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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버스킹] 제주소녀 강아솔이 전하는 순도 100%의 음악
입력 2015-01-31 09:44 
사진=일렉트로 뮤직 제공
[MBN스타 남우정 기자] 강아솔의 음악은 차분하고 착하다. 노래 가사는 그 흔한 영어도 들어가 있지 않고 사전을 고이 찾아서 쓴 한글로만 온전히 채워져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그의 청아한 목소리까지 더해지면 금상첨화다.

불순물 없이 순도 100% 같은 강아솔의 음악은 그의 실제 모습과 닮아 있다. 화장기 없는 풋풋한 얼굴과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로 자신의 의견을 꾸밈없이 표현하는 강아솔은 그의 음악 그 자체였다.

지난 2013년 11월 정규 2집 ‘정직한 마음을 발표했던 강아솔은 오랜만에 피아노 소곡집으로 잠깐의 변신을 보여줬다. 절친한 재즈피아니스트 임보라트리오와 피아노로만 작업한 소곡집을 내놓았다. 특히 임보라는 강아솔이 서울에 올라와 만난 인맥 중 하나로 선생과 제자로 첫 만남을 가졌다.

서울로 올라와서 실용음악과에 진학했다. 음악을 하고 싶어서 학원을 갔는데 피아노를 추천하더라. 거기서 임보라를 우연히 만났다. 사실 임보라에게 피아노를 배운 기간은 4개월 정도로 짧은데 둘이 좋아하는 음악 스타일이 비슷했다. 처음 배운 곡이 유재하의 곡이라서 임보라가 기억에 났던 것 같다.”

피아노 레슨을 받을 당시부터 즐겨듣는 음악 취향이 비슷하다는 것을 알았던 두 사람은 재회 후 특별한 계획 없이 자연스럽게 콜라보레이션 음반을 제작하게 됐다. 악보에 구애 받지 않고 자유롭게 연주하는 재즈 피아니스트 임보라와 달리 곡 작업을 위해 악보 제작은 필수였던 강아솔은 나름의 고충도 겪었지만 꾸준히 소곡집을 내고 싶다는 욕심을 드러냈다.

프로젝트가 아닌 자연스럽게 둘이서 하고 싶을 때 낸 거라서 서로 마음이 있는 한 계속될 것 같다. 진짜 신기한 게 임보라가 만든 곡인데 제가 작곡한 것처럼 이질감이 없다. 부르는 것이기 편했기 때문에 신기하다는 생각했고 사실 같은 팀 같은 느낌이다.”

알다시피 강아솔을 제주도에서 태어나 유년시절을 보낸 제주도 출신 뮤지션이다. 음악을 좋아하긴 했지만 본격적으로 배워야겠다는 생각은 10대 후반에서야 하게 됐다. 어린 시절부터 바이올린을 배우고 잠들기 전 아버지가 기타를 치면서 노래를 해주던 시간을 보냈으니 음악은 강아솔에게 자연스럽고 익숙한 것이 됐다. 그러면서 작곡가의 꿈을 키웠고 서울 진출을 위해 모 대학 유아교육과에 진학했다.

무조건 서울만 가자는 생각으로 유아교육과로 진학을 했는데 과 공부에 관심이 없었고 결국 학교도 잘 안 나갔다. 근데 복수 전공으로 영어영문학과를 선택했는데 그제서야 문학에 관심을 가지고 감성이 쌓였다. 그래도 음악을 하겠다는 생각으로 실용음악 학원은 꾸준히 다녔다. 방학 때마다 제주도에 내려가느라 중도에 멈추긴 했지만.(웃음)”

본격적으로 클래식 작곡을 하겠다는 결심을 한 것은 대학교 3학년 때다. 음악을 직업으로 삼기 위해 편입을 결심했지만 결국 편입 시험을 치르지 못했다. 그 이유는 예상과는 달랐다. 처음 보는 기자에게 친근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았던 강아솔은 겁이 많아서 시험을 보지 않았다”라고 고백해 의아함을 자아냈다.

사실 낯을 많이 가리고 소심하고 겁도 많다. 그래서 학교를 들어가려고 한 것인데 떨어질 것 같아서 아예 시험을 안 봤다. 사실 부모님도 모르는 일이다.(웃음) 시험 자체가 무서워지고 떨어지면 오는 실망감을 마주하기가 무서웠다. 시험을 안 보고 ‘엉엉 소리 내서 울었다. ‘나 같은 건 음악할 자격도 없다고 생각하고 다 그만두고 제주도로 내려갔다.”

근데 기적같은 일이 생겼다. 음악을 그만두기로 결심한 후 제주도에서 안정을 찾고 있던 강아솔을 찾은 이들이 많아진 것이다. 영화 음악 요청과 동요 제작 제안도 왔다. 대학원을 가기로 결심하기 전에 우연히 만든 음반은 강아솔에게 더 큰 세상을 열어줬다. 지인들에게 줄 선물로 CD를 제작했는데 이 데모 CD를 듣고 한 스튜디오에서 음반을 유통하자는 요청이 왔다. 유통된 그의 1집 ‘당신이 놓고 왔던 짧은 기억을 듣고 온스테이지 팀까지 연락이 왔다.

전 제가 겁만 많은 줄 알았는데 욕심도 많았던 거더라. 마지막으로 음악에 대한 준비를 해보자는 생각을 했고 도전을 하면서 마음가짐이 완전 달라졌다. 그 전에는 ‘난 음악을 안 하면 죽을 것이라는 생각을 가졌다면 이젠 사람들이랑 즐겁게 음악을 하다 보니 욕심 자체가 행복해졌다. 모든 타이밍이 맞아 떨어졌고 서울 가면 음악의 기회가 많다고 생각해서 다시 올라왔다.”

음악으로부터 도망갔지만 결국 돌고 돌아 음악과 마주하게 됐다. 유년시절 제주도가 그에게 준 영향력 못지않게 현재는 소속사(일렉트로 뮤직)을 통해서 새로운 문을 만나게 됐다. 그는 전 워낙 수동적인 애라서 저보다 앞선 선배이자 어른들을 보면서 위안을 받고 그들의 음악을 사랑한다. 그 마음과 태도로 살아서 그 모습이 10년 후에 제가 된다면 그것으로 위로를 받는다”고 말했다.

올해 안에 정규 3집을 발매하는 것이 목표인 강아솔은 먼저 재즈피아니스트 임인건의 프로젝트 앨범 ‘올댓제주에 참여해 대중들을 만날 계획이다. 겁 많고 욕심 많던 그 뮤지션은 이제 낯선 이들과의 협업에 감사하고 즐길 줄 알게 됐다. 강아솔의 성장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사실 제 음악은 제가 겪은 것, 들었던 말들로 만든 개인적인 이야기다. 근데 어떤 분들은 그걸 자기가 듣고 싶었던 말이었다고 하더라.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누군가가 하고 싶은 말, 듣고 싶은 말을 전해주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런 음악을 계속 만들고 싶다.”

남우정 기자 ujungnam@mkculture.com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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