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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인터뷰] ‘절세미녀’ 하지원, 엄마가 되다
입력 2015-02-02 17:30 
[MBN스타 박정선 기자] 바람에 휘날리는 머릿결, 요염한 손짓과 자태, 눈부시도록 빛나는 얼굴에 묘하게 매력적인 목소리로 남성들의 마음을 단 번에 휘어잡는 절세미녀. 극중 허옥란으로 분한 하지원의 모습은 다소 ‘오글거리는 설정에도 낯설지 않았다. 그간 그녀가 다른 작품들을 통해 선보였던 역할과도 크게 다르지 않았기 때문.

하지만 삼관(하정우 분)과 결혼한 이후의 허옥란은 하지원에게는 새로운 도전이었다. 머리를 질끈 묶어 올리고, 후줄근한 옷을 걸쳐 입은 허옥란의 모습에서는 이전의 ‘절세미녀는 없었다. 오로지 세 아이의 엄마 허옥란으로 거듭났다. 때문에 하지원은 하정우의 출연 제안을 받고 ‘거절이라는 카드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당시 ‘기황후를 찍고 있던 중이어서 잠을 잘 시간도 없었어요. 당연히 시나리오도 못 읽었죠. 다음 작품을 할 체력도 되지 않을뿐더러 세 아이의 엄마 역할이라고 해서 저랑은 맞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거절하기 위해 하정우 씨와 약속을 잡고 나서야 시나리오를 읽게 됐죠.”

하지만 거절을 위한 하정우와의 만남이 그녀에게 기대감을 심어주었다. 아니, 사실 그보다 먼저 시나리오에서 매력을 느끼고 하정우의 말이 그녀의 마음을 돌리게 됐다고 해야 정확할 듯 하다. 제 옷이 아니라 느꼈던 허옥란에게서 그녀는 어떤 매력을 찾았던 걸까.

시나리오가 정말 재미있더라고요. 하정우 씨를 만날 때도 허옥란이라는 역할보다 내가 시나리오를 보며 그린 영상미를 영화로 어떻게 만들어 낼지가 궁금했던 거였죠. 하정우 씨가 말하는 영화 ‘허삼관은 세련된 느낌이었어요. 그래도 허옥란은 내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계속해서 들었는데 사람들이 다 저와 어울린다고 하니까 거기에서 마음이 흔들리더라고요. 호기심이 많은 스타일인데 ‘도대체 뭐 때문에 나랑 어울린다고 했을까 생각을 시작한 것이 결정적으로 마음을 바뀌게 한 계기인 셈이죠.”


첫 장면을 제외하고 나서는 세 아이의 엄마로 등장하는 하지원. 특히 하지원의 밝은 피부톤을 낮추면서까지 ‘아줌마로 변신했다. 외적인 모습뿐이 아니다. 그녀는 보이스톤부터, 대사를 뱉어내는 빠르기까지 조절하며 철저하게 세 아이의 엄마 역할에 충실했다.

젊은 허옥란 역할에서는 정말 많은 사랑을 받아서 행복했어요. 주변 분들이 연기를 잘 해주셔서 절 ‘절세미녀로 만들어주신 거였죠. 영화에서는 그 신이 오버스러울 정도로 울림이 있잖아요. 심지어 삼관에게는 제 목소리가 판타지처럼 울리기까지 하니까요.(웃음) 처녀시절에는 ‘절세미녀라고 하지만 그 안에는 저 나름대로 표현하고 싶었던 게 있었어요. 전쟁 직후 먹고 살기 힘든 시기에 한줄기 빛처럼 에너지 넘치는 웃음소리, 밝은 이미지를 주고 싶었어요. ‘강냉이 사세요라는 대사를 통해 비타민 같은 느낌을 주려고 했거든요. 이후 세 아이의 엄마가 된 옥란이를 연기할 때는 한 번도 예쁘게 나와야 한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어요. 의상 피팅부터 헤어까지 더 옥란스럽기 위해서 노력했어요. 메이크업도 거의 하지 않았고요.”

그녀가 편하게 연기에 집중할 수 있었던 데에는 상대 배우이자 감독 하정우의 덕을 톡톡히 봤다. 감독의 이름으로 이번 영화의 메가폰을 잡은 하정우였지만, 그 누구보다 배우들의 마음을 잘 알기에 현장에서 불편함 없이 진행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

하정우 씨가 배우이기 때문에 배우의 마음을 잘 아는 것 같아요. 더 편했죠. ‘이런 상황에서 이랬으면 좋겠다하면 생각하기도 전에 다 세팅이 되어 있어서 불편함이 전혀 없었어요. 원래 영화하기 전에 자료조사를 철저히 하는 스타일이에요. 근데 저보다 더 디테일하고 많이 준비하는 사람은 처음 봤어요.(웃음) 제가 해야 했을 준비를 하정우 씨가 다 알아서 해주더라고요.”


그녀에게 연기만큼 편했던 것은 바로 아이들과의 호흡이었다. 처음 도전하는 역할인 만큼 고민이 많았을 법하지만 오히려 그녀는 신나게 놀았다”고 했다. 물론, 촬영 전에는 고민, 긴장도 많이 했지만 막상 현장에 가보니 아이들과 놀기 바빴다고. 아이들과의 호흡을 위해 특별히 준비를 한 점도 없었다. 아이들과의 자연스러운 연기 호흡은 실제 그녀와 아이들의 친근함 속에서 나온 것이었다.

일부러 아이들과 친해지려고 한 건 전혀 없었던 것 같아요. 아이들이 저에게 적극적으로 다가오더라고요. 진짜 재미있게 놀았어요. 아이를 돌봤다고도 할 수 없는 게 같이 게임하고, 오락실 가고 놀았어요. 오히려 아이들이 제 보디가드 역할을 해줬어요. 아이들이 절 케어한 거죠. 하하. 정말 예뻐서 순간 이 아들 셋이 내 아들이면 좋겠다 싶기도 하더라고요. 아이들이랑 뭔가 잘 통했다고 할까요? 그러다 보니 저도 모르게 아이들만 보면 안고 싶었어요.”

도전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그녀답게 이번 작품에서 그녀는 완벽하게 세 아이의 엄마로서의 모습을 보였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의 다음 도전이 더욱 궁금해졌다. 그녀는 2015년부터 더 많은 캐릭터를 하려고 한다”면서 기대를 높였다.

어떻게 보면 저를 위해서 그랬겠지만, 밝고 건강한 역할을 많이 하고 싶었어요. 악역을 하게 되면 내가 아플 것 같은 그런 느낌 있잖아요. 시나리오가 좋아도 ‘자신 없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앞으로는 악역에도 도전을 해보고 싶어요. 조금 더 다양한 장르, 다양한 캐릭터에 도전해 볼 생각이에요.”

박정선 기자 composer_js@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사진=곽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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