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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바다 “‘바람사’ 혹평, 상상도 못한 일이지만…”
입력 2015-01-23 16:16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 기자]
모든 걸 잃는 여인, 스칼렛 오하라. 무대에 오르기 전, 슬픈 정서에 빠져 한참을 지냈어요. 그 밝은 제가, 매일이 눈물 바다였죠. 무대에 오르니 비로써 이 작품이 얼마나 희망찬 메시지를 담고 있는 지 깨닫게 되더군요. 워낙 기대가 컸던 터라, 그것도 국내 초연작이라 예상치 못한 난관들이 많았어요. 개막 후 실망감을 표하시는 분들을 보고 속상하기도 했지만, 오히려 빠른 돌파구를 찾는 기회를 잡았죠. 저뿐만 아니라 관객들에게도 ‘한 자락의 빛과 같은 작품으로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어떤 위기의 순간에도 의연함을 잃지 않은, 도전과 모험을 즐기는 그는 역시 ‘프로였다. 예상치 못한 혹평에 기운이 빠질 법도 한데, 오히려 뒷심, 그리고 반전의 묘미를 보여주겠노라”며 당찬 포부를 드러낸다.
지난 9일 올해 최대 기대작 중 하나였던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예술의전당에서 막을 올렸다. 2003년 첫 선을 보인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프랑스판 뮤지컬의 아시아 초연작으로 개막 전부터 국내 팬들의 관심이 뜨거웠다. 탄탄한 원작에 화려한 볼거리, 웅장한 퍼포먼스에 고난이도 음악까지. 어느 것 하나 소홀할 수 없는 이 엄청난 도전에 이목이 집중됐다. 안타깝게도 첫 대면의 반응은 다소 차가웠다.
바다, 임태경 등 검증된 뮤지컬 스타를 주축으로 주진모 서현 등 새로운 얼굴들이 합세했다. 명장면의 향연, 배우들의 흠잡을 데 없는 열연이 돋보였지만 과도하게 압축된 스토리, 어색한 장면 이음새, 불분명한 대사 전달 등이 도마에 오르며 완성도에는 혹평이 이어졌다.
상황이 이러하니 주연 배우이자, 뮤지컬 디바로 명성이 자자한 바다로서는 억울할 법도 했다. 하지만 그는 상대적인 기대치가 있는 것 같다. 처음부터 과한 칭찬으로 가득 찼다면 오히려 끝이 허해질 수 있지만 살짝 못 미친 시작 덕분에 제대로 된 반전을 보여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생겼다”고 했다. 역시나 긍정의 여신다운 역발상이다.
앞으로의 일은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잖아요?”라고 그가 반문했다. 이어 쓴소리를 듣는 순간에는 물론 실망스럽죠. 하지만 작은 보완 작업만으로도 판은 바뀔 수 있더라고요. 기술적인 시행착오일 뿐, 배우들의 역량은 이미 최대치로 끌어올려진 상태기 때문이죠”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한국에서는 초연이기 때문에 몇 개월 안에 해결하기 힘든 부분들이 있어요. 원작자가 제시한 기본적인 틀 안에서 한국 정서에 맞게 재 각색하다보니 각종 제약들에 부딪혀 부족한 부분들도 생길 수밖에 없어요. 개막 후 다양한 공연 평 그리고 배우들의 의견들이 지속적으로 반영이 되면서 하루가 다르게 완성도가 높아지고 있어요. 아주 단순한 부분 같은데, 이런 게 하나 둘씩 수정이 되니까 한결 평이 좋아지더라고요. 실망감은 어느새 설렘으로 바뀐 상태에요. 정말 다행이죠? 하하!”
사실 그의 말처럼 작품 내적인 요소보다는 외적인 구성 면에서의 아쉬움이 컸던 게 사실이다. 혹독한 연습으로 업계 소문이 날 정도로 배우들의 연기와 노래에는 일찌감치 업계의 극찬이 쏟아진 상태. 그래서 배우 입장에서는 더 속상할 법 했지만, 오히려 새로운 과제를 풀어나가는데 흥이 난 모습이었다.
무엇보다 그의 지인들에 따르면 바다가 이번 공연을 위해 그 어느 때보다는 ‘혼신의 열정을 쏟았다고 한다. 영화 감상만 100번을 넘게 했고, 시도 때도 없이 노래 연습에 열중, 동작은 툭 치면 절로 나올 정도다. 신인 부럽지 않은 겸손함에도 놀랐다고 한다. 이른바 ‘스파르타식 연습량에 대해 물었더니 그가 솔직히 요절하는 줄 알았다”며 웃으며 답했다.
노래는 기본적으로 소화해야 하고, 그 외 부분들까지 아주 디테일하게 완성하고 싶었어요. 영화 속 명장면을 떠올려보면, 아름다운 라인이 돋보이는 키스신이 유독 기억에 남더라고요. 영화 속 그 각도를 무대에서 잘 보이게 연출하다보니 늘 허리에 무리가 가서 치료를 받으며 무대에 오르고 있어요. (하하!) 한동안 정말 과도한 스케줄에 체력이 남아나질 않던 시기가 있었는데 문득 든 생각이 ‘무대에서 쓰러지면 가문의 영광이겠다. 집에서 끙끙 앓다가 실려가는 것보단 차라리 그게 마음은 편하겠다고요.”
대단한 열정이다. 매사에 적극적이고 위기에 두려움이 없고, 어떤 상황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게 이번 작품에서 연기 중인 스칼렛 오하라를 많이 닮아 있다. 바다는 이번 작품에서 자기가 원하는 것은 꼭 얻어야 하는 철부지 숙녀에서 전쟁을 겪고 점점 운명을 개척해 나가는 여인의 모습을 완벽히 그려낸다. 시원시원하게 뽑아내는 고음과 풍부한 표정연기로 관객석의 시선은 물론 ‘역시 바다라는 찬사를 자연스럽게 이끌어내고 있다.
나이가 들수록 작품 하나를 고를 때 무거운 책임감을 느껴요. 하지만 결국 처음과 변함없이 ‘희망을 이야기하는 작품을 선택하죠. 사람들에게 좋은 기운을 전한 다는 건 참 기쁜 일이잖아요? 이번 작품도 그래요. 상황은 절망뿐이지만, 결국 그 위기를 통해 태초로 돌아가 다시 새로운 시작을 말하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죠. 지난해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걸 잃어버린 해였던 것 같아요. 올해에는 슬픔을 딛고 또 다른 뭔가를 얻을 수 있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노래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하는 해가 됐으면 좋겠어요.”
한편,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오는 2월 15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된다. 바다, 주진모 외에도 임태경, 김법래, 서현, 마이클 리 등이 출연한다.

kiki2022@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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