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거주하는 20세 장승아씨(가명, 여)는 뇌수두증(머릿속에 뇌척수액이 비정상적으로 쌓인 상태)과 뇌낭종(물혹)으로 수술을 받은 3시간 후, 호흡저하 및 의식이 악화되어 재수술을 받았으나 저산소성뇌손상(식물인간) 상태가 됐다.
이 건에 대해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는 병원 의료진이 환자의 뇌낭종의 원인을 확인하지 않고 성급하게 기생충 뇌낭종으로 진단해 수술을 결정한 점과 호흡저하 발생 이후 즉각적인 응급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던 점에 대해 의료기관의 과실을 인정해 진료비 포함 3억1700만원을 배상하도록 조정했고 이는 지난해 최고 배상액 조정사례로 기록됐다.
15일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이하 ‘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2월까지 접수된 의료분쟁 조정신청 사건 806건 중 총 660건이 조정을 받았고, 이중 405건(61.4%)은 의사의 과실을 인정해 소비자에게 배상 혹은 환급하도록 결정됐다.
위원회는 조정결정 후 당사자로부터 수락 여부를 통보받아 종결된 360건 중 251건이 성립되어 성립율은 69.7%에 이른다고 밝혔다.
위원회 관계자는 의료분쟁은 당사자 간의 갈등이 첨예해 책임 소재를 가리기가 매우 어려운 점을 감안할 때, 조정결정 10건 중 7건이 수용됐다는 것은 그만큼 위원회가 소비자와 의료기관 양쪽으로부터 신뢰를 얻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위원회에서 배상 또는 환급하도록 결정한 405건의 총 배상액은 36억2000만원으로 건당 평균 조정액은 약 895만원이며, 가장 높은 금액은 앞서 사례로 제시한 3억1700만원이다.
의료과실이 인정된 405건의 의료기관 종류를 보면 ‘상급종합병원과 ‘의원이 각각 122건(30.1%)으로 가장 많았고 ‘종합병원 84건(20.7%), ‘병원 72건(17.8%) 등의 순이었다.
또한 진료 과목별로는 ‘정형외과 20.3%(82건), ‘내과 17.8%(72건), ‘치과 12.3%(50건), ‘신경외과 11.9%(48건) 등의 순이었다.
진료 단계별로는 ‘수술·시술 과정 관련 분쟁이 52.8.%(214건)로 가장 많았고, ‘진단·검사 22.2%(90건), ‘치료·처치 17.8%(72건) 등의 순이었다.
의료사고 유형은 ‘부작용·악화가 61.5%(249건)로 가장 많았고, 치료나 수술 후 회복이 어려워 ‘사망한 경우 14.3%(58건), ‘장해 발생 10.6%(43건) 등이었다.
위원회는 의사가 치료 시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한 것 이외에도 치료 전 설명을 소홀히 한 것이 의료분쟁의 주요한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하며, 의료기관은 수술이나 치료 전에 방법, 효과, 부작용 등에 대해 충분히 설명해 소비자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소비자는 의사를 신뢰하되 궁금한 점은 반드시 문의해 신중하게 선택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한편 한국소비자원 의료분쟁조정은 별도의 비용이 들지 않고 접수 후 신속하게 조정절차가 개시된다.
[매경닷컴 이미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