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더 나이 먹기 전에…” 이현승은 간절하다
입력 2015-01-28 10:31 
두산 베어스 투수 이현승이 27일(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오리아에 있는 두산 스프링캠프장에서 간절하고 진지한 마음을 담아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美 피오리아)=옥영화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美 피오리아) 서민교 기자] 두산 베어스 이현승(32)은 올 시즌이 간절하다. 수술과 군 입대로 젊은 시절을 흘려보냈다. 올 시즌은 다르다. 두산 마운드의 큰 지원병이다.
이현승은 아직 확실히 정해진 보직이 없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이현승을 5선발 후보로 꼽아둔 상태. 불펜과 마무리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다. 이현승은 어떤 보직을 맡더라도 모든 것이 기회라는 독한 각오를 품었다.
경쟁의 한 복판에 서 있는 이현승을 27일(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오리아의 두산 스프링캠프장에서 만났다. 몸은 땀으로 흠뻑 젖어있었지만, 누구보다 차분했다. 어떤 각오로 전지훈련에 임하고 있는지 느껴질 정도였다.
이현승은 어깨가 무겁다. 올 시즌 투수조 조장을 맡았다. 하지만 조장의 역할 자체가 행복해 보였다. 책임감이 많이 든다. 나 혼자 운동하는 것이 아니라 위아래를 다 챙겨야 한다. 때론 싫은 소리도 해야 하고, 후배들 고충거리도 들어야 한다. 그런데 다들 잘하고 있어서 내가 크게 하는 일은 없는 것 같다.” 사실 이현승은 선수들에게 잔소리보다 듣기 좋은 칭찬을 많이 해주는 형 같은 선배 역할을 하고 있다.
이현승은 지난 2013년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과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았다. 지난 시즌 도중 군 제대 후 복귀해 적응할 틈이 없었다. 다행히 몸 상태는 아주 좋다. 그는 수술한 부위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했다.
두산은 올 시즌 좌완 왕국으로 거듭났다. 좌완투수만 7명이다. 이현승은 선의의 경쟁을 택했다. 당연히 많이 있으면 좋다. 경쟁을 하면서 후배들에게 배우는 것도 있고 또 후배들이 나에게 배우는 것도 있다. 서로 윈-윈 하고 있다. 나로서는 더 열심히 할 수 있는 동기부여가 된다.”
그의 배우는 자세는 나이를 떠나 있었다. 특히 선배로서 함덕주에 대한 칭찬을 늘어놨다. 함덕주는 두산의 미래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이는 어리지만 갖고 있는 능력이 많아 발전할 수 있는 친구다. 나도 그 친구한테 배울 점이 많다.” 참 겸손하다.
하지만 올 시즌 이야기가 나오자 눈빛이 달라졌다. 그동안의 아쉬움이 묻어 나왔다. 작년은 우리 팀 누구나 아쉬웠을 것이다. 나도 제대로 보여준 것이 없었다. 올 시즌은 팀에 큰 힘이 될 수 있게 보여줄 때다. 그동안 난 있는 듯 없는 듯 있었다. 올해는 반드시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간절한 이현승에게 기회가 왔다. 열린 보직은 그를 채찍질하고 있었다. 그는 보직 변경도 있을 것 같다. 기대 반 걱정 반이다. 내가 혹은 다른 선수들의 보직이 바뀌면 어떨까란 생각을 해보면 호기심이 생긴다”고 했다.

그의 호기심은 다양한 보직에 걸쳐 있다. 그래서 기회다. 누가 마무리가 될지 모른다. 어떻게 보면 그 자리도 굉장히 좋은 자리이고 기회다. 특히 선발과 불펜에 이어 마무리까지 할 수 있는 선수가 된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
이현승은 지난해 1억5500만원에 재계약 했다. 4500만원이 오른 금액이지만, 자유계약선수(FA) 대박을 터뜨린 동갑내기 장원삼과 안지만(32‧이상 삼성 라이온즈)을 생각하면 마음이 서리다.
그가 올 시즌 독기를 품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는 뭔가 보여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난 몇 살까지 운동할지 모른다. 이제 몇 년 안 남았다. 더 나이 먹기 전에 뭐라도 하나 하고 싶다. 그래서 올해는 달라질 것 같다. 꼭 그렇게 해야 한다.”
선수들에게 가장 큰 시련은 부상이다. 아파본 사람이 아니면 모른다. 올 시즌 이현승의 목표도 다른 것이 없다. 부상을 당하지 않는 것. 그것 하나다. 개인 목표는 없다. 처음부터 끝까지 한결 같이 아프지만 말고 시즌을 치르고 싶다. 아프지만 않으면 뭐라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지금도 후회를 한다. 조금만 안 아팠으면 더 잘할 수 있었을 텐데…. 지금 모든 중점은 체력이다. 몸 관리를 잘해 시즌을 맞이하겠다.”
이현승의 차분하고 진지한 인터뷰 속에 호기심이 드는 것은 왜일까.
[min@maekyung.com]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