을 팔기 시작했다. 그때는 2000년 전후 대비 금리가 내려간 상태이기 때문에 생보사 대비 저금리를 견딜 체력이 튼튼한 것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양사 간 이익 규모가 좁혀지는 건 저금리 시대에 보험사가 자산을 굴리기 얼마나 힘들어지는지를 보여 주는 대표적 사례”라며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를 제외한 다른 보험사도 다 비슷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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