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인투자자 김씨는 지난 2012년 초 코스닥 최고 유망주 중 하나로 각광받던 사파이어테크놀로지의 주식 100주(주당 6만원)를 사들였다. 이후 사파이어테크놀로지는 대규모 적자 영향에 주가가 지속적으로 떨어졌다. 여러번의 손절 기회가 있었지만 김씨는 지난해 7월에서야 보유 지분 모두를 처분(주당 3만원), 투자금 절반을 날렸다. 김씨가 '우량주'에 대한 미련을 버린 것은 한국거래소가 2년 연속 수백억원의 순손실을 낸 사파이어테크놀로지를 이듬해 6월에서야'우량기업부'에서 '중견기업부'로 소속변경 한 이후였다.
기업 특성에 맞는 체계적인 관리와 투자에 참고할 지표를 제공한다는 취지로 마련된 거래소의 코스닥 소속부제가 여전히 혼란만 야기시킨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2년째 적자가 확실시되는 기업들이 여전히 우량기업부에 속해 있어 거래소의 늦장 대처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터치스크린 부품 제조업체인 멜파스는 지난해 3분기 누적 순손실 177억원을 기록했다. 2013년 16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이 회사는 2년 연속 적자가 확실시되고 있으나 여전히 우량기업부에 속해 있다.
발광다이오드(LED) 부품 제조업체인 우리이앤엘 역시 적자지속(2013년 77억원, 지난해 3분기 누적 44억원 순손실)이 확실하지만 우량기업으로 분류돼 있다. 미래나노텍, 도이치모터스는 물론 코스닥 우량주로 정평이 나 있는 인터플렉스(3분기 순손실이 645억원)와 포스코엠텍(720억원)도 2년 연속 적자를 피하지 못할 전망이다.
전방 산업 악화로 기업 실적이 단기 급락할 수는 있다. 그러나 적자가 장기간 지속되고 있음에도 시장 관리자 역할인 거래소가 늦장 대처는 물론 시장 흐름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를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이같이 뒤떨어진 소속 변경이 이뤄지는 배경에는 비합리적인 거래소의 선정 기준이 자리잡고 있다. 통상 우량기업의 요건으로 자기자본 규모, 시가총액 규모, 대주주 변경, 자본잠식 여부 등을 보는 데, 당기순이익 요건이 '3년 평균 30억 이상'으로 지정돼 있어 혼란을 야기시킨다는 지적이다.
1000여개 코스닥 상장사 중 4분의 1(259개)에 달하는 우량기업 수도 문제로 지목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거래소 기준에 따르면 한 해만 대규모 이익을 내면 이후 2년 적자가 발생해도 우량기업이라는 간판을 유지하는 게 가능하다”며 "이같은 기준이 실적 및 주가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큰 코스닥 시장의 특성에 부합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우량기업의 상당 수를 차지하는 IT업체들의 경우 소속 분류가 큰 의미가 없다는 해석도 나온다. 산업 주기에 따른 실적 변동이 크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전기·전자 담당 연구원은 "최근 2년간 적자로 전환한 우량기업 상당 수가 IT관련 부품제조업체들인데 2~3년(2010~2012년)의 산업 호황 주기가 끝나면서 실적이 위축됐다”며 "사파이어테크와 같이 일정 주기가 지났음에도 반등이 나타나지 않는 사례가 빈번해지면서 소속제도가 무색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매경닷컴 이용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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