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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민호 “첫 스크린 주연, 기다리길 잘했다”
입력 2015-01-29 13:58  | 수정 2015-01-30 16:16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향희 기자]
폭력은 처절해졌고, 욕망의 깊이는 더욱 진해졌다. ‘강남 1970은 강남 땅을 둘러싼 두 남자의 욕망과 의리, 배신을 그린 작품이다. ‘말죽거리 잔혹사 ‘비열한 거리의 유하 감독이 내놓은 ‘거리 3부작의 완결편이다.
TV 드라마에서 주로 ‘꽃보다 멋진 갑부를 연기했던 이민호(28)는 극중 고아 출신 건달로 변신, 관객과 만나고 있다. 그가 연기한 ‘김종대는 같은 고아 출신인 ‘백용기(김래원)와 넝마주이 생활을 하다 악랄한 깡패가 되는 인물. ‘재벌 2세 이미지를 완벽하게 벗고 밑바닥 인생부터 마초 건달까지 다양한 얼굴을 보여준다.
개봉 8일 만에 120만을 동원한 이 영화는 그에겐 첫 스크린 주연작이다. ‘울학교 이티(2008) ‘강철중:공공의 적1-1(2008)에 출연했지만, 아무도 그를 주목하지 않던 시기였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웨이보 팔로어 수 2500만명을 거느린 ‘대세 한류스타이고, ‘왕관의 무게를 견뎌야만 하는 배우로 거듭났다. 덕분에 ‘강남 1970은 개봉 전 아시아 11개국에 선판매 됐다.
국내외 팬덤의 뜨거운 관심 속에 사실상 첫 영화 개봉을 맞은 이민호를 만났다.
-첫 스크린 주연작이다. 왜 선택했나.
언젠가 영화를 하게 된다면, 20대 후반이 되면 하고 싶단 생각을 했다. 영화라는 장르가 무게감도 있고, 그런 것들을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는 나이가 됐을 때 하고 싶었다. 이 작품을 만나고 기다렸다 영화하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편집에서 잘려나간 장면도 상당하다고 들었다.
침대 위에서 상의 탈의한 채 민마담(김지수)과 담배 피면서 이야기하는 신이 있었는데, 날아갔다.(감독은 종대와 민마담의 관계를 악어와 악어새로 표현했다.)”
-복근 풀리기 전에 보여줘야 했던 것 아닌가.
이미 다 풀렸다.(웃음) 그 신을 기점으로 많은 촬영 분량이 남아 있었다. 그때 이후 바로 운동을 끊었다.”
-‘종대는 묵직하면서도 거침없는 마초다. 30-40대에 연기했더라면, 아쉬움은 없었나?
그런 생각은 하지 않았다. 대본상의 나이가 23살이었고, 3년 후니까 26살에 끝나는 영화였다. 더 나이가 들어 했다면 성숙한 느낌은 있었겠지만, 그리고 무게감도 있었겠지만, 20대 출구 없는 인생을 표현하는 데는 청춘의 느낌이 덜 묻어났을 것이다. 식상하다고 표현하기는 그렇지만, 늙은 영화 느낌이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액션신이 정말 많았다.

크랭크인 전 준비할 시간이 촉박했다. 중국 스케줄을 소화하던 시기였다. 그래도 해외 스케줄에 액션팀을 데리고 다녔다. 극중에 나오는 액션신은 다 감정이 있고 이유가 있는 싸움이었다. 이유 없는 싸움을 할 때 가장 힘들다. 합을 미리 몇 달 전에 짜놓긴 했지만, 현장 상황에 따라 컨디션에 따라 바꾸고 변형했다. 또, 즉흥적으로 추가된 합들이 많았다. 크게 어려웠던 점은 없었다.”
-부상은?
액션 영화를 할 때 항상 부상에 대한 기사가 나와서 그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 안 하는 편이다.”
-무덤가 진흙탕 액션신은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로 꼽힌다. 촬영 기간 일주일에 물만 800톤이 소요됐다고.
진짜로 십몇 년 동안 그 직업을 가진 분들도 3일째 되는 날부터 굉장히 힘들어했다. 힘든 촬영이었고 실제로 머리가 찢어진 분도 있었다. 금이 간 분도 있었고. 나 같은 경우엔 발톱이 빠져 4일 정도 마취주사를 맞고 촬영했다. 마취주사가 풀리면 촬영을 접었다. 마취주사는 평균 7시간 정도 유지되더라.”
-비까지 내리는 설정이라 더 힘들었을 듯 하다.
그렇다. 일주일 촬영했는데 2~3일 정도는 해가 쨍했다. 영화를 자세히 보면 쨍 했다가 흐렸다가 한 것이 보인다.(웃음) 감정이 섞인 신이다 보니 크게 거슬리지 않았던 것 같다. 감독님의 어떤 의도가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게 아니면 그 톤을 다 맞추려고 했을 텐데.”
-감독님이 굉장히 디테일하다. 가장 많이 찍어본 장면은 몇 번이었나.
3번 이상 찍어본 적이 없다. 감독님 소문을 워낙 많이 듣고 시작했다. 그래서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했는데, 생각보다 그렇지가 않았다.(웃음) 이 정도 갖고 다들 힘들다고 했나, 생각했다. 주위 스태프들도 그 어느 때보다 굉장히 유하게 찍으셨다고 하더라. 끝나고 들어보니까 배려도 많이 해주신 것 같았다.”
-찍으면서 심적으로 피폐해졌다고 했다. 악몽에 시달리지 않았나. 사람도 여럿 죽였는데.
가위 한 번 눌려보고 싶다. 꿈도 많이 안 꾸는 편이고, 악몽은 많이 꿔본 적이 없는 것 같다.(웃음)”
-그냥 심적으로만 힘들었나보다.(웃음)
영등포에 입성하는 장면이 있다. 그 전이 가장 힘들었다. 종대는 힘든 감정을 1차원적으로 푸는 캐릭터가 아니다. ‘백용기(김래원) 같은 경우에는 화가 나면 화를 내고 즉각즉각 푸는 캐릭터다. 종대는 계속 쌓아둔다. 쌓아두면 내면적으로 표현해야하기 때문에 연기하면서도 ‘답답하다 ‘숨이 막힌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다가 영등포 입성하는 장면부터는 같이 풀었다. 실질적으로 그 답답함이 해소되는 기분이었다.”
-선배 김래원과 투톱으로 연기했는데.
처음 기획사 들어갔을 때 (김)래원이 형이 있는 회사였다. 알게된 지는 10년 정도 된다. 그 당시엔 굉장히 아우라 있고, 내가 감히 쳐다볼 수도 없는 존재였다. 좋은 형이자 선배였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세월이 지나 이렇게 같이 연기할 수 있음에 고맙고, 동료로 함께 호흡한다는 것 자체가 좋은 경험이었다. 영광이라고 생각한다.”
- 두 남자가 팽팽해야 몰입도가 높아지는 것 아닌가.
‘용기라는 인물에 대해 어느 시점까지 계속 3년 전의 형이라는 감정을 놓지 않고 갔다. 경쟁의식을 느끼거나 경계 대상이라고 생각하고 연기하지 않았다. 과연 내가 형을 죽여야 하는가, 총을 쏘기 직전까지 고민하며 연기했다.”
-동생으로 나온 설현(AOA)과의 호흡은 어땠나.
일단 시대적 배경과 잘 어울렸다. 뭔가 슬픈 느낌이 있다. 장난으로 집에 우환 있냐고 물어봤다가 기사가 났다. 슬픈 느낌이 있어 배역에 잘 어울렸던 것 같다. 그 나이답지 않게 차분한 느낌이 있더라. 개인적으로 아이돌보다는 배우 쪽이 더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다.”
-실제로 땅 욕심 많은가.
땅은 이제 끝났다고 본다. 하하.”
-재테크에 관심은 없나.
당연히 필요한 부분이다. 그런데 생각보다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더라. 그래서 지금의 상황에선 재테크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 하는 일을 포기하고 놓쳐야하는 시간들이 많기 때문에. 아직은 기본에 더 신경을 쓰자는 주의다. 재테크는 언제쯤 전문적으로 시작할지 모르겠다.(웃음).”
-공약을 걸었더라.(유하 감독이 언론시사에서 500만 넘으면 오토바이 타고 강남역을 질주하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
감독님이 (공약을) 거셨는데, 여기자님들이 반대하더라. ‘그걸 왜 하냐 ‘차라리 프리허그를 해라 조언 해주더라. 내 의지와 상관없이 감독님이 정해준 거니까 바꿔도 될 것 같다.(웃음)”
-중국 버전에는 ‘선혜와 멜로라인이 있다면서?
많이 강화됐다. 거의 안 잘리고 감정도 길게 간다.”
-국내에선 왜 잘라냈을까.
일단 가장 큰 차이를 말하라고 하면 한국 버전은 메시지 적인 측면이 강하다. 캐릭터의 감정선으로 끝까지 가는 영화가 아니다. 큰 메시지가 있고 스토리를 따라 주인공들이 흘러간다. 중국 버전은 오히려 가족에 대한 느낌, 선혜(설현)에 대한 느낌과 감정적인 이야기가 거의 다 빠진다. 못 봤지만 이야기 듣기로는. 한국 버전은 틀 안에서 두 사람이 욕망과 서로 다른 것들이 충돌하는 이야기로 끌고 가기 때문에 보여 지는 것들은 최대한 짧은 흐름 정도로만.”
-‘선혜와 잘 되나 싶었는데 그렇지 않았다.
그래서 엔딩도 다른 버전이 있다. 원래는 살아있는 버전도 있다. 대본이 여러 번 고쳐졌다. 에필로그로 살아있는 버전을 찍나, 안 찍나도 감독님이 오래 고민했다.”
-러닝타임 초반에 비주얼적으로 충격이었다.
나도 깜짝 놀랐다.(웃음) 대본을 받고 처음 걱정했던 부분이 ‘넝마주이를 얼마나 설득력 있게 표현할 수 있을까였다. 거기서 웃기거나 집중이 안되면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런데 그 옷도 정말 많은 심사를 거치고 스태프들이 입어본 후 정말 거지같은 걸 골라 입은 거다.(웃음) 그런데도 안 된다면 내 잘못이다. 그래도 우리끼리는 ‘진짜 불쌍해 보인다고 얘기했다. 하루는 어머니가 촬영장에 오셨는데, ‘힘들어서 어떡하니 하셨다. 괜한 콧물 분장까지 했으면 진짜…”
-70년대면 태어나지도 않았던 때다. 감정이입은 어렵지 않았나.
시대보다 드라마를 읽으려고 노력했다. 캐릭터를 통해 1970년대 감성을 전달하는 작품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충분히 현실에서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있고, 분명히 나도 느꼈던 부분이다. 지금의 내 친구들도 고민하는 부분들이고. 지금 2015년에서 가져갈 수 있는 감정의 연결고리를 많이 생각해서 그 답답함, 막막함, 처절함을 표현하려고 했다. 오히려 70년대 감성을 이해하거나 ‘이렇게 표현해야지 했던 부분은 크게 없었다. 그리고 이 시대에 살고있음을 감사하게 됐다.”
-유하 감독의 전작들을 봤을텐데.
‘말죽거리는 고등학교 때 봤고, ‘비열한 거리는 20대 초반 때 봤다. 그때는 관객의 입장에서 봤다. 그냥 재밌다, 재미없다 정도로만 생각했다. 메시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영화를 다 찍을 때까지만 해도 그런 전작들에 대해 의식하지 않았다. 오히려 끝나고 그런 질문들을 받으니까 생각을 깊게 하게 되는 것 같다.”
-전작 주인공들에 비춰보면 ‘종대 캐릭터는 어떤가.
다루는 이야기 자체가 3부작답게 가장 무거운 소재란 생각이 든다. 덩달아 캐릭터의 깊이도 가장 깊다. 재미 여부를 떠나 개인적으로 어떤 메시지가 있고 정확한 대본이 있는 영화를 좋아한다. 그래서 이 작품이 만족스럽다. 누가 되지 않도록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평가는 해줄 것이다.”
-영화에선 3년이란 시간이 변곡점이었다. 20대 마지막인데 30대는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계획해두는 편은 아니다. 생각도 매년 달라진다. 항상 모든 걸 비워두는 편이다. ‘상속자들 할 때 왜 ‘꽃남 때 입었던 교복을 다시 입고 하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지금 모습을 간직할 수 있는 작품을 하나라도 더 남기고 싶었다. 이 작품도 마찬가지다. 남자답게 보이고 싶어 선택한 게 아니다. 그냥 20대 후반의 영화를 하고 싶었고, 운 좋게 남자 영화를 잘 만드는 유하 감독님을 만났다. 이미지 변신을 하려고 한 것은 아니다. 30대 때도 마찬가지다. 내가 어떤 생각을 할지, 어떻게 변해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틀에 나를 가둬두는 편은 아니다.”
-어떻게 보면 대중이 가둬놓은 틀은 ‘이민호는 잘 생겼다다.
그건 좋은 틀인 것 같다. 하하. 욕심나는 건 잘 생긴 배우가 아니라 매력있는 배우다. 어쨌든 외모가 말끔하게 생겼다는 건 단점이 될 수도 있겠지만, 장점으로 봐주는 사람들이 더 많다고 생각한다. 사람도 매력있는 사람을 좋아한다. 반전 매력이 있는 사람들.”
-연기 하면서 만난 배우 중 가장 반전 매력을 갖고 있는 사람은 누군가.
류승룡 선배다. 처음 만났을 때 풍기는 이미지는 진지하고 남자다울 것 같았다. 그런데 완전 싼마이(3류를 의미하는 일본어 산마이메에서 유래된 속어) 매력이 있다. 극과 극을 다 갖고 있는 사람 같다.”
-어떤 것에 욕심을 내는 편인가.
사적으로는 포기하는 부분이 많다. 위치적인 것도 그렇고 직업의 특수성도 있기 때문에. 일적으로는 누구한테 휘둘리지 않는 편이다. 내 생각,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편이다.”
-음반 작업도 본인의 의지인가.
그렇다. 순전히 내 의지다. ‘꽃남 끝나고 첫 팬미팅을 했다. 그때만 해도 누구 앞에서 노래 부르는 것이 익숙치 않았다. 부르는 것도 좋아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런 자리가 굉장히 많아지더라.(웃음) 해외에서도 그렇고. 1년에 몇 회씩 진행하다 보니 나를 보러 와주는 분들에게 예의가 아닌 것 같더라. 뭔가 변화를 줘야겠단 생각을 했다. 지금은 내 노래로만 12곡을 부르고, 가수 공연처럼 무대를 꾸민다.”
-아시아권에서 인기가 엄청나다. 개인 여행을 하긴 어렵겠다.
굉장히 많은 나라를 다녔다. 일을 하면서 한 달에 반 이상은 해외에 있다. 그런데 어느 나라를 가도 보는 게 없다. 호텔 아니면 행사장이다. 이 나라가 어딘지, 정확히 어느 나라에 와 있는 건지 헷갈릴 때도 있다. 많은 나라를 다녔다고 이야기는 하지만 실질적으로 그 나라에 대한 이해나 경험을 못해봐서 가까운 곳부터 차근차근 깊이있게 여행 해보고 싶다는 소망이 있다. 그런데 몰래 갈 것이다.(웃음)”
-올해 계획은.
‘꽃남 ‘상속자들 이후에 내 연기를 기다리는 분들이 점점 많아졌다는 거다. 그런 것에서 오는 책임감이 크다. 나는 ‘영화를 보다 반해서 배우가 될 거야라거나, 연기에 완전히 미쳐서 된 케이스가 아니다. 자연스럽게, 우연치 않게 시작하게 됐다. 하다 보니 오기가 생기고, 자존심도 발동하고 그러면서 사랑도 받게 됐다. 단순히 연기하는 것보다 기다려주는 분들, 그리고 나를 평가해주는 분들에게 항상 떳떳하고 싶다. 후회하지 않을 만큼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고 있다. ‘내가 당당할 수 있자는 주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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