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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소찬휘가 말하는 ‘토토가’와 ‘나가수3’
입력 2015-01-07 09:29  | 수정 2015-01-07 10:46
소찬휘(사진=강영국 기자)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조우영 기자] MBC '나는 가수다'가 클래식 고수들의 숨 막히는 콩쿠르였다면, '무한도전-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는 학창시절 친구들과 떠난 소풍에서의 장기자랑 같았다. 품격의 차이가 아니라, 그만큼 '토토가'가 흥겹고 즐거운 무대였다는 의미다.
이 두 무대에서 모두 발군의 활약을 편 가수가 있다. 소찬휘(본명 김경희)다. 노래 잘 하는 가수의 상징처럼 되어버린 '나가수' 소찬휘의 이름 앞에는 이제 '토토가'란 수식어 하나가 더 붙었다. 실력과 대중적 인기를 모두 품어안은 것이나 다름없다.
'토토가' 방송 이후 '소찬휘가 키우는 난초 이름은 좌니난('티어스' 노랫말 중 잔인한)'이란 유머가 젊은이들 사이에 등장했을 정도. 소찬휘는 그렇게 1990년대 인기를 끈 추억의 가수에서 현 시대로 소환됐다.
소찬휘(사진=강영국 기자)
하지만 그가 갑작스레 활동을 재개한 것은 아니다. 6일 발표한 신곡 ‘글래스 하트(Glass Heart)도 '토토가' 훨씬 전부터 준비 중이던 미니앨범 수록곡을 선 공개했을 뿐이다. 그는 지난해 인디뮤지션 로이와의 프로젝트 앨범 '네오 로커빌리 시즌(Neo Rockabilly Season)'과 월드컵 응원가도 발매해 활동했다.
이날 서울 서교동 한 카페에서 취재진과 만난 소찬휘는 "(무한도전 '토토가'를 본 사람들이) 내가 오랜만에 방송에 나온 줄 알더라. '열린음악회'를 비롯해 얼마 전에도 지상파에 얼굴을 비쳤다. 공백기가 엄청 긴 가수가 돼 있더라"며 웃었다. 예능 '무한도전'의 영향력과 '토토가'의 파급력이 엄청나다는 이야기인 반면, 아이돌 그룹이 아니면 주목받기 어려운 요즘 방송·가요계의 씁쓸한 현실이다.
어찌 됐든, 소찬휘의 신곡 '글래스 하트' 반응이 좋다. 한때 다음뮤직 실시간 차트(6일 오후 9시 기준)에서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엠넷뮤직과 싸이월드뮤직에서는 8위까지 기록했다. 멜론과 지니 등에서도 30위권을 유지했다. '차트 올킬'이 난무하는 세상에 별것 아닌 것 같아도 소찬휘의 이러한 성적은 이례적이다. 팬덤이 막강한 아이돌이 아닌 기성 가수가 음원 차트에서 50위권내 들기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소찬휘는 "나홀로 싸우면서 하는 음악이 아닌, 많은 분이 공감하는 음악이라 여겨 고맙고 반갑다"면서도 "겁이 난다. 이러다가 또 '훅' 갈까봐 아예 (차트 순위를) 높게 생각하고 있지 않다. 데뷔한 지 20년을 넘겼다. 롤러코스터처럼 따라가고 싶지 않은 마음"이라고 담담해 했다.
소찬휘(사진=강영국 기자)
다음은 소찬휘와의 일문일답.
- 신곡 '글래스 하트' 차트 성적이 좋다
▲ 순위에 연연하지 않고, 하고 싶은 음악하는 편이다. 이번에는 연말에 좋은 일(토토가 출연)이 생기다 보니까 그것과 맞물린 결과 같다. 앨범은 지난해 가을부터 준비했다. 곡을 골라 놓으면서 미니앨범 형태로 발매할 지 고민하다가 싱글로 먼저 내놓게 됐다.
- 예상과 다른 분위기의 노래다
▲ '토토가' 열기를 잇겠다 노렸으면 아마 '티어스(tears)' 보다 센 노래를 골랐을 것이다. 내가 한 번은 들려드리고 싶은 노래를 들고 나왔다. 속삭이듯, 소리 지르지 않는 노래. 난 폭발적인 고음 가수로 이미지 굳혀진 부분이 있다. 노래하는 사람 입장에서 욕심이 있었다. 이번에도 사실 속삭이는 노래지만 고음 역시 놓치지 않았다. 뒤에는 결국 소찬휘가 나온다. 다만 기존 곡들보다 키가 낮고 편하게 불렀다.
- 발라드는 참 오랜만이다
▲ 발라드라도 사운드나 유형이 시대적으로 또 다르다. 예전에는 노래에 기승전결이 있었는데, 요즘은 1분 미리듣기 안에 뭔가를 압축해야 한다더라. '기승전결'에서 '전'이 없고 바로 '결'로 떨어지는 느낌이다. 보컬 라인도 예전에는 소울이 강했다면, 지금은 알앤비적 멜로디 라인이 강조된다. 과거에는 보컬 위주였지만 지금은 가수의 목소리를 작게 한다.

- 방송 활동은?
▲ 출연 제의가 오면 한다. 노래 많이 들려 드리고 싶다. 라디오 TV 음악 방송 가리지 않는다.
- 실제로 설 무대가 많지 않은 현실이다
▲ 앨범 낼 때마다 기대를 하지 않는다. 앨범 나오고 일주일에 5만 장씩 팔리던 시절은 잊어야 한다. 지금은 내가 계속 음악하고 있다는 사실에 만족한다. 싱글 시장으로 바뀌면서 제작비는 절감됐다. 하고 싶은 노래를 더 자주 낼 수도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나이 먹는 게 그렇다. 대중가수는 인기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만족되는 부분이 있지만 서운한 것도 있다.
- 어떤 점이 서운한가
▲ "소찬휘 많이 늙었더라" 이런 이야기 들으면 서운하다.(웃음) 특별히 운동 취미가 없다. 그래도 무대에 올랐을 때 최소한의 예의는 신경 쓰고 산다. "세월이 많이 흘렀지" 이 정도는 괜찮은 데 "아이고 늙었다. 세월에 장사없다" 이런 소리가 들리면 조금 상처 받는다. 나도 여자이지 않은가.
- '토토가'에서 라이브가 발군이었다
▲ 나이에 대한 걱정 끝 달려 나오는 얘기가 "소찬휘가 예전처럼 노래 부를 수 있을까?" 이런 의구심이다. 예전에 목이 좋지 않아 한 키 내려 불렀더니 바로 지적이 나오더라. 내가 언제까지 노래할 지 모르겠지만 당시 '이것만큼은 잡고 가자' 다짐했다. 그래서 끝까지 원키로 버티기로 했다.(웃음) 목 관리는 꾸준히 한다. 일주일에 2~3번은 노래한다. 목이 열린 상태를 유지한다. 스케줄이 없으면 차에서 늘 목을 열어 놓는다.
- '토토가' 무대가 긴장되지는 않았나
▲ 라이브 현장에서 코디가 모니터링 한 영상을 보여줬다. 사운드는 잘 들리지 않아 내가 노래를 어떻게 했는지 궁금했다. 기분이 붕 떠서 리듬은 잘 탔는데 댄서와 내가 뭘 했는지 모를 정도였다. 방송 날짜 다가올수록 슬슬 걱정이 됐다. 본 방송은 가슴 졸이며 봤다. 두 군데 음정이 갔더라.
- 무대 반응은 어떠했나
▲ 내 노래 자체가 호응이 없으면 찬물 얻어맞는 느낌이다. 그런 노래들인데 관객들의 마음은 이미 열려 있었다. 그 덕에 나도 에너지를 많이 받았다. 내 정신이 나가고 다른 분이 안으로 들어왔다. 그분이 온 것이다.(웃음) 자주 있는 일들은 아니다. '티어스'가 늘 원만히 부른다는 보장이 없다. 그때그때 다르다. 그날은 '필(feel)'이 왔다.
- '토토가' 출연 후 달라진 점은?
▲ 본명을 찾았다.(웃음) 유재석, 김정남과도 친구가 됐다. 젊은 친구들이 길에서 많이 알아본다. 전에는 거리에 마음 놓고 다녔는데 지금은 먼저 다가와서 인사해 준다. 25세 정도면 내가 데뷔 때 2세였다. 저를 모를 텐데 많이 알아보더라.
예전을 떠올리면 체형도 바뀌었다. 이번 의상은 무한도전 소품팀이 준비했다. 과거 의상을 입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카메라 리허설 때 의상 피팅이 되지 않아 못 입었다. 본 무대 전에야 입었는데 팔이 껴서 애먹었다. 인조가죽이라 땀이 차서 벗기도 힘들었다. S.E.S는 의상을 입고 뒤풀이까지 왔다. 벗기를 거부하더라. 부러웠다. 하하.
- '토토가' 함께 하지 못해 아쉬운 이가 있다면
▲ 샵. 이예린. 영턱스. 룰라. 김원준. 백지영. 투투. 벅스. 자자
- 친구 유재석은
▲ 빈틈없고 깔끔 정갈했다. 문자로 이야기를 주고받으면 항상 '짱'으로 끝낸다. 김경희 짱소찬휘 짱 등등. 부드러울 수 없는 부분을 잘 만져서 부드럽게 함께 가도록 만드는 매력이 있다. 고맙다.
- 1990년대 아이돌과 지금의 아이돌을 비교한다면
▲ 시대를 풍미하는 아이돌은 꼭 있다. 그룹이든 솔로든, 음악도 돌고 돈다. 퍼포먼스는 1990년대보다 지금이 훨씬 좋다. 예전에는 각 가수들마다 세밀한 특장점이 있었다면, 요즘은 대중종합예술이다. 그래서 지금의 한류가 있는 것 같다.
-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은가
▲ 그때로 돌아가서 노래하라고 한다면 가고 싶지 않다. 그때는 다 라이브로 노래해서 힘들었다. 잠을 못 자면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다. 그냥 이 상태로 노래하려고 한다.(웃음)
- 노래하지 않는다면
▲ 결혼해서 살림하고 살란다. 남들이 생각했을 때 평범한 삶이 내겐 가장 어려운 삶이다. 좋은 사람 만나서 아기 낳고 온전히 김경희의 삶을 살고 싶다.
- 소찬휘로 살아서 행복한 점도 있지 않나
▲ 물론이다. 나는 참 행복한 가수다. 나름 히트곡도 있고, 가수로서 운이 있는 사람이다. 제자들에게 '힘들어도 참아라. 참고 계속하면 언젠가 네가 원하는 걸 얻을 것이다"라고 조언해 줄 수 있는 내가 기특하다.
- '나는 가수다' 시즌3 제의가 온다면
▲ '나가수'는 정말 긴장된다. 스트레스가 쌓이고 미열이 생겨 화병도 난다. 잠을 편히 못 자기도 한다. 그래도 내게 기회가 주어진다면, 노래하는 사람이라면 아마 다들 또 무대에 서고 싶을 지도 모른다.
- 향후 활동 계획은
▲ 달라질 것이 없다. 배우를 믿고 보는 영화가 있듯, 소찬휘 하면 믿고 듣는 음악을 하고 싶다. 조용히 살아도 된다. 할 수 있는 음악하면서 무대에 오를 수 있으면 된다. 작년에 낸 미니앨범에 6곡이 담겼는데 사실 12곡 중 절반만 냈다. 한 선배가 "너의 에너지가 완전히 축적돼 넘치려고 할 때 정규 앨범을 내라"고 조언했다. 순간 깨달았다. 내 스스로 간절히 원할 때 정규 앨범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fact@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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