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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기술자들’이 김우빈 팬만을 위한 영화라고?
입력 2015-01-04 10:06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쪽팔리지 말자. 15평 남짓한 김홍선(38) 감독의 작업실 한쪽 벽면 선반에 청룡영화상 신인감독상 트로피와 함께 비치된 슬레이트에 쓰여 있는 문구다. 절대로 창피한 영화를 만들지 말자”는 김 감독의 신조는 작업실에서 온전히 느껴졌다. 지난해 크리스마스이브에 개봉해 관심받고 있는 영화 ‘기술자들에 대한 아이디어들과 배우들을 향한 관심과 애정이 곳곳에서 드러났기 때문이다. 한쪽 창문을 꽉 채운 주연배우 김우빈 사진을 비롯해 고창석, 이현우 등 출연진의 다양한 표정이 담긴 사진들이 이 공간에 빼곡했다. 인터뷰 동안 마치 배우들과 함께하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 관객들도 김 감독의 애정과 노력을 느꼈는지, 벌써 누적 관객 210만 명(4일 영진위 기준)을 넘고 호응해주고 있다.
‘기술자들은 뛰어난 두뇌의 금고털이 지혁(김우빈)과 인력 조달 전문 바람잡이 구인(고창석), 천재 해커 종배(이현우)가 인천 세관에서 1500억 원을 빼돌리는 이야기. 2012년 데뷔작 ‘공모자들 때 무대인사를 이틀밖에 다니지 않았다는 김 감독은 이번에는 더 많은 관객을 만날 수 있어 즐겁다. 그는 무대인사 때 팬들의 반응이 열광적”이라며 ‘김우빈 사랑해요라고 소리 지르고, 선물도 주고 난리였다. 창석 선배님의 인기도 상당하더라”고 좋아했다.
솔직히 관객들의 입장에서는 감독을 향한 기대보다는 김우빈을 향한 관심이 높다. 드라마 ‘학교 2013과 ‘상속자들로 관심을 받은 뒤 스크린 데뷔작 ‘친구2로 흥행 맛까지 본 김우빈은 ‘기술자들로 주인공으로서의 입지를 확실히 다졌다는 평이다. 김 감독은 김우빈이 핫한 라이징 스타인 건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까지 좋아해 줄 지는 사실 예상하지 못했다”며 하지만 같이 작업을 해보니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을지 끝을 알 수 없는 배우”라고 추어올렸다. 그는 사실 우빈이 원톱의 영화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결과적으로 그렇게 된 것 같지만, 다른 분들도 적재적소에서 최고의 역량을 발휘해서 이 작품이 나온 것 같다”고 짚었다.
10년 가까이 드라마 조연출로 일했던 김 감독은 데뷔작 ‘공모자들 때 캐스팅에 어려움을 겪었다. 다른 배우를 요구하는 ‘돈줄의 압박에 힘이 들었다. 이번에는 조금 수월하게 같이 작업하고 싶은 배우들과 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지혁을 이용하려 한 조 사장 역의 김영철을 여러 번 찾아가 설득을 해야 하는 등의 과정이 있었지만 전작에 비하면 어렵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더욱이 캐릭터 비중이 작았던 종배 역을 이현우가 흔쾌히 수락해줬고, 착하고 성실한 청년 역할로 팬들에게 인사한 임주환도 전혀 새로운 모습을 맡고도 감독을 잘 따라왔다.
영화는 ‘섹시미를 뽐내는 김우빈 외에도 임주환의 변신이 특히 짜릿하다. 조사장 오른팔인 이 실장 역의 임주환은 얼굴 한가운데를 가르는 깊은 상처부터 카리스마가 철철 넘친다. 조사장의 말 한마디에 뭐든 하는,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오지 않을 것 같은 모습이 인상적이다. 더는 (드라마 ‘못난이 주의보에서 동생들을 위해 무엇이든 했었던) ‘착한 준수는 찾아볼 수 없다. 속편이 나온다면 이 실장 편 스핀오프가 가장 기대된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김 감독은 많은 이들이 임주환을 꽃미남 배우라고만 생각했지 다른 모습을 잘 모른다”며 실제 처음 만난 임주환은 남자다운 모습이 강했다. 속된 말로 보자마자 꽂혔다. 다만 너무 말랐으니 운동을 해 살을 찌우면 좋겠다고 주문을 했고, 꽃미남의 눈을 가리기 위해 얼굴에 상처를 집어넣었다”고 회상했다. 임주환의 변신은 성공적이다.
‘기술자들의 또 하나의 묘미는 김 감독의 인맥찾기(?)에 있다. ‘공모자들에 나온 배우들이 거의 다 출연하기 때문이다. 임창정, 최다니엘, 조윤희, 정지윤, 조달환, 신승환 등이 조-단역, 카메오 등으로 참여했다 . 김 감독의 사람 됨됨이를 알 수 있다. 아무리 부탁한다고 해도 스케줄을 이유로 불가하다고 해도 무방할 텐데, 배우들은 시간을 냈다. 특히 임창정은 앨범 활동으로 바빴을 때인데도 부러 현장을 찾아 카메오 엔딩 역할을 톡톡히 했다.
예의라고 생각하고 전작에 출연했던 배우분들에게 시나리오를 드렸어요. 다들 출연해주시더라고요. 감사하죠. 현장에서 어떻게 했길래 그러느냐고요? 전 디렉션을 주는 것 빼고는 사담을 거의 안 해요. 술도 좋아하는데 촬영 때는 안 마셔요. 집중해야 하니까요. 물론 영화가 끝나면 연락하고 만나기도 하죠. 음, 또 뭐가 있나. 전 절대 선배들이나 후배들, 보조 출연자분들에 막말하지 않아요. 특히 보조 출연자분들에게는 항상 감사하다고 말하곤 하죠. 주인공처럼 자기 작품이라고 생각하고 연기해달라고 부탁해요.”
영화에 대한 평과 인터넷 댓글을 거의 다 읽는다는 그는 모든 반응이 고마울 따름이다. 좋아해주면 좋고, 좋지 않은 반응이라면 다음 영화를 더 잘 만들 수 있는 채찍질로 생각한다. 의욕은 더 불타오른다. 평점이 5점 이하만 아니면 감사한 거죠. 반수 이상은 좋아해 준다고 생각할 수 있으니까요. 2~3점대 받았다면, 내가 이 일을 계속 해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을 해야겠죠.(웃음)”
핫스타와 작업을 해 관심을 받았으니 다음 작업도 핫스타와 함께하고 싶은 욕심이 더 생기지 않았을까. 김 감독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 역할에 맞는 캐스팅이 최선”이라고 고개를 저었다. 핫스타와 함께 작업하는 것에 대한 생각보다는 다른 고민이 더 크다. 모든 감독이 다 똑같겠지만 오락성과 작품성을 어떻게 적절히 섞어야 하는지가 고민이에요. 등급에 대한 생각도 그렇고요. 상업적인 영화는 당연히 관객 친화적으로 가야 한다는데….”
뜬금없는 김우빈의 샤워 장면도 그런 의미였던 걸까. 사실은 지혁과 은하(조윤희)와의 관계가 어떤 건지를 알려주는 대사와 장면이 있었어요. 관객이 조금이라도 더 늦게 둘의 관계를 알게끔 편집을 했던 건데, 상업성을 노린 신이 되어 버렸네요. 또 이 실장이 오원장(신구) 목을 조르고 내던지는 신도 더 셌는데 그것도 조절했죠. 대중성과 수위 등을 맞춰나가는 건 힘든 것 같아요. 그래도 점점 더 좋아지겠죠. 두 번째 작품이니 이제 감독 타이틀을 얻었다고요? 최소 5개 작품은 해야 제대로 감독으로 불리지 않을까 생각해요. ‘기술자들이 마무리되면 빨리 또 다음 작품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jeigun@mk.co.kr/사진 유용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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