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업은행과 한국정책금융공사가 합병한 통합 산업은행이 새해 1일에 출범한다. 지나 2009년 10월 이명박 정부의 산업은행 민영화 방침에 따라 분리된 지 5년여만의 재결합이다. 민영화 방침 포기에 따라 대우증권 등 산업은행 자회사들의 매각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5월 개정·공포된 산업은행법에 따라 산업은행과 정책금융공사는 새해 1일 합병 절차를 마치고 통합 산업은행으로 공식 출범한다. 통합에 따라 정책금융공사와 산은지주의 업무와 인력은 이날부로 산업은행에 흡수된다.
정책금융공사의 온렌딩(민간은행 간접대출)과 간접투자금융은 신설된 간접금융 부문에 편입됐고, 산은지주의 자회사 관리 업무는 신설된 자회사관리단이 맡게 됐다.
합병 전 정책금융공사의 해외투자 부문이 수출입은행으로 이관됨에 따라 관련 자산 및 공사의 관련 업무 수행인력 30명은 수출입은행으로 소속을 바꿨다.
공격적인 금리 책정으로 시중은행과 마찰을 빚었던 다이렉트 예금은 폐지되고 개인금융 부문 조직도 수신기획부로 축소됐다.
다이렉트 예금은 폐지됐지만 사실상 실명확인 방문 서비스만 사라졌을 뿐 기존 개인고객에 대한 혜택은 그대로 유지된다. 영업점 방문을 통한 개인계좌 개설은 이전처럼 여전히 가능하다고 산은 측은 설명했다.
합병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특히 분리 후 신생 조직이었던 정책금융공사로 옮긴 직원들의 승진이 빨랐던 반면, 산은에 남았던 직원들은 인사적체로 승진이 늦어짐에 따라 직급 불균형 문제가 발생해 합병 과정에서 골머리를 앓게 했다.
결국 정책금융공사 출신 직원에 인사상 불이익이 없도록 한 국회 요구에 따라 산업은행과 공사 직원의 직급은 그대로 유지하도록 하되 '팀장' 등 직위는 인정하지 않기로 결정됐다.
상위 직급 급여가 산업은행 대비 다소 높았던 정책금융공사 직원의 급여도 당분간은 유지하되 향후 점진적으로 맞춰가기로 했다.
통합 산은의 자산건전성 저하도 위험 요인이다.
정책금융공사의 위험자산이 산업은행에 반영되면서 통합 산은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총자본비율은 시중은행 평균(15.6%)에 크게 못 미치는 12% 수준으로 떨어질 전망이다.
통합 산은 출범에 따라 자회사 매각에 따른 금융권 인수·합병(M&A) 시장은 조만간 뜨겁게 달아오를 전망이다.
홍기택 산업은행장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KDB대우증권, KDB자산운용, KDB캐피탈, KDB생명 등 민간 금융사와 마찰을 빚을 수 있는 자회사는 매각 방침을 정했다고 답변했다. 다만 KDB인프라자산운용만 공공성을 고려해 계열사로 남기기로 했다.
매각 규모가 가장 큰 대우증권은 시장 상황을 봐가면서 매각 여부를 판단한다는 방침이다. 시장에서는 KB금융이 대우증권의 가장 유력한 인수자로 거론된다.
적절한 인수자가 없어 매각에 실패했던 KDB생명은 대우증권 등 다른 자회사와의 패키지 매각 가능성 등 고려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산업은행 민영화 방침의 철회에 따른 정책실패와 그에 따른 혼란 및 비용에 대해서는 비판과 논란이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산업은행의 한 간부는 "정책실패에 따른 피해는 직원들이 고스란히 입고 있지만 그 책임은 누가 지는지 모르겠다”고 푸념했다.
윤석헌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는 "산은의 민영화론과 정책금융기관으로서 역할론은 끝나지 않는 논쟁 이슈”라며 "다음 정권 들어 민영화 이슈가 또다시 되풀이되지나 않을까 두렵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권 보신주의 행태에 대한 비판이 있는 상황에서 정책금융의 필요성은 중요하다”며 "기왕 통합 산은이 재출범하는 만큼 정책금융기관으로서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해주길 기대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매경닷컴 디지털뉴스국]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