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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더M] 방판법개정안 연내 통과 무산 증권업계 한숨
입력 2015-01-02 13:32 

[본 기사는 12월 30일(06:01)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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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득하기 힘든 이유로 법안처리가 미뤄져 참 답답합니다. 그래도 밉보일 수 있나요. 마냥 기다려야죠."(한 대형증권사 담당자)
"이미 IT시스템은 완성했습니다. 서비스 받는 고객에게 좋고, 업계 영업과 고용에도 도움 되는 일인데 안타깝습니다."(한 중견증권사 담당자)
올해 증권업계의 숙원이었던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방판법) 개정안이 결국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자 연말 증권가에서는 여기저기서 한숨 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초저금리 시대와 초고령화 시대를 맞아 국민들의 자본시장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업계는 금융상품에 대한 방문판매 허용이 새 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해 왔다.
업계가 방문판매법에 기대를 걸었던 이유는 개정안이 통과되면 보험 상품이나 은행 예금에 대한 쏠림 현상이 컸던 국내 투자자들의 채권 펀드 ELS에 대한 투자가 보다 쉬워지기 때문이다. 마치 보험판매인이 잠재적인 고객을 찾아 보험 상품을 설명하고 계약을 맺는 것과 비슷한 환경을 기대하고 있었다.
현재 국회 정무위에는 업계와 정치권이 논의를 거쳐 만든 개정안이 계류돼 있다. 그러나 야당 안에서 의견이 엇갈리면서 개정안 통과가 계속 미뤄지고 있다.
국회 통과의 가장 큰 쟁점은 '방판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불완전 판매가 이뤄질 수 있는 만큼 금융소비자법 제정안이 먼저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금소법 제정안에는 금융 상품별로 위험도를 구분하고 위험등급 심사를 받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말하자면 '금융상품을 권유하기 위한 기준을 먼저 만든 다음 방판법이 시행되어야 한다'는 논리다.

그러나 이런 주장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 증권업계의 반응이다. 이미 자본시장법에 금융상품의 위험도를 구분한 기준이 반영돼 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협회에서 만든 '표준투자 권유 준칙'에 따라 각 회사들이 상품 판매 가이드라인을 이미 갖추고 있다"며 "현행 자본시장법에도 이미 적합성의 원칙(투자자의 상황에 맞는 상품을 권유)과 설명 의무(설명이 미비할 경우 투자자 책임 면책)의 원칙이 반영돼 있기 때문에 불완전 판매가 발생했을 경우 투자자들은 보호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판매 가능한 상품이 채무증권(국공채, 특수채, 회사채 등), 집합투자증권(펀드), 파생결합증권(ELS) 등으로 개정안이 추진됐지만 통과 과정에서 ELS가 빠질 수도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며 "ELS가 파생상품이긴 하지만 최근에는 종목형 상품보다 중위험 중수익의 지수형 상품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만큼 판매대상에 반드시 포함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 답답한 점은 방판법 개정안이 언제쯤 국회를 통과할지 예상조차 어렵다는 데 있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금융소비자법은 금융감독기관의 지배구조 문제와 얽혀 있어 국회 통과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그런데 금소법 통과 이후에 방판법 개정안을 통과시킨다는 주장은 업계의 상황과 소비자 편익을 전혀 고려치 않는 정치권의 아집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2곳의 대형 증권사는 자산관리까지 가능한 수준(3단계)의 방판 전산시스템을, 또 다른 중견증권사 2곳은 금융상품 매매가 가능한 수준(2단계)까지 시스템 개발을 완료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증권사들은 계좌개설까지 가능한 1단계까지 시스템을 개발해 놓고 개정안 처리 과정을 지켜보고 있는 중이다.
한 중견 증권사 관계자는 "방문판매가 가능한 시스템을 개발하는데 1단계까지 8억원, 3단계까지 약 15억원의 자금이 필요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SK증권 NH농협증권은 시범사업자로 선정돼 정부 지원까지 받아 시스템 개발에 선행 투자했지만 많은 증권사들이 아직 시스템 가동을 못하고 있다"면서 불만이 큰 업계의 분위기를 전했다.
또 다른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시스템을 개발해 놨지만 해당 업무를 담당할 인력채용이나 교육은 전혀 진행할 수 없는 상황" 이라며 "증권사 지점과 고용인원이 급격하게 줄어들고, 투자자들 역시 질 높은 서비스를 받기 어려운 상황에서 방문판매 허용은 업계와 투자자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대표적인 규제완화" 라면서 개정안의 신속한 국회 통과를 촉구했다.
[김은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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