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공모주 대박 노린 ‘꼼수 하이일드펀드’ 주의
입력 2015-01-10 04:02 
# 지난해 공모주 열풍에 한 증권사 PB센터에서 분리과세 하이일드펀드에 가입한 퇴직자 김도형 씨(61)는 투자 설명에서 ‘하이일드 채권은 얼마 되지 않으니 안심하라는 말을 들었다. 분리과세 하이일드펀드는 하이일드 채권을 30% 이상 담아야 한다. 하지만 김씨가 가입한 동양자산운용의 사모형 펀드는 A증권사에서 발행한 후순위 파생결합사채(DLB) 31%를 담고 있었다. 형식적으로 하이일드 자격을 맞추고 공모주 한탕을 노리는 구조다.
분리과세 하이일드펀드가 공모주 우선배정으로 인기를 끌면서 지난해 말 설정잔액 3조원을 돌파했다. 회사채가 아닌 후순위 파생결합사채에 투자해 하이일드펀드 자격만 갖추고 공모주 배정 혜택을 노리는 ‘무늬만 하이일드펀드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9일 금융투자협회는 분리과세 하이일드펀드가 지난해 말 설정액 3조1945억원을 넘겼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해 말 하이일드펀드 판매 시한을 올해 말까지 1년 연장했다. 지난해 4월 첫선을 보인 분리과세 하이일드펀드는 비우량 회사채 시장 활성화를 위해 한시적으로 만들어졌다. 전체 자산의 30% 이상을 BBB+ 이하 채권이나 코넥스 주식에 투자하면 1인당 연간 5000만원의 분리과세 혜택과 공모주 10% 우선배정 특권을 준다. 삼성SDS 제일모직 공모에서 일반 투자자보다 5~10배 더 많은 주식을 배정받아 단기간에 고수익을 올리면서 큰 인기를 끌었다.
하이일드펀드 규모가 3조원대로 커지면서 BBB+ 이하 비우량 회사채 시장도 확대되는 효과를 누렸다. 지난해 1분기 1430억원에 그쳤던 비우량 회사채 발행액은 4분기 5980억원까지 증가했다. 제일모직 공모를 앞두고는 시중에서 하이일드 채권을 찾지 못해 펀드를 닫는 사태가 벌어질 정도였다. 하지만 일부 운용사 사모형 하이일드펀드들이 BBB+ 채권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후순위 DLB에 투자하는 꼼수를 부리면서 시장을 어지럽힌다는 지적이 나온다.
양도성예금증서(CD)를 기초자산으로 수익률 2.2% 수준인 이 사모 DLB는 비우량기업의 자금조달과는 연관성이 낮은 상품이다. BBB+ 이하 회사채 시장을 키워 중소기업의 자금조달을 원활히 하겠다는 도입 취지에서 벗어난 것. 한 운용사 관계자는 일부 운용사들이 공모주 우선배정의 이점을 노리고 제도의 약점을 파고들고 있다”며 공모주 배정 경쟁률을 높여 선량한 운용사와 투자자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올해 정책 운용 방향을 발표하면서 하이일드 채권·코넥스 종목 투자 비중에 따라 공모주를 차등 배분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하지만 이들 무늬만 하이일드펀드의 꼼수를 차단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동양운용 관계자는 기획재정부의 유권해석을 받았고 법적으로 하자는 없다”고 해명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공모주가 없을 때는 하이일드 채권 운용이 수익을 결정하는 만큼 운용사의 채권 운용 역량을 잣대로 운용사와 펀드를 선택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분리과세 하이일드펀드는 지난달 제일모직 기업공개(IPO)에서 많은 물량을 받으면서 한 달 새 수익률 5% 이상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시장 상황으로 중량급 IPO가 줄어들 경우 채권운용 경쟁력이 없는 펀드들은 수익률이 급감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석민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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