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유가증권 시장 3~5개 상장사가 액면분할에 긍정적 검토를 하고 있습니다”
최경수 거래소 이사장은 20일 오전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한국거래소 주최 코스피 저유동성 종목의 액면분할 촉진을 위한 제도 개선 추진 방안을 위한 간담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렇게 밝혔다.
이날 간담회에는 삼성전자 등 50만원 이상 초고가주·저유동성주 기업 38곳의 재무담당 임원이 참석했다.
간담회에서 최 이사장은 "삼성전자는 코스피에서 거래량 비중이 0.09%에 불과해 삼성SDS와 제일모직처럼 주주친화적인 방안을 추진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명진 삼성전자 전무는 "삼성전자는 액면분할을 과거부터 지속적으로 검토를 하는 상황”이라면서도 "액면분할이 기업 가치에 실질적으로 계수화할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선 고민 중”이라고 말을 아꼈다. 그는 이어 "(액면분할에 따른) 심리적인 효과가 있다는 부분은 인정하지만, 이것이 기업의 장기적인 가치에 어느 정도 영향을 주느냐에 대해선 검토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또 간담회에 참석한 아모레퍼시픽과 롯데그룹주 등 다른 대형 상장사들도 거래 활성화를 위해 액면분할 등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류광우 롯데제과 상무는 "일평균 거래량이 적은 초고가주여서 액면분할과 관련해 자주 거론되는 것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하고 변화하는 추세에 맞춰 검토하고 점진적으로 부합하는 방향으로 노력해나가겠다”고 말했다.
황원담 롯데칠성 상무는 "롯데그룹 차원에서 검토하고 있는 방향을 따라갈 뿐 개별 계열사가 입장을 밝히기는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조기선 네이버(NAVER) 이사는 "과거 액면분할을 한 차례 실시했다”며 "거래소의 제도 개선을 고려해 필요한 부분은 면밀하게 스터디를 해보겠다”고 말했다.
신희철 아모레퍼시픽 상무 "1년새 화장품 브랜드의 우수한 경영성과와 장기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돼 주가 상승이 급격하게 이뤄졌다”며 "기업의 성장을 통한 장기 발전과 거래 활성화 변화를 고려해 액면분할에 대한 검토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날 간담회와 관련해 거래소 관계자는 "작년 액면분할을 결정한 기업은 코스피 6곳, 코스닥 3곳으로 총 9개사”라며 "올 3월 상장기업들의 정기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액면분할 동참기업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 시장의 액면가 500원 이하 저액면 주식은 94.1%로 거의 대부분이지만 유가증권 시장은 44.9%에 불과하다. 고가주 기업의 개인투자자 거래량 비중과 회전율은 각각 31.2%와 0.17%로 유가증권시장 전체(83.7%, 0.8%)보다 월등히 저조한 실정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액면분할을 하면 개인투자자는 고가주 기업에 대한 투자가 용이해져 기업의 유동성 증대로 이어지고,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도 투자 포트폴리오 구성때 유동성과 환금성이 높아져 결국 주가 상승의 선순환이 이뤄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액면분할로 인한 주가상승으로 기업의 시가총액이 증가한 상태에서 유상증자를 하면 보다 많은 자금조달이 가능해지고 주가 하락시에도 보유주식 매도 없이 헤지를 통해 주가 안전판으로 역할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금융당국과 거래소는 고가주의 액면분할을 유도하기 위해 '한국판 다우지수(가칭 KTOP 30)'를 올 상반기에 신설하고 종목선정때 시가총액, 매출액 외에도 가격수준(예: 50만원 이하), 거래량 규모 등을 편입조건으로 반영할 예정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저유동성 초고가주 기업을 유동성 위험이 있는데도 액면분할 등 유동성 관리를 하지 않을 경우 별도의 관리대상으로 지정해 투자자에게 환금성 부족 등 투자위험을 별도로 주지하는 등 유동성 관리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거래소는 저유동성 기업에 대해 유동성 공급 의무를 부담하는 '마켓 메이커(Market Maker)'를 지정해 거래활성화를 유도할 계획이다. 마켓 메이커는 거래소와 계약을 통해 시장내 유동성을 공급하는 대신 거래소 수수료 할인 및 양도주식에 대한 증권거래세 면제 등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다. 거래소는 고가주의 액면분할을 유도하기 위해 작년 12월부터 액면가 5000원을 기준으로 한 환산주가 순위를 실시간으로 공표하고 있다.
[전병득·손동우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