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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원 “매 역할마다 그 캐릭터로 행복하게 살아요”
입력 2015-01-23 20:45  | 수정 2015-01-27 11:21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향희 기자]
‘길라임일 땐 ‘길라임으로, ‘옥란일 땐 그냥 ‘옥란으로 행복하게 살아요. 배우라는 직업이 일은 아닌 것 같아요. 좋아하는 걸 하고 있으니까 작품 하면서 보내는 시간도 제 삶인 거죠.(웃음)”
배우 하지원(36)은 밝고 유쾌하다. 톡 쏘는 콜라 같은 매력이라기 보다 상큼하고 사랑스러운 레모네이드 같다. 데뷔 이후 줄곧 톱여배우로 살아온 그녀는 서른 중반을 넘긴 지금도, 남자 스타들이 상대 역으로 가장 만나고 싶어하는 여배우다.
충무로에서 가장 잘 나가는 배우 하정우 역시 가장 연기해보고 싶은 여배우”로 하지원을 꼽아왔다. 하정우는 두번째 연출작 ‘허삼관에서 그 소원을 풀었다. 허삼관의 절세미녀 아내인 ‘허옥란 역에 하지원을 캐스팅 한 것.
하지만 일사천리로 진행됐던 것은 아니다. 하지원은 당초 이 영화를 거절할 마음이었다고 한다. 적어도 감독 하정우를 직접 만나기 전까지는.
하지원의 마음이 바뀐 건 뒤늦게 읽은 시나리오 때문만은 아니었다. 감독 하정우에게서 들은 이 한마디가 결정적이었다.

‘왜 ‘허옥란 역에 나를 캐스팅하려고 하냐 물었죠. ‘지원씨 말고는 생각한 배우가 없다더라고요. 그러면서 ‘나도 아빠 역할 처음 하는 거다. 하지원이 허옥란을 하는 거고, 하지원이 아이 셋을 둔 엄마다며 심플하게 정리해주더군요.(웃음)”
‘허삼관은 중국 위화 작가의 베스트셀러 소설 ‘허삼관 매혈기를 영화화한 작품이다. 가진 것 없지만 가족만 보면 행복한 남자 허삼관이 11년 동안 남의 자식을 키우고 있었다는 기막힌 사실을 알게 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하지원은 극중 삼형제 일락·이락·삼락의 엄마를 연기했다. ‘엄마 연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지금껏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연기였죠. 촬영 중에는 하정우가 내 남편이고 삼락 형제가 내 아이인 것처럼 신나게 놀았어요. 계산된 연기나 설정이 아닌 이렇게 즐기면서 찍은 적은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촬영장은 그야말로 ‘힐링캠프였다. 하지원은 꿈같은 촬영이었다”고 돌아봤다. 하정우 역시 그런 하지원과의 작업은 퍼펙트” 판타스틱”이었다.
촬영이 빨리 끝나면 오늘 저녁 메뉴는 뭘까, 늘 기대했어요. 한 번은 와인과 잘 어울리는 매운탕을 해줬는데 완전 감동이었죠.”
-시나리오를 보고 그렸던 그림과 완성된 영화가 많이 닮았나.
상상한 것, 기대 이상으로 더 예쁘게 만들어졌다.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동화 같고 판타지 같은 느낌도 있었지만, 쿨하고 세련됐더라. 작업하면서도 예상과 맞아떨어졌다.”
-지원씨가 예쁘게 나왔다는 반응이 많다
하하. 예상하지 않은 반응이다. 엄마처럼 보이려고 일부러 메이크업도 더 안하고 라인이 드러나지 않는 옷도 입었다. VIP 시사 후에도 지인들이 빛이 나게 예쁘고 아름답다고 표현해주니 좋았다.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촬영장 분위기가 유난히 좋았다고 들었다.
그냥 놀았다. 여기서 이렇게 연기해야지, 예쁘게 보여야지, 그런 게 없었다. 거울 보면서 머리 만지는 일도 없었다. 놀이터처럼 편하게 연기했다.”
-그런데, 처음엔 왜 거절하려고 했나?
아이 셋을 둔 캐릭터가 나와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자신이 없었다. 두렵기도 하고. 크리스마스 이브에 정우씨를 만나 작품 얘기를 했는데 ‘나도 아빠 역할 처음 하는 거다. 하지원이 허옥란을 하는 거고, 하지원이 아이 셋을 둔 엄마다며 심플하게 정리해주더라. 정우씨를 만나는 날 아침에 시나리오를 급히 읽었는데 문어체가 매력있더라. 상상도 되고 캐릭터가 궁금해지기도 했고.”
-감독 하정우를 만나 무슨 얘길 나눴나.
왜 나를 ‘옥란 역에 캐스팅하려는지 궁금했다. 지원씨 말고는 생각한 배우가 없다면서 잘 어울린다고 하니까 갑자기 궁금해지더라. 궁금궁금궁금. 뭐 이런 거.(웃음) 그동안은 남들보다 내가 잘 할 수 있을 것. 남들에겐 어려운데 내가 할 수 있을 것 같은 캐릭터에 끌렸다. ‘이건 내가 전혀 못할 거 같은 캐릭터야, 100%야 그랬는데 다들 ‘지원씨 너무 잘 어울려요? 하니까 ‘왜? ‘정말? 그러면서 호기심이 발동했다.”
-엄마 연기는 처음이었다. 어떤 생각을 갖고 연기했나.
원작에선 더 억척스럽고 욕도 하는 엄마였다. 억척스런 역할은 해 본적이 없었는데, 내 나름대로 연기했다. 아이를 낳아본 적이 없으니 머리로 하는 건 아니라 생각했다. 현장에서 릴렉스가 돼서 즐기다 보니 더 많이 릴렉스가 된 것 같았다. 대본을 수십 번 보고 설정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번엔 내 느낌대로 가자 싶었다. 그 안에서 노니까 자연스럽게 나온 것 같다. 고민도 했다. 젊을 때와 10년 후는 설정을 하고 싶었다. 결혼 전에는 돈도 없고 가난해 화려함을 줄 수 있는 캐릭터가 아니다. 사람들이 공사판에서 힘들게 일할 때 한줄기 빛처럼 등장하는 에너지가 느껴지는 여자라 생각했다. 그래서 최대한 갖고 있는 밝은 목소리나 웃음소리를 보여주려 노력했다. 10년 후엔 생활력 있는 연기에 더 집중했다.”
-하 감독의 배려가 특별했던 것 같다
불편함이 없도록 현장을 만들어줬다. 항상 음악 틀어주고 간식 챙겨주고. 배우가 최고의 컨디션으로 연기할 수 있도록 해줬다. 다른 작품들은 항상 대본 외우느라 내 시간을 갖는 게 부족했다. 워낙 자연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야외(순천)에서 촬영하니까 저절로 힐링이 됐다. 조미료가 들어가지 않은 음식 먹고, 숙소가 펜션이었는데 한옥이었다. 큰 달도 보이고.”
-촬영하면서도 가슴 찡했던 장면이 있나.
일락이가 만두 먹고 싶다며 친아빠를 찾아간 장면이었다. 얼마나 먹고 싶었으면 그랬을까 가슴이 아팠다. 또. 만두와 붕어찜이 한상 차려진 엔딩 장면에서 눈물이 났다. 너무 행복하고 예쁜 그림에 그랬던 것 같다.”
-배우 하정우와 감독 하정우를 모두 경험했는데.
두 가지를 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감독으로서 준비하는 모습을 보면서 많이 배웠다. 그렇게 운동을 좋아하는지도 몰랐다. 요리를 하는 지도 몰랐다.(웃음) 같이 등산하고 탁구 가끔 치고, 저염식에 조미료 안든 음식 먹고. 집에서 만든 음식으로 건강관리 해주니까 좋았다. 촬영할 때는 진지하다. 무겁거나 심각하게 진지한 게 아니라, 감독으로서 여유 있고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들면서도 진지하다.”
- 전혜진씨와 격투신이 인상적이었다. NG는 없었나.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그래 난 죽지 않았어 하고 갔다. 원래 대본엔 머리끄뎅이 잡고 싸우는 싸움이었다. 그런데 현장에서 액션본능으로 해달라고 했다.(웃음) 그래서 복싱처럼 나온 장면이다.”
-정상에서 쉴 틈 없이 달려왔다. 지칠 때는 없나.
좋아할 수 있는 걸 찾는다. 즐길 수 있는 걸 찾는다. 거기에 집중하다 보면 스트레스가사라진다. 가장 좋아하는 말이 ‘지금 이 순간이다. 지금 이 순간을 최고로 즐기는 게 행복하다. 고민이 있어도 그 고민을 머리에 끌어안고 사는 스타일이 아니다.”
-일만 하고 언제 쉬나.
내게 배우라는 직업은 일은 아닌 것 같다. 좋아하는 걸 하고 있다. 예전엔 ‘난 왜 개인적인 삶이 없을까 ‘너무 불쌍한가 그랬는데 돌아보니 그것도 다 내 삶이고 작품 안에서 느끼고 성장했더라. ‘길라임이면 최고로 행복하게 ‘길라임으로 살고, ‘옥란이면 ‘옥란으로 최고로 행복하게 산다. 그 작품하는 시간 동안 삶이 없다고 생각하면 불행하다. 작품 하는 동안의 삶도 내 거더라.”
-스캔들이 없어도 너무 없었다.(웃음)
촬영장, 집, 촬영장, 집이다. (파파라치가) 붙어도 찍을 게 없다. 하하.”
-결혼에 대한 계획은 없나?
운명 같다. 내가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나. (결혼 보다) 지금은 뭐든 재밌는 게 좋다. 연애도 좋고, 놀러가는 것도 좋고, 여행도 좋고.”
-안티도 없고 여성 팬이 많다.
질투하는 대상이 아니라 빙의가 되고 팬이 되어 준다는 건, 너무너무 럭키한 일 같다.”
-‘허삼관 한줄 평을 한다면
좋은 영화. 동화처럼 예쁜 영화, 어느 영화보다 터치하는 감정은 가장 큰 영화다.”
사진=유용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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