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하나·외환銀 합병 6월까지 올스톱
입력 2015-02-04 17:37  | 수정 2015-02-04 23:59
법원이 하나금융그룹이 추진해온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조기 합병 절차를 일단 중단하라고 명령했다. 중단 기간은 현시점부터 오는 6월 말까지다. 은행 합병기일을 4월 1일로 잡고 있던 하나금융은 대혼란에 빠졌다.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조영철 수석부장판사)는 4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외환은행지부가 외환은행과 하나금융지주를 상대로 낸 가처분 신청에서 일부 인용 결정하며 이같이 밝혔다.
외환은행 직원과 하나은행 직원 간 교차 인사발령을 금지해 달라는 신청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외환은행 노조는 지난달 19일 외환은행이 금융위원회에 조기 합병을 위한 예비인가를 내자, 2012년 작성한 합의서에 근거해 이는 무효”라며 합병인가 신청, 합병관련 주총, 직원 간 교차 발령 등 합의서 위반 행위의 잠정적인 중지를 요구하는 가처분 신청을 낸 바 있다.
2012년 2월 17일 하나금융지주와 외환은행은 각 대표자와 외환은행 노조, 금융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외환은행이 하나금융지주 자회사로 편입된 후에도 5년간 하나은행과 합병하지 않고 별도 독립법인으로 존속한다”는 내용의 합의서를 작성했다.

재판부는 합의서가 당사자 사이에 구속력을 가진다고 인정했다. 합의서가 합병을 전면 금지하는 내용이 아니라 일정 기간 제한하는 내용이어서 경영권의 본질적인 부분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합의서가 금융위원회의 중재 아래 노사 간 오랜 논의와 절충을 거쳐 신중하게 작성됐다는 점도 감안했다. 합의서 체결 이후 금융환경의 구조적 변화로 은행의 실적이 악화되는 등 사정이 현저히 바뀌었다”는 양 은행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2011~2013년 외환은행과 하나은행을 비롯한 국내 시중은행 전체 당기순이익 등이 감소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외환은행과 하나은행이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지금 당장 합병하지 않으면 외환은행의 생존이 위태로울 수 있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향후 급격한 국내외 경제 및 금융여건 변화가 있을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해 가처분 효력은 올해 상반기까지로 제한했다. 6월 말까지 합병에 대한 노사 간 분쟁이 계속돼 노조 측에서 합의서를 근거로 다시 가처분 신청을 할 경우 그 당시 시점을 기준으로 다시 현저한 사정 변경의 유무를 판단하게 된다. 법원 결정 이후 하나금융은 물론 통합 예비인가 신청서를 받은 금융위원회도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하나금융은 지난달 금융위에 낸 합병 예비인가 승인 신청을 취소하기로 했다.
하나금융은 금융산업은 선제적인 위기대응이 없으면 돌이킬 수 없는 생존을 위협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며 이번 가처분 결정에서는 이 같은 측면을 간과한 것으로 판단돼 조만간 법원에 이의신청을 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위 관계자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결과다. 법원의 통합 중단 명령 가능성을 5% 정도로 봤다”며 일단 법원 결정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하나금융그룹이 추진해온 하나·외환은행 통합 작업은 완전히 꼬이게 됐다. 하나금융은 이달 금융위원회 예비인가 승인이 나는 대로 하나·외환은행 이사회를 열어 새 합병계약서를 확정할 계획이었다. 그다음 본인가 신청 및 승인 절차를 3월 안에 끝내고, 오는 4월 1일 통합 은행을 출범시킨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도 최근 2월 중 하나·외환은행 통합 예비인가 승인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금융위는 하나·외환은행 합병이 자회사 간 이뤄지는 것이고, 법적 요건이나 합병에 따른 금융안정성 등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었다.
하나금융 입장에서 또 하나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는 건 김정태 회장의 연임이다. 김정태 회장은 오는 3월 27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3년 연임에 도전한다. 은행 합병 본인가까지 받고 당당히 회장직 연임을 이루려 했으나 그 계획에도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이유섭 기자 / 이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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