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40달러 초반까지 떨어지면서 원유 관련 상품에 저가매수 수요가 서서히 몰려들고 있다. 석유 수요는 제자리인 상황에서 공급 문제로 가격이 단기간 폭락해 유가가 언제든 반등할 수 있다는 기대에서다. 하지만 유가의 추가하락을 염려하는 시각도 있어 분할매수 전략을 통해 리스크를 낮춰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16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유일의 원유 상장지수투자신탁(ETF)인 ‘미래에셋TIGER원유선물 특별자산상장지수투자신탁[원유-파생형]에는 올 들어 388억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순자산 805억원 규모의 ETF에 전체의 절반 가까운 자금이 신규로 유입된 셈이다.
‘S&P GSCI Crude Oil Enhanced Index를 추종하는 TIGER원유선물(H)은 15일 증시에서 5340원에 거래돼 올해 초 대비 수익률이 -13.32%에 그치고 있다. 최근 1년간 수익률은 -45.98%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유가가 충분히 빠졌다는 인식을 바탕에 둔 저가매수 수요가 자금 유입세를 이끌고 있다고 본다. 지난해 말 기준 3개월간 일평균 20만주를 밑돌던 거래량도 올 들어 크게 늘어나 유가가 큰 폭으로 하락한 날에는 200만주를 넘어서고 있다. 지난 7일 이 ETF의 거래량은 251만주에 이르렀다.
원유 인덱스펀드인 ‘삼성WTI원유특별자산투자신탁 1[WTI원유-파생형]에도 연초 이후 22억원의 자금이 새로 들어왔다. 전체 설정액의 20%에 이르는 규모다.
하지만 에너지 개발에 투자하는 유전·셰일가스 관련 펀드에서는 오히려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 저가 매입 수요가 장기적인 비전보다는 일시적이고 기술적인 반등을 노린다는 방증이다. 셰일가스 관련 인프라펀드인 ‘한국투자미국MLP특별자산자투자신탁(오일가스인프라-파생형)(A)과 유전개발펀드 ‘한국투자Parallel유전해외자원개발특별자산투자회사 1(지분증권)에선 연초 후 각각 21억원, 27억원의 자금이 이탈했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역사적으로 봤을 때 원자재 가격 하락 국면에서는 선물·인덱스에 직접 투자하는 것보다는 개발펀드에 투자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큰 수익을 가져왔다”며 최근 저가 매수 수요는 장기투자보다는 일시적 반등에 초점이 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저유가 분할매수전략으로는 증권사들의 ETF 랩어카운트도 고려해볼 만하다. 유가가 하락할 때마다 조금씩 더 사들이는 전략으로 변동성 리스크를 낮추는 것이 특징이다.
신한금융투자는 지난해 말 미국 증시의 유가(WTI) 추종 ETF에 투자하는 ‘신한명품 분할매수형 ETF랩 3.0(원유)을 내놨다. 출시 때는 75달러 이하에서 분할 매수를 하도록 설정됐던 이 랩어카운트는 최근 유가폭락으로 ETF 매수 시점을 배럴당 55달러로 재조정했다.
KDB대우증권의 ‘KDB대우 원유분할매수 랩은 국내 증시의 원유선물ETF를 분할매수하는 것이 특징이다. WTI 선물이 배럴당 50달러 이상이면 전체 자산의 50%를 ETF에 투자하고 유가가 더 낮을 경우 추가로 편입하는 구조다.
하지만 일각에서 유가가 배럴당 40달러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도 제기돼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 최근 골드만삭스는 국제유가가 아직도 바닥까지 내려오지 않았다면서 브렌트유 가격의 3개월 전망을 배럴당 80달러에서 42달러로, WTI의 3개월 전망을 70달러에서 41달러로 대폭 하향조정하기도 했다.
■ 美 에너지산업 불황에…MLP·하이일드채권펀드 자금 ‘썰물
유가 폭락으로 미국 에너지산업에 적신호가 켜지면서 관련 산업에 투자한 하이일드채권펀드·MLP펀드에서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
16일 펀드평가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미국 등 글로벌하이일드채권펀드 51개에서는 이달 들어 515억원이 이탈했다. 유가 폭락으로 신용도가 낮은 에너지업체 회사채 부도 위험이 높아지면서 수익률에 대한 염려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AB글로벌고수익증권투자신탁(채권-재간접형)에서는 보름 동안 193억원이, ‘JP모간단기하이일드증권자투자신탁(채권)에서는 159억원이 빠져나갔다. 이 밖에도 ‘블랙록미국달러하이일드증권투자신탁(채권-재간접형)(H) ‘프랭클린미국하이일드증권자투자신탁[채권-재간접형] 등 주요 하이일드채권펀드에서 투자자 이탈 현상이 나타났다.
김동일 프랭클린템플턴투신운용 한국채권대표(CIO)는 최근 유가 폭락으로 셰일가스 후발업체 등 에너지 기업들이 디폴트에 빠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미국 하이일드채권펀드의 에너지업종 비중(익스포저)은 14~15% 수준으로, 지켜봐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유가 하락으로 미국 셰일가스 산업 전망도 불투명해지면서 셰일가스 유관 인프라스트럭처에 투자하는 MLP펀드에서도 투자자금이 이탈하고 있다. 이달 들어 ‘한국투자미국MLP특별자산자투자신탁(오일가스인프라-파생형)에서는 21억원이, ‘한화에너지인프라MLP특별자산자투자회사(인프라-재간접형)에서는 5억원이 빠져나갔다. 이들 펀드는 같은 기간 -8.77%, -10.07% 등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며 투자자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석민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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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유일의 원유 상장지수투자신탁(ETF)인 ‘미래에셋TIGER원유선물 특별자산상장지수투자신탁[원유-파생형]에는 올 들어 388억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순자산 805억원 규모의 ETF에 전체의 절반 가까운 자금이 신규로 유입된 셈이다.
‘S&P GSCI Crude Oil Enhanced Index를 추종하는 TIGER원유선물(H)은 15일 증시에서 5340원에 거래돼 올해 초 대비 수익률이 -13.32%에 그치고 있다. 최근 1년간 수익률은 -45.98%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유가가 충분히 빠졌다는 인식을 바탕에 둔 저가매수 수요가 자금 유입세를 이끌고 있다고 본다. 지난해 말 기준 3개월간 일평균 20만주를 밑돌던 거래량도 올 들어 크게 늘어나 유가가 큰 폭으로 하락한 날에는 200만주를 넘어서고 있다. 지난 7일 이 ETF의 거래량은 251만주에 이르렀다.
원유 인덱스펀드인 ‘삼성WTI원유특별자산투자신탁 1[WTI원유-파생형]에도 연초 이후 22억원의 자금이 새로 들어왔다. 전체 설정액의 20%에 이르는 규모다.
하지만 에너지 개발에 투자하는 유전·셰일가스 관련 펀드에서는 오히려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 저가 매입 수요가 장기적인 비전보다는 일시적이고 기술적인 반등을 노린다는 방증이다. 셰일가스 관련 인프라펀드인 ‘한국투자미국MLP특별자산자투자신탁(오일가스인프라-파생형)(A)과 유전개발펀드 ‘한국투자Parallel유전해외자원개발특별자산투자회사 1(지분증권)에선 연초 후 각각 21억원, 27억원의 자금이 이탈했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역사적으로 봤을 때 원자재 가격 하락 국면에서는 선물·인덱스에 직접 투자하는 것보다는 개발펀드에 투자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큰 수익을 가져왔다”며 최근 저가 매수 수요는 장기투자보다는 일시적 반등에 초점이 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신한금융투자는 지난해 말 미국 증시의 유가(WTI) 추종 ETF에 투자하는 ‘신한명품 분할매수형 ETF랩 3.0(원유)을 내놨다. 출시 때는 75달러 이하에서 분할 매수를 하도록 설정됐던 이 랩어카운트는 최근 유가폭락으로 ETF 매수 시점을 배럴당 55달러로 재조정했다.
KDB대우증권의 ‘KDB대우 원유분할매수 랩은 국내 증시의 원유선물ETF를 분할매수하는 것이 특징이다. WTI 선물이 배럴당 50달러 이상이면 전체 자산의 50%를 ETF에 투자하고 유가가 더 낮을 경우 추가로 편입하는 구조다.
하지만 일각에서 유가가 배럴당 40달러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도 제기돼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 최근 골드만삭스는 국제유가가 아직도 바닥까지 내려오지 않았다면서 브렌트유 가격의 3개월 전망을 배럴당 80달러에서 42달러로, WTI의 3개월 전망을 70달러에서 41달러로 대폭 하향조정하기도 했다.
■ 美 에너지산업 불황에…MLP·하이일드채권펀드 자금 ‘썰물
유가 폭락으로 미국 에너지산업에 적신호가 켜지면서 관련 산업에 투자한 하이일드채권펀드·MLP펀드에서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
16일 펀드평가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미국 등 글로벌하이일드채권펀드 51개에서는 이달 들어 515억원이 이탈했다. 유가 폭락으로 신용도가 낮은 에너지업체 회사채 부도 위험이 높아지면서 수익률에 대한 염려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AB글로벌고수익증권투자신탁(채권-재간접형)에서는 보름 동안 193억원이, ‘JP모간단기하이일드증권자투자신탁(채권)에서는 159억원이 빠져나갔다. 이 밖에도 ‘블랙록미국달러하이일드증권투자신탁(채권-재간접형)(H) ‘프랭클린미국하이일드증권자투자신탁[채권-재간접형] 등 주요 하이일드채권펀드에서 투자자 이탈 현상이 나타났다.
김동일 프랭클린템플턴투신운용 한국채권대표(CIO)는 최근 유가 폭락으로 셰일가스 후발업체 등 에너지 기업들이 디폴트에 빠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미국 하이일드채권펀드의 에너지업종 비중(익스포저)은 14~15% 수준으로, 지켜봐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유가 하락으로 미국 셰일가스 산업 전망도 불투명해지면서 셰일가스 유관 인프라스트럭처에 투자하는 MLP펀드에서도 투자자금이 이탈하고 있다. 이달 들어 ‘한국투자미국MLP특별자산자투자신탁(오일가스인프라-파생형)에서는 21억원이, ‘한화에너지인프라MLP특별자산자투자회사(인프라-재간접형)에서는 5억원이 빠져나갔다. 이들 펀드는 같은 기간 -8.77%, -10.07% 등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며 투자자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석민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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