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를 보다 보면 얼굴은 낯선데 자꾸만 시선을 끄는 이들이 있다. 누군지 궁금하게 만드는 배우계의 ‘떡잎들을 소개하는 코너. 드라마 3 작품 이하 혹은 공백기가 3년 이상인 신인 배우들과 솔직담백한 이야기를 나눠본다. ‘당신, 왜 이제야 나타났죠? <편집자 주>
[MBN스타 유지혜 기자]
안녕하세요, 배우 고원희 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요. 이렇게 새해 첫 날부터 주인공이 돼 정말 기쁘네요. 하하. 저는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학교 다니느라 정신이 없었어요. 대학교 1학년이라 이제 막 기말고사를 끝냈거든요. 단편영화 ‘소월길도 영화제에 출품돼서 많이 바빴고요. KBS1 일일드라마 ‘고양이는 있다를 마친 후에도 많이 바빴지요? 그래도 영화는 서울독립영화제에 초청도 받고 그래서 정말 기분이 좋아요. 영화 속에서 트렌스젠더 역을 맡았는데 많이 놀라셨죠? 저도 단아함만 있는 건 아니랍니다.
◇ 유난히 어려운 역할만 한다고요? 욕심인가봐요
제가 데뷔는 2012년 ‘수목장이라는 드라마에서 했지만, 거기에서는 회상신에서만 잠깐 등장한 거였어요. 본격적으로 연기를 시작했다고 하면 JTBC ‘궁중잔혹사-꽃들의 전쟁을 들 수 있는데요. 그 안에서 어리지만 욕심 많은 장렬왕후 조씨 역으로 나왔어요. 정말 큰 역할이어서 부담도 많았던 게 기억나요.
그리고 영화 ‘찌라시에서는 스캔들에 휘말리는 배우인 미진 역할로 나왔고요. 그리고 KBS1 ‘고양이는 있다에서 정혜(김서라 분)의 딸 정지은 역할로 나왔고요. 일일드라마라 호흡이 정말 길었죠. 그렇게 보니 다 어려운 역할만 맡았어요.(웃음) 왜 어려운 역할만 하냐고 묻는 분들도 있었어요. 거기에 이번 단편영화 ‘소월길에서는 트렌스젠더 역을 맡았으니 더 추가된 거네요.(웃음) 저도 잘 모르겠어요. 잘 생각해보면 작품들이 제가 ‘이건 반드시 하고 싶어라는 것 밖에 없었어요. 시나리오나 대본이 정말 좋았던 거였거든요.
제 욕심이 많은 것 같기도 해요. 다른 거엔 욕심이 별로 없는데 연기 욕심은 부리는 편이에요. ‘궁중잔혹사-꽃들의 전쟁을 할 때에는 부담감에 촬영장 가는 게 두렵고 떨린 적도 있었고, ‘찌라시에서 미진이가 죽는 장면에서는 어떻게 해야할까 고민을 많이 하기도 했죠. ‘고양이는 있다에서는 사극과는 대사 톤마저도 다 달라서 적응 하는 게 쉽지 않았고요. 그런데 이런 힘든 게 또 재밌어요.(웃음) 그런 엉켜진 부분들을 풀어내는 게 연기의 재미인 것 같기도 하고요.
그리고 제가 아시아나 CF를 했고, 성격도 좀 내성적이라서 차분해보이고 그래요. 말투도 나긋나긋한 편이고요. 그래서 단아한 이미지가 많이 부각됐는데 배우로서는 당연히 다양한 역할을 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있잖아요. 그래서 더 다양한 캐릭터를 해보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요. 어떤 선배님께서 ‘연기는 배우는 게 아니라 깨부수는 것이라고 하셨는데 이제 그 말을 조금씩 이해할 것 같아요.
◇ 선배님들이 며느리감으로 ‘콕 집으셨어요
물론, 정말 신인인 제가 지금까지 맡았던 작품들을 무사히 끝마친 건 저를 도와준 다른 선배님들 덕분이었어요. 저는 참 운이 좋은 것 같아요. 좋은 작품도 만났지만, 그 안에서 좋은 선생님들을 많이 만났거든요.
‘궁중잔혹사-꽃들의 전쟁을 할 때에는 정선경 선배님께서 정말 가르침을 많이 주셨어요. 집 앞 카페에서 따로 만나서 저의 대본 리딩을 봐주시기도 했고요. 모니터링할 때에는 꼭 저를 불러서 함께 하셨고, 그럴 때마다 이런 저런 조언들을 많이 해주셨어요. 정말 감사할 따름이에요. 저는 아무 것도 모르는 신인인데 이런 도움을 많이 받아서 나중에는 ‘연기 정말 늘었다는 칭찬을 받게 됐어요.
그리고 ‘고양이는 있다에서 제 엄마 역을 나왔던 김서라 선생님은 정말 ‘엄마 같았어요. 엄마, 미안해요.(웃음) 제가 지금까지 모녀 호흡이 한 번도 없었거든요. 영화 ‘찌라시에서도 부모가 없는 역할이었고요. 정말 극중 엄마가 처음이었어요. 그런데 김서라 선생님께서 정말 많이 챙겨주셔서 든든하고 좋았죠.
극중 김서라 선생님과 연인으로 등장하는 독고영재 선생님도 정말 처음에는 어려웠어요. 그런데 선생님께서 워낙 쾌활하시고 모두를 이끌어주시는 분이시거든요. 편하게 먼저 다가와주셔서 연기도 정말 편하게 했어요. 저는 주로 선생님들과 호흡을 맞췄는데요, 막내로서 예쁨을 독차지 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았던 것 같아요.(웃음) 선생님들께서도 제게 ‘며느리 했으면 좋겠다고 매일 말씀하셔서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요.
◇ ‘연기 엘리트 코스 밟았다고요? 때로는 아쉽기도 해요
제가 처음 연기자가 꿈이었던 건 중학교 무렵이에요. 그 전에는 막연하게 연예인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예술고등학교에 진학해서 연극영화과를 가자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야말로 FM처럼 말이에요.
그런데 집안 반대가 정말 심했어요. 어머니께서 그래서 중국으로 유학을 보내시기도 했죠. ‘연기는 아무나 하냐면서 초강수를 두시더라고요.(웃음) 그 와중에 봤던 한 배우 오디션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서 다행히 어머니께서 마음을 접으시고 제가 연기를 계속 할 수 있게끔 해주시더라고요. 그 때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면 저는 아마 지금 아시아나 CF 모델이 아니라 직접 그 비행기를 타는 승무원에 도전하고 있지 않았을까요?(웃음)
누군가는 ‘연기의 엘리트 코스를 밟았으니 좋겠다는 말씀도 해요. 과찬이라고는 생각하지만 때로는 좀 아쉬울 때도 있어요. 다른 직업을 해보지 않아서 아쉽다는 게 아니라, 백지가 그림을 그리기 더욱 쉬운 법이라는 것 때문이에요.
전에 연기를 해보지 않은 친구와 상대역을 한 적이 있었는데요. 오히려 그 친구의 연기가 하루가 다르게 빨리 늘더라고요. 제 눈에도 그게 보이니 그런 친구들은 부럽기도 했어요. 하지만 저는 현장과 학교에서 가르침을 받고 있으니, 그 가르침을 다 빨아들였다가 제가 필요한 정보를 응용해서 쓸 수 있도록 하자는 생각으로 배우고 있어요.
현장과 학교 모두에서 연기를 배우는 게 힘들진 않냐고요? 때로는 조금씩 달라서 헷갈릴 때도 있어요. 하지만 현장과 학교 두 곳에서 가르쳐주는 것은 조금씩 차이가 날 수 밖에 없어요. 그래서 ‘여기서는 이랬는데 왜 저기서는 저렇지?라고 혼동하기 시작하면 힘들어지더라고요. 아예 ‘다 배우자라는 마음으로 바뀐 게 바로 그 계기 때문이에요.
◇ 싸이코패스 역은 꼭 해볼거에요…잘 할 것 같아요
사실 롤모델 정말 자주 바뀌는데요, 제가 롤모델의 ‘금사빠에요.(웃음) 모든 배우들의 장점을 다 가지고 싶다는 생각인데요. 전도연 선배님은 정말 닮고 싶어요. 대사할 때 자신의 목소리로 편하게 하면서 ‘연기일까, 진짜일까 의구심을 들게 하시잖아요. 그런 배우가 되고 싶어요.
저는 강하게 생긴 편이 아니고, 헤어나 메이크업에 따라서 확확 변화는 스타일이에요. 심지어 사진 각도에 따라서도 그렇대요.(웃음) 다양한 모습이 나온다는 건 그만큼 다양한 캐릭터를 할 수 있다는 거니까 칭찬인 것 같아요. 나중에는 이런 저의 강점을 살려서 싸이코패스 역은 꼭 해보고 싶어요. 놀라셨어요? 저 정말 잘 할 것 같은데.(웃음) 심적으로 복잡하고 힘든 역할 해보는 게 꿈이에요.
제게는 동생 두 명이 있는데 나이 차이가 다 많이 나요. 막내는 저랑 열 두 살 차이가 나는데요. ‘고양이는 있다 방영할 때 시작할 시간이 되면 항상 제게 전화를 하더라고요. ‘어디야? 고양이 해라고요. 동생 SNS 프로필 사진도 항상 저에요. 그런 걸 보면 동생에게 자랑스러운 언니가 되고 싶어요. 그리고 동생이 ‘이게 우리 언니야라고 했을 때 사람들이 알아봐주시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고요. 동생들의 응원해주는 만큼 꼭 좋은 배우, 어려운 역할도 잘 해내는 배우로 성장하고 싶어요.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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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현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