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미안해, 마누라"…시크릿계좌 '인기'
입력 2015-01-16 19:41  | 수정 2015-01-16 20:32
【 앵커멘트 】
이렇게 스위스은행에선 비밀계좌를 없애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선 정 반대의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아내 몰래 비밀계좌를 개설해 비자금을 모으는 남편들의 이야기입니다.
김한준 기자입니다.


【 기자 】
결혼 5년차 직장인 송 모 씨는 자신의 월급 관리를 아내에게 맡기는 대신 매달 50만 원의 용돈을 받습니다.

하지만 후배들에게 술이라도 몇 번 사면 이 용돈은 부족하기 일쑤입니다.

▶ 인터뷰 : 송 모 씨 / 용돈 받는 직장인
- "삼겹살에 소주라도 사주려고 하면 돈 10만 원 나올 수 있는데 과거에는 편했지만, 지금은 사실 눈치가 보이고 쉽게 하지 못해서 자리를 피하고 있습니다."

이러다 보니 아내 몰래 비밀계좌를 운영하는 남편들이 적지 않습니다.

이른바 '멍텅구리 통장'이라 불리는 이 계좌는 인터넷 거래가 되지 않고, 은행 창구나 ATM을 직접 방문해야만 거래할 수 있습니다.


공인인증서와 보안카드를 갖고 있더라도 이 계좌를 찾을 수가 없는 겁니다.

비자금을 관리하기 좋다는 소문이 돌면서 은행들이 별다른 홍보를 하고 있지 않은데도 가입자 수가 늘고 있습니다.

▶ 인터뷰(☎) : 시중은행 관계자
- "비밀보장을 위해서 도입된 서비스여서 일부 고객들만 사용하던 서비스였습니다. 최근에 부인에게 경제권을 빼앗긴 남편분들이 비자금을 만들려는 용도로…."

남편들이 모은 비자금 액수는 대부분이 300만 원 미만으로 그리 많지는 않지만, 간혹 거액을 따로 보관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대부분 아내가 알면 껄끄러울 본가 일이나 술값에 쓰이는 비자금.

너무 액수가 많으면 들킨 뒤 험악한 얘기까지 들을 수 있는 만큼, '애교 수준'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게 경험자들의 공통된 조언입니다.

MBN뉴스 김한준입니다.
[beremoth@hanmail.net]
영상취재 : 한영광 기자
영상편집 : 윤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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