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최경수 이사장 한마디에 액면분할 관련주 주가 급등
입력 2015-01-20 16:12 

"한국 기업은 액면분할을 통해 개인투자자 등을 유인하고, 유동성을 늘려 연기금 투자를 끌어들일 필요가 있다. 현재 3~5개 상장사가 (액면분할을) 심도 있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
최경수 거래소 이사장은 20일 오전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유가증권 상장법인 중 초고가·저유동성 기업 38곳의 최고재무책임자(CFO)대상 조찬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와관련해 삼성전자· 롯데제과 등 일부 상장사가 긍정적 검토 의사를 밝혀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액면분할이 주요 안건으로 상정될지 주목된다.
간담회에 참석한 이명진 삼성전자 전무는 "액면분할은 과거부터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액면분할이 기업 가치에 실질적으로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지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액면분할이 심리적으로 효과가 있다는 부분에 대해 인정하지만 회사의 기업가치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느냐에 대해서는 답을 내기 쉽지 않다”고 말을 아꼈다. 하지만 이는 작년 10월 거래소가 열었던 '상장사 CFO 간담회'때보다 훨씬 진일보한 입장이다. 당시 삼성전자는 액면분할에 관한 질문에"회사 근본적인 경쟁력 제고를 위한 노력 중”이라며 언급을 회피한 바 있다.
롯데제과·롯데칠성 등 '황제주'를 보유한 롯데그룹도 액면분할에 긍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류광우 롯데제과 상무는 "일평균 거래량이 적은 초고가주여서 액면분할과 관련해 자주 거론되는 것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변화하는 추세에 맞춰 검토하고 점진적으로 부합하는 방향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역시 작년 10월 '고민하겠지만 경영자 입장에서 민감한 문제'라고 즉답을 피하던 것과 많이 유연해진 답변이다. 황원담 롯데칠성 상무는 그러나"롯데그룹 차원에서 검토하고 있는 방향을 따라갈 뿐 개별 계열사가 입장을 밝히기는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다른 대형 상장사들도 거래 활성화를 위해 액면분할 등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시사했다. 신희철 아모레퍼시픽 상무는 "화장품 브랜드의 우수한 경영성과와 장기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돼 주가 상승이 최근 급격하게 이뤄졌다”며 "기업의 장기 발전과 거래 활성화 등을 고려해 액면분할을 검토해 보겠다”고 밝혔다. 조기선 네이버 이사는 "과거 액면분할을 한 차례 실시해 상황이 쉽지는 않다”면서도 "거래소의 제도 개선을 고려해 필요한 부분은 면밀하게 조사해 보겠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는 주요 상장사들이 실제 행동에 나설 가능성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액면분할이 주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소재인 만큼 앞으로 증시 흐름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 주에 100만원을 웃도는 '황제주'들은 국내 증시의 상징성을 버려야 하는 문제인 만큼 쉽게 볼 사안은 아니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거래소 관계자는 그러나 "주가 수준만 고려해 고가주를 황제주로 부르는 것은 잘못”이라며 "진정한 황제주는 시가총액과 유동성이 높은 주식이라고 생각을 바꿔야한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면 올들어 지난 16일까지 주당 135만원에 달하는 영풍은 고작 923주만 거래돼 회전율은 0.05%에 그쳤다.
113만원에 달하는 태광산업도 304주만 거래됐으며 미원에스씨도 29만원에 달하지만 거래량은 고작 23주다. 25만원짜리 BYC도 155주 뿐이 거래되지 않았고 15만8000원짜리 미원상사는 22주만 거래됐다. 특히 신영와코루는 10만원이 넘지만 지금까지 단 3주만 거래됐다.
거래소와 금융당국은 앞으로 신설될 한국판 다우지수인 'KTOP 30 지수' 종목선정때도 초고가주 편입을 배제하기로 하는 등 기업들의 액면분할을 적극 유도하고 있다. 이같이 거래소의 독려가 계속되는만큼 초고가주 중에서 거래량이 적은 종목 위주로 액면분할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런 소식이 들리자 국내 증시도 들썩거렸다. 액면분할과 관련 있는 '황제주' 위주로 상승 랠리가 이어졌다. 오리온은 장중 한때 102만4000원까지 오르며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아모레G(4.72%) 롯데칠성(4.46%) KCC(3.05%) 아모레퍼시픽(3.59%) 롯데제과(2.27%) 삼성전자(2.16%) 등도 동반 상승세를 보였다. 코스피는 전날보다 15.69포인트(0.82%) 오른 1918.31로 마감했다.
[전병득 기자 / 손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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