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 내가 사랑한 대통령과 내가 사랑할 대통령
입력 2015-01-02 13:09 
2015년이 밝았습니다.

이맘때면 항상 실시하는 정치인 선호도, 여론조사는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를 예측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한겨레 신문이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가장 좋아하는 국가 지도자를 묻는 질문에 박정희 전 대통령을 꼽은 답(38.5%)이 가장 많았습니다.

박근혜 정부인데다, 최근 영화 국제시장이 흥행 돌풍을 일으키며 박정희 시대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것과 무관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 2004년 조사때는 50%였는데 11.5%포인트나 준 것은 주목할 만합니다.

2위는 노무현 전 대통령으로 2004년 11.6%에서 2014년 32.1%로 선호도가 세 배 가까이 뛰었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한겨레는 흥미로운 분석을 내놨습니다.

다른 질문 문항에 '바람직한 지도자 상'을 물었더니, '민주적 의사결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을 원한다는 답이 51.4%로, '다소 권위주의적이라도 강력한 지도력을 갖춘 사람'을 원한다는 답(45.9%)보다 많았습니다.

2004년 여론조사에선 ‘강력한 지도자를 원한다는 답(53.2%)이 ‘민주적 지도자(44.7%)에 대한 요구보다 많았는데 10년 만에 바뀐 겁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1.7%로 3위인 김대중 전 대통령(11.5%)에 이어 크게 차이가 나는 4위였습니다.

가장 최근에 대통령을 했기에 사람들 머릿속에 선명할 텐데, 크게 각인되지는 못한 모양입니다.

어쨌든 이 신문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강력한 지도자보다는 민주적 지도자에 대한 갈망이 커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이 분석이 맞을까요?

지난 2014년 우리는 참으로 많은 일을 겪었습니다.

세월호 참사로 드러난 60년 적폐, 그리고 종북 논란과 통합진보당 해산, 대북 전단과 남북 비방, 정윤회 문건까지

이 모든 일들을 보면서 사람마다 희망하는 지도자상이 다를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다르다는 다양성을 인정하지만, 우려되는 것은 이 다양성의 틈이 너무 벌어져 분열과 갈등으로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박정희를 사랑하는 국민과 노무현을 사랑하는 국민이 소통하고 서로 인정하기보다는 대립하고 심지어 적대시하는 경향이 더 강해졌다는 사실을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박근혜 정부의 지난 2년은 더욱 그랬던 것 같습니다.

세대 간 거리두기도 더 심해졌고, 좌우 대립은 사생결단의 지경까지 이르렀습니다.

2014년 12월의 마지막 날 진보적 성향의 몇몇 단체들은 '박근혜 정권 퇴진과 새누리당 해산' 구호를 들고 집회와 시위를 했습니다.

경남진보연합은 '민주주의 부활 촛불 문화제'도 열었습니다.

이에 맞서 일부 보수단체는 통합진보당 현수막을 담당 구청에 신고해 인증하면 1건당 5천원 상당의 문화상품권을 준다는 '철거 이벤트'까지 열기도 했습니다.

이것이 2014년 마지막 날 대한민국의 모습이었습니다.

2015년은 좀 다를까요?

사람들은 2015년 새로운 기대를 품습니다.

그리고 그 기대는 자연스레 차기 지도자에 대한 관심에 쏠립니다.

서울신문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26일부터 28일까지 3일간 전국 성인 남녀 1,01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에서 반기문 사무총장은 38.7%를 기록해 1위에 올랐습니다.

2위는 문재인 의원(9.8%)이었고 박원순 서울시장은 7.4%를 기록해 3위를 차지했습니다.

1위와 2위의 격차는 무려 30% 가까이 됩니다.

반기문 총장이 압도적 지지를 받는 것은 왜 일까요?

안철수 의원이 과거 그랬던 것처럼, 보수와 진보를 아우를 수 있는 통합의 이미지가 크기 때문일까요?

그렇지만, 반 총장은 국내 정치에 관심이 없다고 딱 선을 긋고 있으니 이 여론조사 결과에 큰 의미를 두기는 어렵지 않을까요?

문재인 의원의 지지율은 정윤회 문건과 통합진보당 해산 이후 최근 박원순 시장을 앞서고 있습니다.

통진당 해산으로 진보적 성향의 국민이 문재인 지지로 돌아섰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과 맞붙었던 과거 전력으로 인해 박 대통령에 대한 반대와 실망이 커지면 커질수록 지지세가 문재인 의원으로 옮겨간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새누리당에서는 김문수 보수혁신특별위원장이 4.2%를 얻어 4위에 올랐고, 김무성 대표가 4.0%를 기록하면서 5위를 기록했습니다.

이건 좀 흥미롭습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새누리당내 여론조사에서 2위로 밀린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최근 김무성 대표와 박근혜 대통령이 삐걱거리고, 친박과 친무대의 본격적인 대결이 언론에 부각돼서일까요?
(지난 26일~28일 17개 광역 시·도별, 성별, 나이별 유의할당 무작위 방식으로 표본 추출한 전국 성인 남녀 1,010명을 대상 CATI 임의걸기 방식 전화여론조사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조사(SAPS)를 병행해 조사했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08% 포인트 응답률은 18.2%)

정치인들은 여론조사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여론이 민심의 일부일 가능성까지 믿지 않아서는 안됩니다.

여론조사가 민심을 전적으로 대변하지는 않지만, 지금 민심의 흐름은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습니다.

민심은 말합니다.

새해에는 소통과 통합의 정치가 이뤄지길, 그리고 강력한 리더십과 민주적 리더십이 같이 겸비되기를...

그런 지도자가 나타나기를 갈망하고 있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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