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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더M] "中 완다그룹 2000억원 펀드 운용하게 된 비결은"
입력 2014-12-29 13:18  | 수정 2014-12-29 15:04

[본 기사는 12월 24일(06:06)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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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홍콩에 상장한 중국 최대 부동산개발업체 완다그룹을 이끄는 수장이자 마윈 알리바바 회장을 이은 중국 2대 부호 왕젠린(王健林) 회장이 지난 11월 서병수 부산시장과 만났다. 부산시와 손 잡고 2000억원 규모의 아시아 최대 영화펀드 조성을 약속하기 위해서다. 2012년 미국 AMC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고 세계 최대 영화관 보유 기업으로 우뚝 선 완다그룹이 종합 문화·엔터 기업으로의 변신을 선언하며 가장 먼저 한 일이 바로 부산시와 한중영화펀드 결성을 위해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것이었다.
그런데 이같은 대규모 펀드의 운용사로 임직원 4명뿐인 국내 신생 벤처캐피탈 TGCK파트너스가 선정돼 눈길을 끌고 있다. 펀드를 운용하게 된 주인공은 바로 김지웅 TGCK파트너스 대표. 지난 1월까지 SM콘텐츠인베스트펀트 대표로 있다가 거취를 옮긴 그는 '도둑들''괴물''올드보이'등 흥행작에 투자해 '충무로 미다스의 손'으로도 불리고 있는 문화콘텐츠 투자 전문가다.
김 대표는 23일 매일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내년 1월 완다그룹측 임원이 방문하면 투자대상을 확정짓고 펀드결성을 마무리할 예정"이라며 "영화를 중심으로 투자하되 영화 제작사 및 관련 기업까지 포함해 포트폴리오를 짜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중합작영화도 구상하고 있지만 동시 개봉이 목적이 아니라 한국 콘텐츠·인력을 이용해 중국 시장을 겨냥하는 영화에 투자할 계획이다.
창투사 설립과 동시에 거대 프로젝트에 참여할 만큼 입지를 다진 비결로는 차별화된 투자 제안과 책임 제작(Executive Producing)을 꼽았다. 김 대표는"예를 들어 내년 7월 개봉할 영화 '암살'의 예상 관객수는 1370만명"이라며 "증권사가 목표주가를 제시하듯 영화 투자 전문 벤처캐피탈(VC)은 목표관객을 구체적으로 설정해 밸류에이션을 평가할 수 있어야 하고, 밸류 향상을 위해 필요하다면 제작에도 뛰어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손익분기점(BEP)을 분석하고 관객 1인당 수익을 추정하는 걸로는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그는"문화 콘텐츠는 생물체와 같아 수많은 변수에 따라 형태가 바뀌기 때문에 케이스별 시나리오만 갖고 기다리면 의미도 없고 리스크도 피할 수 없다"면서 "제작비·경쟁작·리스크 분석을 통해 조건에 맞는 영화를 발굴한 뒤에는 목표관객 달성을 위해 캐스팅, 개봉시기 선정 등 전 과정에 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령 뮤지컬에 투자할 경우 라이선스 확보부터 배우 섭외까지 제작사와 함께 뛰면서 작품 가치를 올려주는 식이다. '잭더리퍼' '삼총사' 등 공연을 성공으로 이끈 그는 "최근 라이센스 계약을 마친 일본만화 원작 뮤지컬을 내년 하반기 무대에 올릴 예정"이라며 "타겟을 20~30대 여성으로 잡고 투자가치를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할 대상을 확정한 뒤 자금을 유치하는 것도 그만의 노하우다. 내년 쇼박스 배급영화'암살-사도-내부자들-강남1970' 4개 작품으로 투자대상을 미리 정해놓은'TGCK 한국대표영화펀드 1호'의 경우 싱가포르·중국계 자금을 포함한 순수 민간자본 45억원을 수월하게 모은 바 있다. 돈을 먼저 끌어들인 다음 투자대상을 찾는 '블라인드 펀드'보다 외국계 투자자의 호응이 높았다는 평가다.

그는 같은 방식으로 내년 1분기 중 새로운 분야에서 200억~300억원 규모의 펀드도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미 미국계 자본 참여가 결정됐다. 김 대표는 "국내 VC는 대부분 IT벤처에 투자하는데 반해 이 펀드는 신성장 제조업부문의 벤처 투자대상을 고정시켜 놓고 자금을 모으고 있다"며 "기업공개(IPO)를 통해 투자금을 회수하기보다는 순수 인수합병(M&A)과 매각을 통해 수익을 실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 자금 유치 계획에 대해서는 "정부가 신성장산업 육성 차원에서 지원해준다면 받겠지만 정부 모태자금이 없다고 해서 펀드를 조성할 수 없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며 "순수 민간자본으로도 얼마든지 펀드를 조성할 만한 경쟁력이 필요하다"는 신념을 드러냈다.
[김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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