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동신유압, 수익 3분의1 성과급
입력 2015-01-29 14:15 

 "언제까지 중소기업에 쓸 만한 사람이 없다고 할 건가요? 지금 몸 담고 있는 직원들에게 동기 부여를 제대로 하면 충분히 인재로 만들 수 있습니다. 평소 직원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으면 신기술 개발도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
 사출성형기 제조업에서 48년째 '외길'을 걷고 있는 동신유압의 2세 경영자인 김병구 대표(48)는 '가업승계 이후 회사가 더 성장하고 있는 비결이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 같이 잘라 말했다. 김 대표는 미국 유학을 마치고 1995년 동신유압에 입사해 2011년 부친(창업자)인 김지 회장에 이어 대표를 맡았다. 올해로 4년째를 맞는데, 그 사이 회사 매출은 두 배 늘어 지난해 약 600억원을 기록했다. 사출성형기는 플라스틱 등 원료를 금형 틀 안에 넣어 제품을 만들어내는 설비다.
 "회사 리더로서 역점을 두는 건 신나는 일터 만들기에요. 중소기업에서 20여 년 경영자 준비를 하면서 깨달은 철학이죠. 그러기 위해선 저 자신부터 '사장 아들'이란 기득권을 내려놓고, 직원들이 열심히 일 해서 번 돈과 미래 가치를 직원과 공유해야 합니다. 중소기업에 있는 평범한 직원을 인재로 변화시키기 위한 동기 부여는 바로 여기에서 출발합니다.”
 그래서 김 대표는 회사 순이익을 성과급, 회사유보, 배당 등으로 3분의 1씩 배분하는 '3·3·3 제도'를 2013년에 도입했다. 회사 수익의 3분의 1을 성과급으로 돌려주자 직원들이 스스로 일하는 분위기가 더욱 고조됐다. 특히 성과급은 모두가 똑같이 나누는 게 아니라 차등지급을 한다. 몇몇은 연간 보너스로만 1000만원 이상을 받은 적도 있다.
 노력한 만큼 보상받는 문화가 빠르게 정착되면서 회사 생산성과 매출액이 매년 30% 이상 껑충 뛰고 있다. 월 생산량이 종전 40대가 최고였는데, 지금은 70대로 늘었다. 예전보다 생산시설과 인력이 크게 줄어든 걸 감안하면 '일취월장'이다. 강성이던 노조 문화도 급격히 사그라들었다.
 김 대표는 "동신유압 사출성형기가 국내 동종업계 제품보다 15% 정도 값이 비싼데도 잘 팔리는 것은 사출성형물의 불량률이 1% 이하로 타사보다 훨씬 낮기 때문”이라며 "이 모든 것이 나눔의 결과물”이라고 했다. 그가 말하는 나눔의 뿌리가 '인재 경영'이다. 이 회사는 직원 157명 중 20%가 넘는 30여명을 연구개발(R&D) 인력으로 채웠다. 작은 기업이지만 사내에 도서관도 만들고 자체 교육기관인 '동신아카데미'도 운영하고 있다.

 사장이 각종 언어교육과 푸짐한 자녀장학금 등 사람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자 직원들은 주인의식으로 보답한다. 동신유압의 직원 평균 근속연수는 25년. 그렇다고 젊은 직원이 부족한 것도 아니다. 최근 3년간 부산·경남 지역의 대학 졸업생과 특성화고 출신 60여명이 새 식구가 됐다.
 "중소기업 입사자들을 보면 선천적으로 떨어진다기 보다 학창시절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했던 경우가 많아요. 그런 직원들의 잠재력을 끌어올리고 기회를 주면 날로 성장을 하더군요. 자신은 노력하는데 주변에서 인정해주지 않는 분위기, 해봐야 안 된다는 식의 중소기업 분위기로는 동기부여가 될 수 없습니다.”
 그는 스스로 수 차례 위기를 겪으면서 직원을 목숨처럼 여기게 됐다고 말한다. 일례로 지난 2008년 중국산 저가 공세에 밀려 연 매출이 반 토막 난 적이 있다. 하는 수 없이 그해 말 전체 직원의 40% 가량인 100여명을 희망퇴직으로 내보내야 했다. 회사 문을 닫을 위기에 놓이자 임직원들 사이에선 "우리도 경쟁사처럼 값싼 중국산 부품을 떼다 사출성형기를 조립만 해서 팔자”는 얘기가 나왔다. 하지만 김 대표는 '한우물 경영'만이 중소기업의 유일한 생존 방안이라고 판단해 버텼고, 2010년 베트남에 공장을 짓던 삼성전자로부터 대량 주문을 받으면서 기적처럼 살아났다.
 2세 경영자만이 가질 수 있는 장점은 무엇일까. 그는 "사출성형 등 전통산업의 경재력은 결국 생산 손실(loss)을 얼마나 줄이느냐의 싸움”이라며 "창업자는 기존 관행대로 하는 경향이 있지만, 2세는 기계설계와 생산 등 모든 관리를 처음부터 배우면서 되짚다 보니 기존에 못 보던 손실을 찾아내 생산력을 더 높이고 있다”고 했다. 기술을 전적으로 사람에게 의존하던 방식도 바꿨다. 모든 기술 노하우를 문서화해 기술데이터를 축적하는 방식으로 전환했으며, 불필요한 중복요인을 없애는 등 과감한 개혁을 통해 리스크를 줄였다.
 동신유압은 올해 제2의 도약기를 노리고 있다. 오는 5월 부산신항 웅동배후단지에 기술집약체인 제2공장을 완공할 예정이며, 이후 고부가 신제품 중심으로 생산량을 늘려 매출을 1000억원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부산 = 민석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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