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조우영 기자] 모호하다. 대한의사협회는 고(故) 신해철의 사망 원인을 둘러싼 의혹과 논란에 종지부를 찍지 못했다. 결국 법원으로 공이 넘어가게 생겼다.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는 고 신해철 사망 관련 의료감정조사위원회의 감정 결과를 30일 공식 발표했다. 결론부터 요약하면 신해철의 장 협착 수술을 진행했던 S병원의 일부 잘못이 인정되나 단순히 그 자체만으로는 의료과실을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주목할 만한 점은 의협의 감정 결과를 보면 S병원장의 일부 주장이 거짓말임을 뒷받침한다는 사실이다.
앞서 고 신해철의 아내 윤원희 씨는 앞서 S병원의 의료사고 가능성을 조사해달라면서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S병원장은 두 차례, 서울 송파경찰서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자신의 주장을 폈다.
경찰 조사에서 양측 주장은 엇갈려 왔다. 신해철 측은 "S병원장이 '위 축소 수술을 했다' 말했다"는 것이고, S병원장은 "장유착박리술을 했을뿐, 위 축소수술은 하지 않았다. 수술 과정에서 위벽이 약해진 것을 발견하고 이를 강화하는 수술을 했다"고 경찰 조사에서 진술했다.
의협은 이날 "위 용적을 줄이는 수술(위 축소 성형술)이 시행됐다. 수술 중 의인성 손상에 의해 심낭 천공이 발생했으며 이에 따른 복막염이 발생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국과수 시신 부검 결과와 일치하는 소견이며, S병원장의 주장은 또 한 번 힘을 잃게 됐다.
그런데 의협은 진료기록상 신해철이 위 밴드 제거 수술에는 동의했다는 점을 상기했다. 신해철이 위 축소 수술에 동의한 것이 아님에도 의협은 "어디까지 (수술) 동의를 했느냐의 문제는 법원에서 판단할 일"이라고 말했다.
◆ 쟁점 2. 장 천공 원인
의협은 소장 천공 시기와 원인에 대해서도 "특정하기는 어려우나 수술 3일 후인 10월 20일 이전에 천공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음식물 섭취에 따른 천공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S병원장은 신해철이 금식 지시를 어겨 천공이 발생했을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이 또한 의협의 추론만 놓고 보면 S병원장의 주장은 타당성이 없다.
그러나 "심낭 천공과 소장 천공은 수술 행위 중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이므로 천공이 일어났다는 자체만으로 의료과실이라 단정하기 어렵다"는 게 의협의 최종 의견이다.
◆ 쟁점 3. 수술 후 적절한 후속 조치가 됐는가 되지 않았는가
의협은 고 신해철 수술 후 심낭 천공에 대한 발견과 이에 대한 조치가 미흡했다고 판단했다.
수술 직후(10월 17일) 사망자(신해철)가 극심한 흉통을 호소한 점에 미뤄보면 적극적인 원인 규명이 필요했다. 하지만 10월 19일에서야 흉부영상검사가 있었고, 이때 심낭기종 소견이 있었음에도 천공 발견과 조치가 미흡했다.
의협은 "입원을 유지해 지속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은 부분에 문제가 있다"면서도 "다만 환자의 협조(한 차례 입원 거부 등)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과도 일정 부분 관계가 있다고 판단한다"고 전했다.
의협 관계자는 "그렇다고 병원의 책임이 전혀 없다는 것은 아니다"고 여지를 남겨뒀으나 이는 고인의 책임 또한 일부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이러한 의협 감정 결과는 어느 정도 예상됐다. 노환규 전(前) 대한의사협회장은 지난달 매일경제 스타투데이에 "(고인 시신에서 발견된 소장과 심낭의) 천공 자체는 의료과실로 보기 힘들다"며 "문제는 그 천공이 적절히 진단되고 바르게 처치되지 않았다는 점"이라고 자신의 의견을 밝힌 바 있다.
노 전 의협회장은 "의료인이 아닌 분들 중 꽤 많은 이들이 소장과 심낭에서 발견된 '천공'을 '의료과실'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며 "하지만 의사들 생각으로 천공 그 자체는 의료과실이라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수술을 하면 조직이 손상되고 출혈이 있기 마련이다. 이것이 치유되는 과정에서 섬유조직들이 생겨나고, 수술 부위 조직들을 서로 달라붙게 한다.(유착) 따라서 같은 부위를 재수술할 경우 붙은 장들을 떼어내는 일(박리)부터 하는데 이때 종종 구멍이 나서 출혈이 발생한다. 특히 (장)벽이 크게 얇아진 경우 더 자주 생긴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를 두고 (자신의 전공 분야인 심장을 예로 들어) 의료 과실 혹은 의료 사고로 생각하는 의사는 없다. 만일 이것을 의료과실이라 한다면 심장재수술을 할 의사는 없을 것"이라며 "심장 박리 중 심장에 구멍이 나는 일은 수술을 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이다. 이 합병증을 적절히 조치해 수술을 잘 마무리하는 것이 의사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결국 노 전 의협회장이 본 병원 측 과실은 다음과 같았다. '천공이 발생했다는 사실 그 자체'가 아니라, ▲환자에게 심정지가 일어날 때까지 천공이 진단되지 않았다는 점 ▲그럼으로써 환자가 천공으로 인한 염증확산에 의해 사망에 이르기까지 적절한 처치를 받지 못했다 점이다. 의협의 이번 공식 감정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번 의협의 모호한 감정으로 일명 '신해철 법'이 도입되어야 한다는 여론은 더욱 들끓을 전망이다. 의료 사고 발생시 환자의 권익을 강화하는 개정 법안이 정기국회에서 논의 중이나 처리되지 않고 있다.
소송까지 가기 전 중재를 위한 법이 지난 2012년에 만들어져 시행 중에 있지만 맹점이 있다는 지적이 큰 상황이다. 현재는 환자 측이 한국의료조정중재위에 조정 신청을 해도 병원이 이를 거부하면 조정 절차가 개시되지 않는다. 만약 소송까지 이어져도 환자가 병원을 상대로 피해사실을 증명해야하는 만큼 승소하는 확률이 매우 낮기도 하다.
최근 경찰 조사를 받은 윤씨는 환자에게 너무 불리한 의료소송 제도와 우리나라 의료 체계의 잘못된 제도, 관행들이 개선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며 내 남편의 죽음이 그저 한 사람의 죽음으로 머무르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고 신해철의 시신은 지난 11월 3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부검됐다. 부검 결과 고 신해철의 사망 원인은 복막염·심막염에 의해 합병된 패혈증인 것으로 확인됐다.
10월 17일 S병원에서 장협착 수술을 받은 신해철은 고통을 호소하다가 심정지가 와 심폐소생술까지 받은 뒤 아산병원으로 이송돼 응급 수술을 받았지만 같은 달 27일 끝내 숨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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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는 고 신해철 사망 관련 의료감정조사위원회의 감정 결과를 30일 공식 발표했다. 결론부터 요약하면 신해철의 장 협착 수술을 진행했던 S병원의 일부 잘못이 인정되나 단순히 그 자체만으로는 의료과실을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주목할 만한 점은 의협의 감정 결과를 보면 S병원장의 일부 주장이 거짓말임을 뒷받침한다는 사실이다.
앞서 고 신해철의 아내 윤원희 씨는 앞서 S병원의 의료사고 가능성을 조사해달라면서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S병원장은 두 차례, 서울 송파경찰서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자신의 주장을 폈다.
경찰 조사에서 양측 주장은 엇갈려 왔다. 신해철 측은 "S병원장이 '위 축소 수술을 했다' 말했다"는 것이고, S병원장은 "장유착박리술을 했을뿐, 위 축소수술은 하지 않았다. 수술 과정에서 위벽이 약해진 것을 발견하고 이를 강화하는 수술을 했다"고 경찰 조사에서 진술했다.
대한의사협회가 신해철 사망 원인 관련 감정 결과를 30일 발표했다.
◆ 쟁점 1. 동의 하지 않은 위 축소술의협은 이날 "위 용적을 줄이는 수술(위 축소 성형술)이 시행됐다. 수술 중 의인성 손상에 의해 심낭 천공이 발생했으며 이에 따른 복막염이 발생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국과수 시신 부검 결과와 일치하는 소견이며, S병원장의 주장은 또 한 번 힘을 잃게 됐다.
그런데 의협은 진료기록상 신해철이 위 밴드 제거 수술에는 동의했다는 점을 상기했다. 신해철이 위 축소 수술에 동의한 것이 아님에도 의협은 "어디까지 (수술) 동의를 했느냐의 문제는 법원에서 판단할 일"이라고 말했다.
◆ 쟁점 2. 장 천공 원인
의협은 소장 천공 시기와 원인에 대해서도 "특정하기는 어려우나 수술 3일 후인 10월 20일 이전에 천공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음식물 섭취에 따른 천공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S병원장은 신해철이 금식 지시를 어겨 천공이 발생했을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이 또한 의협의 추론만 놓고 보면 S병원장의 주장은 타당성이 없다.
그러나 "심낭 천공과 소장 천공은 수술 행위 중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이므로 천공이 일어났다는 자체만으로 의료과실이라 단정하기 어렵다"는 게 의협의 최종 의견이다.
◆ 쟁점 3. 수술 후 적절한 후속 조치가 됐는가 되지 않았는가
의협은 고 신해철 수술 후 심낭 천공에 대한 발견과 이에 대한 조치가 미흡했다고 판단했다.
수술 직후(10월 17일) 사망자(신해철)가 극심한 흉통을 호소한 점에 미뤄보면 적극적인 원인 규명이 필요했다. 하지만 10월 19일에서야 흉부영상검사가 있었고, 이때 심낭기종 소견이 있었음에도 천공 발견과 조치가 미흡했다.
의협은 "입원을 유지해 지속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은 부분에 문제가 있다"면서도 "다만 환자의 협조(한 차례 입원 거부 등)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과도 일정 부분 관계가 있다고 판단한다"고 전했다.
의협 관계자는 "그렇다고 병원의 책임이 전혀 없다는 것은 아니다"고 여지를 남겨뒀으나 이는 고인의 책임 또한 일부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故신해철(사진=공동취재단)
◆ 예상된 결과?이러한 의협 감정 결과는 어느 정도 예상됐다. 노환규 전(前) 대한의사협회장은 지난달 매일경제 스타투데이에 "(고인 시신에서 발견된 소장과 심낭의) 천공 자체는 의료과실로 보기 힘들다"며 "문제는 그 천공이 적절히 진단되고 바르게 처치되지 않았다는 점"이라고 자신의 의견을 밝힌 바 있다.
노 전 의협회장은 "의료인이 아닌 분들 중 꽤 많은 이들이 소장과 심낭에서 발견된 '천공'을 '의료과실'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며 "하지만 의사들 생각으로 천공 그 자체는 의료과실이라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수술을 하면 조직이 손상되고 출혈이 있기 마련이다. 이것이 치유되는 과정에서 섬유조직들이 생겨나고, 수술 부위 조직들을 서로 달라붙게 한다.(유착) 따라서 같은 부위를 재수술할 경우 붙은 장들을 떼어내는 일(박리)부터 하는데 이때 종종 구멍이 나서 출혈이 발생한다. 특히 (장)벽이 크게 얇아진 경우 더 자주 생긴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를 두고 (자신의 전공 분야인 심장을 예로 들어) 의료 과실 혹은 의료 사고로 생각하는 의사는 없다. 만일 이것을 의료과실이라 한다면 심장재수술을 할 의사는 없을 것"이라며 "심장 박리 중 심장에 구멍이 나는 일은 수술을 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이다. 이 합병증을 적절히 조치해 수술을 잘 마무리하는 것이 의사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결국 노 전 의협회장이 본 병원 측 과실은 다음과 같았다. '천공이 발생했다는 사실 그 자체'가 아니라, ▲환자에게 심정지가 일어날 때까지 천공이 진단되지 않았다는 점 ▲그럼으로써 환자가 천공으로 인한 염증확산에 의해 사망에 이르기까지 적절한 처치를 받지 못했다 점이다. 의협의 이번 공식 감정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다.
고 신해철의 의료사고 의혹 진실 규명을 촉구하는 유족과 동료 뮤지션들(사진=유용석 기자)
◆ '신해철 법' 도입 찬성 여론 불씨 당겨지나이번 의협의 모호한 감정으로 일명 '신해철 법'이 도입되어야 한다는 여론은 더욱 들끓을 전망이다. 의료 사고 발생시 환자의 권익을 강화하는 개정 법안이 정기국회에서 논의 중이나 처리되지 않고 있다.
소송까지 가기 전 중재를 위한 법이 지난 2012년에 만들어져 시행 중에 있지만 맹점이 있다는 지적이 큰 상황이다. 현재는 환자 측이 한국의료조정중재위에 조정 신청을 해도 병원이 이를 거부하면 조정 절차가 개시되지 않는다. 만약 소송까지 이어져도 환자가 병원을 상대로 피해사실을 증명해야하는 만큼 승소하는 확률이 매우 낮기도 하다.
최근 경찰 조사를 받은 윤씨는 환자에게 너무 불리한 의료소송 제도와 우리나라 의료 체계의 잘못된 제도, 관행들이 개선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며 내 남편의 죽음이 그저 한 사람의 죽음으로 머무르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고 신해철의 시신은 지난 11월 3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부검됐다. 부검 결과 고 신해철의 사망 원인은 복막염·심막염에 의해 합병된 패혈증인 것으로 확인됐다.
10월 17일 S병원에서 장협착 수술을 받은 신해철은 고통을 호소하다가 심정지가 와 심폐소생술까지 받은 뒤 아산병원으로 이송돼 응급 수술을 받았지만 같은 달 27일 끝내 숨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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