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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감독직 걸고 리빌딩 총대 멨다
입력 2015-01-13 06:01 
이상민 서울 삼성 감독이 허탈한 표정으로 코트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이대로는 안 된다.”
결국 이상민 감독이 서울 삼성의 ‘농구명가 재건을 위해 칼자루를 잡았다. 팀의 에이스를 파는 극단적 트레이드. 이 감독은 누구도 손대지 못했던 삼성의 리빌딩 작업에 착수했다.
삼성은 지난 12일 리오 라이온스와 방경수를 고양 오리온스에 보내는 조건으로 찰스 가르시아와 이호현을 받는 2대2 트레이드에 합의했다. 트레이드 된 선수들은 이미 바뀐 숙소에서 짐을 풀고 상견례를 마쳤다.
이번 트레이드는 삼성이 먼저 움직였다. 사실 4라운드가 끝나기 전 예상된 코스였다. 삼성은 라이온스와 키스 클랜턴 두 외국인선수를 시장에 내놨다. 그러나 시장은 냉랭했다. 몇몇 구단이 큰 관심을 갖고 러브콜을 보내기도 했지만 카드가 맞지 않았다. 한 구단과는 합의가 끝난 상태서 최종 구단 수뇌부의 승인 단계에서 불발되기도 했다.
트레이드가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은 이유가 있었다. 삼성이 불리했다. 올 시즌 종료 후 외국인선수 재계약은 불가능하다. 2015-16시즌부터 외국인선수 제도가 바뀌기 때문. 라이온스에 대한 구매욕이 떨어진 이유다. 단지 올 시즌 성적을 위해 쓰기에는 모험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국내선수를 내주며 라이온스를 받기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상민 감독은 발만 동동 구르는 입장이었다. 그러다 오리온스와 극적으로 합의점을 찾았다. 삼성은 가드 유망주가 필요했고 그 대안으로 올 시즌 1라운드 7순위로 오리온스 유니폼을 입은 가드 이호현을 영입했다.
표면적으로 오리온스의 이득으로 보이는 트레이드. 하지만 서울 삼성도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다. 오리온스는 당장 올 시즌이 급했고, 삼성은 앞으로 5년을 내다본 미래를 위한 투자를 했다.

삼성의 리빌딩 선언이다. 엄밀히 따지면 이 감독의 결단이다.
이 감독은 올 시즌 처음 삼성의 사령탑을 맡았다. 그러나 데뷔 성적은 최악. 5라운드를 앞두고 8승26패로 최하위에 머물러 있다. 시즌 초반 9연패에 울었고, 인천 전자랜드에 46-100, 54점차로 져 역대 최다 점수차 굴욕도 경험했다. 잔인한 초보 감독의 데뷔 시즌. 문제는 답이 보이지 않는 경기력이었다.
이 감독은 이대로는 안 된다. 지금 수준의 경기력으로는 현재도 미래도 없다. 내가 감독에서 잘리더라도 책임지고 리빌딩을 하지 않으면 앞으로 삼성도 없다. 더 이상 그냥 보고 있을 수 없다”고 했다. 이 감독은 감독직을 걸고 삼성의 리빌딩을 위해 스스로 총대를 멨다.
삼성은 그동안 리빌딩 작업에 실패했다. 안준호 감독 시절 9년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로 유망주 영입을 할 수 없었고, 이후 김상준 감독의 리빌딩 작업은 구단과 마찰로 난관에 부딪혔고 김동광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뒤엔 성적을 내는데 급급했다. 삼성 구단도 자유계약선수(FA) 투자에 인색했다. 올 시즌은 수년간 쌓인 삼성의 안일한 팀 관리 시스템의 집합체였다.
이 감독은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의 트레이드였다”며 솔직히 이호현을 얻은 것만으로도 다행이다. 당장 유망한 가드 한 명이라도 영입해야 한다. 대학에 포워드 자원은 많기 때문에 앞으로 뽑으면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감독은 라이온스를 보내는 것은 당연히 마음 아픈 일이다. 하지만 그럴 수밖에 없다. 어떤 비난을 받더라도 리빌딩은 해야 한다”며 라이온스에게도 ‘성적이 더 좋은 팀으로 가는 것이 더 낫다. 잘하라고 했다. ‘내년에 리빌딩을 잘해서 다시 부르겠다며 헤어졌다. 라이온스도 충분히 이해를 하더라”며 씁쓸함을 남겼다.
[min@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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