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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가수 지울의 홀로서기, 외롭지 않은 이유
입력 2015-02-03 12:02  | 수정 2015-02-03 17:41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강태명 기자]
누구에게나 ‘처음이 있다. 가수 지울(본명 지성배, 26)은 홀로 ‘첫 경험들을 쌓으며 음악을 하고 있다. 기획사 소속이 아니어서 힘들지만 첫 문턱을 넘었을 때 희열을 느꼈다. 자신의 노래가 한 음원사이트의 첫 페이지를 장식했다. 작년 12월 발표한 ‘메리 크리스마스 땡큐라는 곡이다. 지울이 소속된 도미넌트크루의 작품이다.
제가 중심이 돼 ‘도미넌트크루를 결성했어요. 작곡가 겸 프로듀서 3명, 가수 4명, 랩 2명, 영상작업자 1명이죠. 큰 기획사, 아니 작은 기획사조차 아니다 보니 힘든 점이 많아요. 그래도 꾸준히 하다 보니 ‘괜찮은 음악을 하는 애인가 보다 싶어서 음원사이트 첫 페이지에도 걸린 것 같아요.”
도미넌트크루의 2015년 ‘첫 시작은 오늘(3일) 정오 만날 수 있다. 멤버 ‘보다(BODDAH)와 ‘다비크(DAB19)가 콜라보레이션 곡 ‘워너비(Wanna Be)를 불렀다. 지울은 제갈공명의 출사표와 같은 싱글 곡”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9년 전인 2006년 음악을 시작했다. 고등학생 때였다. 한 명씩 지인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러다 한 싱어송라이터를 만나 앨범을 낼 기회를 얻었다. 거기까지였다. 그 분이 운영하던 학원에서 보컬트레이너로 일하던 중, 껄끄러운 오해가 생겨 관계가 틀어졌다. 이후 직접 앨범을 작업해보자고 마음먹었다. 2013년 2월의 일이었다. ‘도미넌트크루의 진짜 시작이다.
처음엔 마음 맞는 작곡가를 찾았어요. 동기 중에 ‘이피디로 활동하는 친구가 있었는데 같이 하기로 약속하게 됐죠. 그 친구한테 제일 처음 노래를 받기도 했고요. 2013년 10월 처음 발매한 곡이 ‘니가 해줘라는 노래예요.”
‘니가 해줘 앨범 커버는 구겨진 종이 위에 흘려 쓴 듯한 노래 제목이 새겨져 있다. 돋보이는 디자인이다. 2014년 12월 10일 발표된 가수 남영주의 ‘흩어진 나날들 앨범 커버와 비슷하다. 너무 비슷한 것 아니냐”고 묻자 지울은 표절인가?”라고 갸우뚱거리면서도 농담이다. 어디 그런 가수들이 내 앨범을 보고 베끼겠나. 부족한 내 작품을 보고 했으리라고는 상상도 안한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앨범 커버 디자인의 주인공은 여자친구다. 4년 가까이 만나고 있다. 지울은 여자친구가 앨범 커버를 모두 만들어줘 의미가 크다. 티저 영상도 여자친구의 몫이었다”며 여자친구는 ‘유밍밍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다. 아트디렉터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어 초기엔 여자친구한테 잘 해주려고 노래도 엄청 불러줬다. 그런데 매일 옆에서 흥얼거리니까 이제 신경도 안 쓰는 것 같다”면서도 여자친구 덕분에 인맥이 많이 늘었다. 음악 외에 뮤직비디오, 사진작가 등 많은 분야의 사람들을 만났다. 여자친구가 예술대학 출신이다 보니 다 연관되는 영역들이어서 그런 것 같다”고 고마워했다.
지울은 서울예대 실용음악과를 나왔다. 3수 끝에 입학한 곳이다. 3수 과정도 평탄치 않았다. 유명 기획사 출신의 작곡가들이 만든 회사에 들어갔지만 계획이 엎어졌다. ‘억지 3수생이 될 수밖에 없었다. 아무튼 그는 보컬을 전공했다.
대학교 1학년이던 2010년 다른 회사와 인연을 맺어 3인조 그룹을 준비할 수 있었다. 계약금까지 받았다. 그런데 또 엎어졌다. 2년을 허비했다. 그렇게 지난해 겨우 졸업장을 딸 수 있었다. 졸업 조건은 ‘자신의 무대를 만드는 것이었다.
그는 쇼케이스를 열었다. 당시 싱글 두 장이 나와 있던 상태여서 수월했다. 5월 20일 앨범 발매, 여름 쇼케이스, 12월 겨울 졸업까지. 음악 인생에 유일하게 순탄한 과정이었다. 이제 학생이 아닌 사회인이 됐다.
말이 좋아 프리랜서지 사실 백수죠. 굳이 말하자면 제 직업은 보컬트레이닝이랄까요? 학생들 가르치면서 사회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셈이죠. 계속해온 일이기 때문에 익숙하기도 하고요. 괜찮은 학교에 진학한 친구도 여럿 있어요. 하하. 대학원에 진학할 생각도 있어요. 가르치는 게 적성에 맞는 것 같아요. 교수를 할 생각도 있거든요. 음악적인 부분을 표현하는 것과 가르치는 것 둘 다 하고 싶어요.”
/사진 강영국 기자
지울의 ‘음악적 피는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았다. 그의 아버지는 가수를 꿈꿨지만 포기해야 했다. 지울은 어릴 때부터 기타를 퉁기며 노래를 부르는 아버지를 보며 자랐다. 그는 운동도 좋아하는데 아버지를 보며 음악에 대한 꿈을 싹틔웠다”며 10년 후 내 모습을 떠올렸을 때 운동과 노래 중, 노래하는 모습이 더 멋있었다”고 음악을 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노래를 업으로 삼으니까 아버지께서 좋아하시긴 해요. 그런데 아직 유명하지 않으니 마냥 좋다기 보다 응원해주는 분위기가 더 크죠. 노래를 들려주면 평가도 해주시고요. 호불호가 분명하셔요. 하하. 반면 어머니는 제가 음악 하는 걸 크게 반대하셨죠. 그래도 아버지 응원 덕분에 잘 할 수 있었어요. 아버지는 ‘스무살 이전까지는 신분을 벗어나는 행동을 안 하되, 그 이후에는 하고 싶은 것을 하라는 주의거든요.”
지울의 어머니에 대한 애정은 더 각별하다. 첫 노래인 ‘니가 해줘를 발표했을 때 그의 어머니는 췌장암 수술을 받았다. 그 역시 자신의 첫 성과에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었다. 그는 2013년 10월 1일을 평생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첫 데뷔 앨범이 나온 날 어머니가 큰 수술을 받으셨죠. 평생 못 잊을 날이에요. 당시에 근 한 달을 간호하면서 지냈어요. 아픈 분 옆에서 어떻게 좋은 티를 내겠어요? 제 사정을 아는 분들의 도움도 많이 받았죠. 홍보를 대신 해준다든지…. 너무 큰 일이 한 번에 일어났네요. 그리고 췌장이 없으면 당뇨가 생기거든요. 어머니는 지금까지도 인슐린주사를 맞고 약을 먹고 그렇게 지내고 계세요. 제가 빨리 성공해서 어머니를 기쁘게 해드려야겠죠. 평소에 전화를 많이 못 드려서 죄송해요.”
요즘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일약 스타로 발돋움하는 가수가 많다. 지울에게도 이런 욕심이 없냐고 물었다. 도전은 하고 싶지만 ‘내 것을 더 많이 만들고 싶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는 참가자가 아닌 ‘내가 어떤 가수인지를 TV를 통해 보여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주위에서 오디션 프로그램 도전해보는 건 어떠냐고 많이 물어보죠. 개인적으로는 별로예요. 20대 중반인데 10대 학생들 틈에 서기에 부끄럽기도 하고요. 함께 작업해 보고 싶은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 가수는 있어요. 유성은 씨와 피프티앤드(15&)의 백예린 씨요. 섹시한 것 같으면서도 알앤비 느낌이 있는 분들과 노래하고 싶어요. 제 음색이 따뜻한 편이어서 조화가 잘 될 것 같아요. 여자친구가 보면요? 상관없어요. 일은 일이니까요.(웃음)”
그는 다시 한 번 나를 알리는 게 우선”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도미넌트크루의 중심축이자, 지울컴퍼니(Jiwl Company) 수장으로서의 꿈이다. 그 자체를 대단하다고 봐주는 사람들에게서 힘을 얻는다.
함께 음악하는 사람들과 성공하고 싶어요. 그들과 평생 음악을 하며 살 수 있다는 게 제 삶의 동력이 되거든요. 현실적인 어려움 때문에 부정적인 생각이 들 때가 많지만 항상 긍정적으로 바라보려고 해요. 이제 20대 중반이잖아요. 도전을 멈추고 싶지 않아요. ‘평생을 철 들지 말자는게 좌우명이거든요. 평생 이렇게 살아도 좋아요. 대중적인 음악을 계속하면서 꾸준히 경력을 쌓아갈 거에요.”
그는 마지막으로 ‘지울이라는 활동명에 담긴 뜻을 설명했다. ‘지성배의 울림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지울을 입력하면 ‘지울 수 없는이라고 자동 완성된다. 지울은 이 조차도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사실 이름 정하는 데에만 석 달이 걸렸어요. 지씨는 특이하니까 본명 그대로 가져왔고요. 어감이 좋은 것으로 갖다 붙이다 보니 ‘울이 제일 좋더라고요. ‘울림이라는 뜻도 적합하고 말이죠. 사람은 이름 따라 간다잖아요. ‘지울 수 없는 ‘지워지지 않는 가수가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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