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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더M] 효성家 지분매입 경쟁…투자자들은?
입력 2015-01-07 13:21 

[본 기사는 1월 5일(11:25)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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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가(家) 장남 조현준 사장과 삼남 조현상 부사장의 지분 확대가 계속되고 있다.
조현준 사장과 조현상 부사장은 지난해 11월 한달 동안 각각 9차례에 걸쳐 효성 지분을 사들였다. 이 기간 동안 지분 매입으로 조현준 사장의 효성 지분율은 10.52%에서 10.83%로, 조현상 부사장의 지분율은 10.19%에서 10.47%로 늘어났다.
특이한 점은 지분을 매입한 날이 서로 일치한다는 것이다. 두 형제 모두 지난해 11월 6, 7, 10, 11, 14, 17, 18, 19, 20일에 지분 투자를 했고, 각 거래일에 지분을 추가 매입한 규모도 서로 엇비슷했다.
그 전까진 조현준 사장과 조현상 부사장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효성 주식을 사들였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차남(조현문)을 제외한 두 형제가 경영권 승계를 놓고 지분 경쟁을 벌이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2013년 초까지만 해도 효성그룹의 후계 구도를 점치기가 쉽지 않았다. 지주회사 격인 효성의 지분을 조현준·현문·현상 형제가 7%씩 골고루 나눠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각자가 맡은 역할도 명확했다. 조석래 효성 회장은 장남 현준 씨에게 섬유와 정보통신을, 차남 현문 씨에게 중공업을, 삼남 현상 씨에게 산업자재 부문을 맡겨 경영 수업을 받게 했다.
2013년 2월 차남이 회사를 떠나면서 후계 구도에 변화가 생겼다. 현문 씨는 가지고 있던 효성 지분(7.21%)을 모두 제3자에게 매각했다. 그러자 장남과 삼남 사이에 지분 매입 경쟁이 벌어졌다.
현재 장남과 삼남이 보유한 효성의 지분은 각각 10.83%와 10.47%로 엇비슷하다. 하지만 다른 계열사 지분 보유 상황까지 고려하면 조현준 사장의 무게감이 돋보인다.
조현준 효성 사장은 코스피 상장사인 효성ITX(37.63%)와 코스닥 등록업체인 갤럭시아컴즈(35.62%)의 최대주주다. 코스피 상장사인 IB월드와이드(3.57%)와 코스닥 등록업체인 신화인터텍(0.03%) 등의 지분도 가지고 있다.
조현상 부사장은 IB월드와이드(1.23%)· 신화인터텍(0.03%) 등 약간의 상장사 지분과 효성토요타(20%)·노틸러스효성(14.13%)·더클래스효성(3.48%) 등 비상장사 지분만 보유하고 있다.
또한 조 사장은 지주사인 효성에서 전략본부장과 섬유 부문장·정보통신 부문장을 겸하고 있다. 산업자재 부문장과 화학부문 마케팅총책임자(CMO) 등을 겸하고 있는 조 부사장보다 입지가 탄탄하다는 평가다.
그렇다고 조 부사장이 경영권 경쟁에서 완전히 밀려난 것은 아니다. 조 부사장은 지난해 2월 효성의 등기이사에 선임됐다. 조 부사장의 언론 노출도 빈번해지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조 부사장이 효성 본사가 위치한 서울 마포구 내 취약 계층을 지원하는 행사를 주도하기도 했다.
조현준 사장이 각종 송사에 휘말려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국세청은 지난해 9월 4000억원에 이르는 탈루 세액을 추징하고 조석래 회장을 검찰에 고발했고, 검찰은 조 회장과 장남을 기소했다.
동생인 조현문 전 부사장도 지난해 10월22일 조현준 사장 등 효성 계열사 임원 8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계열사 수익과는 무관한 거래에 투자하고, 허위 용역 기재나 계열사 부당 지원 등으로 수백억 원에 이르는 손해를 끼친 혐의였다.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승계 1순위'로 꼽히는 조 사장의 입지 또한 좁아질 수도 있다.
경영권 승계의 향방이 어떻게 흘러가는지와 무관하게 조현준 사장과 조현상 부사장의 지분 매수는 투자자들에게 주가 급락에 대한 안전판을 제공하고 있다. 효성 주가가 떨어질 때마다 이들 형제들이 경영권을 굳히기 위한 저가 매수 기회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4일 효성 주가가 5만8500원까지 내려갔을 때 두 형제가 지분 매수에 나서면서 효성 주가는 3주만인 11월 26일 7만400원까지 20.3% 상승한 바 있다.
지난 1998년 미국 헤지펀드인 아팔루사펀드가 효성의 전신인 효성T&C 지분을 사들이면서 경영권을 위협했던 경험이 있어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들 형제가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를 위해 향후에도 저가 매수를 지속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용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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