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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기획…‘개훔방 사태’③] “닭이 먼저? 달걀이 먼저?”…배급사 vs 극장 맞짱토론
입력 2015-02-04 13:42 
[MBN스타 박정선 기자]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의 배급사 리틀빅픽쳐스 엄용훈 전 대표는 지난 27일 박근혜 대통령에게 호소문을 남겼다. 그는 호소문을 통해 관객들의 개봉관 확대의 요구가 들불처럼 일어나는 상황에서도 개봉 2주차가 지난 지금은 전국에 10여개 극장에서만 영화를 볼 수 있으며, 그나마 대기업 극장 체인점은 거의 사라져버린 상황”이라고 영화 상영관 확보와 관련 극장가의 구조적인 문제를 꼬집었다.

사실 대형배급사와 중소배급사의 충돌은 이미 오래전부터 있어 왔다. 스크린 독과점 문제는 예전부터 계속해서 지적되어 왔던 문제이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과제로 남아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번 ‘개훔방 사태는 이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관객 점유율을 높이는 것이 목표”라고 말하는 극장 측의 입장도 100% 틀린 말은 아니다. 이에 한 멀티플렉스 관계자(이하 극장)와 엄용훈 대표(이하 엄 대표), 각각의 인터뷰를 토론 형식으로 재구성했다.



-‘개훔방의 상영수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엄 대표: 현재의 영화산업은 대기업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 대기업의 수직계열화 되어 버린 상영관 구조에서 수요가 공급을 창출하는 것이 아닌, 공급의 양이 수요를 결정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즉 좋은 시간대가 많이 확보된 영화, 상영관이 많이 확보된 영화가 더 많이 팔리게 되어 있는 구조다.

극장: 지난해 기준으로 총 2500개의 스크린에서 1001편의 영화, 방화만 해도 230편이 개봉했다. 동시 상영 중인 영화는 약 20편에 달한다. 스크린 수에 비해 공급되는 영화가 많다보니 극장이 작품을 선별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 선별 기준 역시 홈페이지를 통해 고지하고 있다. 극장이 자사 영화만 밀어준다면, 대형 배급사 영화는 다 잘돼야 하는 건데, 모두 알다시피 실패한 작품들도 많다. 반응이 안 좋으면 계열사를 막론하고 스크린에서 내려야 하는 것이 극장 측의 입장이다.


-‘개훔방 같은 경우의 영화라면 시사회 때부터 평단의 반응이 꽤 좋았다

극장: 물론 영화는 정말 좋게 봤다. 하지만 초반 인지도가 너무 낮았던 탓이다. 같은 시기 개봉한 ‘테이큰3 ‘마다가스카의 펭귄에 비해 예매수가 크게 떨어졌으며, 전체 흥행 성적을 20~30만 규모로 예상했다. 그 다음 주에도 또 다른 영화들이 대거 개봉하기 때문에 ‘개훔방의 수요가 높아질 가능성을 낮게 보고 전부 대비 축소가 불가피했다. 이는 극장 측의 합리적인 판단이었다.

엄 대표: 자사계열 배급 영화에 대해서는 영화 예매 오픈시기를 대부분 2주 전에 열어줬지만, 중소배급사 영화의 경우에는 개봉일 1주일도 이내로 임박해서야 열어줬다. 예매 오픈 극장의 수도 지극히 작은 수에 불과했기 때문에, 예매율은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었으며, 이후 상영관이 조조/심야 시간대 중심으로 배정을 함으로써 좌석점유율이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는 당연한 결과였다.

극장: 예매 오픈 같은 경우 ‘인터스텔라 등 사람들 사이에 인지도가 높은 작품일 경우에 관객들의 요청을 고려해 일찍 시작할 순 있지만, 대체로 1~2주 전에 시작되는 것이 보통이다. 예매를 일찍 열어도 오히려 예매율이 0이 나오는 경우도 있다. 즉, 예매를 일찍 시작하는 것이 예매율과 직접적인 연관성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현재의 점유율이 치솟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는 어떤가.

극장: 1주차 2주차 가면서 좌석점유율(이하 좌점율)이 너무 안 나왔다. 엄 대표가 그만두면서 이슈가 커진 것은 사실이고, 그로 인해 좌점율도 올라갔다. 하지만 그 시기는 이미 스크린 수가 적어진 상태였다. 스크린이 500개에서 100% 대관이 2개관이 있는 것과, 20개에서 2개관이 있는 것과는 모수가 적기 때문에 엄청나게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대관을 하게 되면 좌점율은 100%로 잡히기 때문. 관 자체가 많이 줄다 보니까 좌점율이 올라가는 듯 보여주는 게 있다. 심지어 극장 쪽에 관객들의 공식적인 스크린 확대 관련 요청은 전혀 없었고, 배급사조차 그런 요청이 없었다. 계속해서 매체들을 통해 논란이 되니 우리도 나름대로의 방법을 논의 중에 있다. 하지만 먼저 배급사 쪽에서 어떠한 공식 요청도 없었는데 우리가 먼저 나서는 것도 이상한 모양새가 아닌가요?

엄 대표: 그건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이다. 배급사 배급팀이 하는 일이 스크린을 확보하는 게 일인데 어떻게 아무 말이 없었다고 할 수 있냐. 그건 차지하고서라도 수요가 공급을 창출한다고 얘기하면서 관객들이 아우성치는 그 목소리는 왜 못들은 척 하느냐. 극장에서는 여러 가지 논리를 제시해서 이야기 하지만 맞지 않다. 좌점율이 올랐으면 늘려줘야 하는 게 맞는 거다. 예매율도 이번 주에 8위까지도 올랐었는데, 그 이후에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


-양측이 입장이 첨예한데, 문제는 이러한 스크린 독과점 문제만 매번 불거질 뿐 이에 대한 대안이 없다는 것이다.

엄 대표: 그렇다. ‘개훔방에 대해서는 어떻게든 살려내려고 하겠지만 이를 떠나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 산업에서의 대안이 무엇일까에 대해 토론해야 할 때다. 미시적인 측면과 거시적인 측면으로 나누어서 고민했다. 먼저 미시적인 측면에서 보면 업계 자체나, 법률적인 규정을 만들어서 한 작품에 과도한 스크린 독과점을 억제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거시적으로는 산업이라는 게 공정 공생이 기본인데, 힘 있는 사람이 모든 걸 다 가지고 있는 세상이 살맛이 나겠냐. 그렇기 때문에 어느 한 대기업이 그 산업에 모든 업을 수직계열화시키는 것, 즉 배급과 상영을 동일 계열로 넣지 못하도록 하는 수직계열화 금지에 대한 법률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법안이 통과가 되면 이것이 선례가 되어서 다른 산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박정선 기자 composer_js@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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