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금융권 PB들 “황혼이혼 미워요”
입력 2015-01-10 04:03 
서울시내 A은행 개인자산관리(PB) 센터에 8억원 정도를 맡겨둔 박 모씨(58·여). 그는 지난해 11월 담당 PB팀장에게 이혼 상담을 신청했다. 박씨는 PB센터 소속 변호사를 소개받았고, 재산분할 등 이혼 절차를 원활히 밟을 수 있었다. 이혼 후 박씨는 10년 넘게 인연을 맺어온 A은행 PB센터와 거래를 끊었다. ‘과거와 단절을 위해서였다.
해마다 증가하는 고액 자산가들의 ‘황혼 이혼 때문에 은행과 증권사 PB센터가 울상이다. 이혼하게 되면 PB센터가 맡아 굴려왔던 고액 자산가들의 금융자산 규모가 크게 줄거나 아예 사라지기 때문이다.
한 은행 PB본부장은 9일 모든 PB마다 이혼 절차를 밟고 있는 고객이 최소 한 명씩 있다고 보면 된다”며 PB본부에 상주하는 변호사 업무의 무려 30% 정도가 황혼 이혼 상담일 정도”라고 전했다.
대법원에 따르면 결혼 20년차 이상 부부의 ‘황혼 이혼은 2010년 2만7823건에서 2013년 3만2433건으로 계속 늘고 있다. 전체 이혼에서 황혼 이혼이 차지하는 비중은 28.1%에 육박한다.

이혼을 하게 되면 PB센터가 관리했던 고객 금융자산 규모가 절반 수준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나마 한쪽이라도 거래를 지속하면 다행이다. 한 증권사 PB팀장은 고객 입장에선 자신의 과거를 속속들이 알고 있는 PB와 계속 연락하기 껄끄러울 수밖에 없다”며 이혼 절차가 마무리되면 맡겼던 금융자산 전액을 빼는 고액 자산가들이 많다”고 귀띔했다.
이처럼 황혼 이혼은 은행·증권사 PB에 적지 않은 리스크로 부상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고객의 이혼 상담 신청을 거절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은행·증권사 PB들은 자산관리 업무를 넘어 자녀 교육 및 취업·중매·해외여행 예약 등에 이르기까지 고객이 요구하는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유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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