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발생한 경기도 고양종합터미널 화재 참사의 가장 큰 책임이 공사 발주업체인 CJ푸드빌에 있다는 수사당국의 주장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형사1단독 박재순 판사는 30일 업무상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기소된 18명 가운데 CJ푸드빌 인프라공사 현장 책임자 양모씨(41) 등 2명, 자산관리업체 간부 신모씨(55) 등 2명, 수급업체 관계자 2명 등 6명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검찰은 양씨 등 CJ푸드빌 직원 2명에게 가장 무거운 징역 4년, 금고 4년을 구형했었다.
재판부는 "공사에 직접적으로 관여한 점이 인정되지 않으며 안전조치에 대해서도 구체적 주의의무가 발생한다고 인정할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대신 실제 공사를 담당한 하청업체 직원과 작업자, 시설관리업체 직원 등에게 책임을 물었다.
업무상과실치사상, 실화 등 혐의로 기소된 시설관리업체 관리소장 김모씨(48)와 방재주임 연모씨(45), 화재 당시 가스배관공사를 진행한 현장소장 조모씨(54)에게 가장 무거운 징역 2년 6개월을 각 각 선고했다. 용접 작업자 성모씨(51)와 배관 작업자 장모씨(46)에게는 금고 1년 6개월, 공사를 맡아 진행한 수급업체 대표와 직원 등 3명에게는 금고 2년 6개월, 징역 2년,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의 형을 각각 선고했다. 재판부는 업무상과실치사상, 실화 혐의에 대해서는 8명에게만 혐의를 인정했다.
결심공판때 공사 발주업체인 CJ푸드빌 책임이 제일 크다며 실형을 구형한 검찰은 항소 입장을 밝혔다. 오인서 고양지청 차장검사는 "발주업체는 공사 일정을 앞당기려 공사업체에, 자산관리업체는 시설관리업체에 영향을 미쳤다고 봐 중형을 구형했는데 재판부는 인정하지 않았다”며 "서류를 검토한 뒤 항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5월 26일 오전 9시께 고양종합터미널 지하 1층에서 화재가 발생해 터미널 이용객 등 9명이 숨지고 60명이 다치는 등 모두 69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재산피해도 500억원에 이른다. 당시 맹독성 가스가 대량으로 발생하고 연기가 에스컬레이터 공간을 타고 지상 2층까지 58초 만에 급속히 퍼져 대규모 인명사고가 발생했다.
그러나 화재시 85% 이상 진화를 담당하는 스프링클러에는 물이 빠져 있었고 지하 1층 전원이 모두 차단돼 소방설비가 작동할 수 없어 피해가 커졌다.
또 화재를 감지해 알리는 장치는 수동으로 전환돼 화재경보 및 대피방송이 뒤늦게 이뤄졌다.
[지홍구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