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육교,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입력 2015-01-30 20:33  | 수정 2015-01-30 21:12
【 앵커멘트 】
도심 속 도로를 지나다보면, 도로를 가로질러 갈 수 있는 '육교' 한 두번쯤 건너신 기억 있으실텐데요.
그런데 요즘 이 육교가 점차 사라지는 추세라고 합니다.
무슨 이유에서일까요?
원중희 기자입니다.


【 기자 】
지난 1973년 지어진 서울 미아동 화계육교입니다.

곳곳에 칠이 벗겨지고 색이 바래, 이제 철거만 앞두고 있습니다.

해가 저물자, 차량을 통제하고 거대한 크레인을 동원해 상판을 고정합니다.

난간과 다리를 절단한 뒤 위로 들어올리니, 상판이 그대로 떨어져나옵니다.


40년 넘게 한 자리를 지켜온 화계육교의 마지막 모습입니다.

▶ 인터뷰 : 안병석 / 서울 강북구청 도로환경개선팀장
"이 자리에 쾌적하고 안전한 보행환경조성을 위해서 저희가 새로이 횡단보도를 설치하고…."

육교는 산업화가 한창이던 1960년대부터 집중적으로 지어졌습니다.

빠른 것이 미덕이라는 기치 아래 자동차의 편의만 앞세울 뿐 사람은 뒷전이었습니다.

▶ 스탠딩 : 원중희 / 기자
"제가 올라와있는 이곳 육교의 높이는 4.4미터입니다. 그런데 엘리베이터나 경사로가 따로 설치돼 있지 않기 때문에 계단을 오를 수 없는 장애인이나 노약자 등 교통약자들은 사실상 육교를 이용할 수가 없습니다."

반면 앞이 뻥 뚫린 차량에게는 아무런 거칠 것이 없습니다.

▶ 인터뷰 : 김남숙 / 서울 휘경동
"할머니들은 거의 못 다니시죠 힘들어서. 못 올라오시니까. 유모차도 못 다니고요. (때문에 무단횡단하는 사람도 많다던데?) 할머니들이요. 그냥 뛰어가세요."

최근에는 도시 미관을 해치는 오래된 육교를 해체하고, 도로를 보행자 중심으로 개편하자는 움직임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지난 2010년 190개였던 서울의 육교는 하나 둘 철거돼 지난해 162개로 줄었습니다.

산업화 시대의 산물인 육교와 함께, 사람보다 차량을 우선시하던 과거의 사고방식까지 모두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습니다.

MBN뉴스 원중희입니다. [june12@mbn.co.kr]

영상취재 : 배완호 기자
유용규 기자
영상편집 : 원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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