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 '알바 염장' 지른 김무성 대표, '낡은 구도' 새정치연합
입력 2014-12-29 11:46 
정치는 무릇 민심을 먹고 사는 것인데, 간혹 보다 보면 정치인들이 민심을 잘 읽지 못하고 엉뚱한 발언과 엉뚱한 행동을 할 때가 있습니다.

김무성 대표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군인연금과 사학연금 개혁과 관련해 정부가 민심을 모른다며 강하게 질책하는 발언을 쏟아냈습니다.

▶ 인터뷰 : 김무성 / 새누리당 대표(청년토크간담회 23일)
- "정부가 어떤 정부에요. 박근혜 정부 아닙니까. 그럼 연금하는 것을 국회와서 해야하는데 우리하고 상의도 없이 정부에서 마음대로 발표를 해요? 기가 막힌 심정이에요. 이 정부의 무능입니다. 무능."

공무원 연금만으로도 버거운데 사학연금과 군인연금까지 내년에 처리하는 것은 민심에 위배된다는 뜻이었습니다.

정부가 그런 민심조차 읽지 못하니 무능하다고 힐난했습니다.


그랬던 김 대표가 사흘 만에 민심을 놓치고 말았습니다.

지난 26일 여의도연구원 청년정책연구센터 주최로 열린 토크쇼에서 나온 발언이 문제가 됐습니다.

시작은 좋았습니다.

▶ 인터뷰 : 김무성 / 새누리당 대표(26일)
- "전국 대학생 실태 백서 보니깐 주거 실태 등 가슴이 많이 아프고 안타깝다. 특히 취업하기 필수요건인 학벌 학점 어학연수 등 5대 스펙을 넘어서 봉사 인턴 수상경력이 추가돼서 8대 스펙에 치여 사는 청년 모습 볼 수 있어..."

하지만 질의응답에서 구설수를 자초했습니다.

부당한 아르바이트 처우에 대한 대책을 묻는 질문에 "젊어서 그런 고생을 하는 것도 앞으로 사회생활을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인생에 좋은 경험이라 생각하고 열심히 해야 한다. 방법이 없다" 말했습니다.

청년 실업과 열악한 알바 현실에 가슴 아프다고 인사말을 했는데, 질의응답 과정에서 180도 다른 말을 해버린 셈입니다.

어느 게 진짜 김 대표의 속내일까요?

김 대표는 더 나아가 "아르바이트를 구하러 가서 그런 사람(악덕 업주) 아닌지 구분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며 "부당한 대우를 당했을 때 상대를 기분 나쁘지 않게 설득해 나쁘게 먹은 마음을 바꾸는 것도 여러분의 능력"이라는 발언까지 했습니다.

알바들이 악덕 업주에게 일방적으로 당하는 힘의 구조를 모르지 않을텐데 왜 이런 말을 했을까요?

알바가 말로 악덕업주를 설득하고 좋은 업주로 만드는게 정말 가능하다고 생각한걸까요?

주말에 SNS에서는 김 대표를 질타하는 글이많았습니다.

끝내 알바노조는 오늘 오전 10시30분 여의도 새누리당사 앞에서 김 대표의 발언을 규탄하는 집회와 기자회견을 가졌습니다.

▶ 인터뷰 : 알바노조 / ㅇㅇ
- "알바 양산·착취는 정치권 무능의 소산이다. 김무성 대표는 사과하라"

교사와 군인들의 마음은 잘 읽은 김 대표가 그토록 공을 들이고 있는 청년들의 마음은 잘 읽지 못한 모양입니다.

야권도 민심을 잘 읽지 못하고 있습니다.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 (22~26일.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2000명, 표본오차 95% ±2.2%P) 문재인은 대선주자 지지도에서 지난주 14.8%에서 1.5%포인트 오른 16.3%를 기록하며 11주 연속 1위를 지켜오던 박원순 서울시장을 밀어내고, 1위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지난 7월 4주차 15.5%의 지지율로 1위를 기록한 이래 약 5개월 만입니다.

물론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 역시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으로 지지층이 재결집하며 지난주 대비 3.1%포인트 상승한 43%의 지지율을 기록했습니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이런 조사 결과를 놓고 통진당 해산과 문재인의 의원의 당권 도전으로 문재인을 중심으로 한 진보층의 결집과 박 대통령을 중심으로한 보수층의 결집이 두드러졌다고 분석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문재인 의원을 중심으로 중도 진보층이 결집했다고 단언하기는 조심스럽습니다.

어쩌면 서울시향 박현정 대표의 성희롱 논란과 박원순 서울시장의 인권선언 논란이 부른 반대급부일 수 있습니다.

친노를 중심으로 한 문재인 의원 측은 이런 여론조사 결과가 고무적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문 의원은 오늘 당권 도전을 선언했습니다.

▶ 인터뷰 : 문재인 / 새정치연합 의원(12월 29일)
- "당을 살리기 위해 몸을 던질 것을 결심했다. 저 문재인이 나서서 당의 변화와 단결을 이뤄내겠다. 더 이상 패배하지 않는, 이기는 정당을 만들겠다. 당을 살려내는 데 끝내 실패한다면 정치인 문재인의 시대적 역할은 거기가 끝이라는 각오로 이 자리에 섰다. 대표가 되면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

사즉생의 각오로 당 대표 도전에 나섰다는 겁니다.

이로써 새정치연합 당대표 선거는 문재인 대 박지원, 박지원 대 문재인의 구도로 치러지게됐습니다.

친노와 호남, 노무현 비서실장 대 김대중 비서실장의 대결입니다.

흥행요소를 갖췄지만, 그래서 사람들은 더 우려합니다.

해묵은 대결구도라는 겁니다.

당장 박지원 의원은 2012년 통진당과 연대했던 친노계의 아픈 과거를 꺼내들었습니다.

▶ 인터뷰 : 박지원 / 새정치민주연합 의원(28일)
- "한가지 문제는 통진당이 200만표 전국 투표 경험한 적 있다. 그래서 만약 통합 후보 하겠다는 분은 시민사회단체 요구 거부할 수 있을까. 그 200만표 눈에 어른거리는데 그런 결정할 수 있을까. 의구심이 간다. 그래서 저처럼 경험 리더십 가진 사람이 그런 결정함으로써 집권 가능하다. 저는 하지 않겠다."

문재인 의원은 200만 표 욕심때문에 다시 통진당 출신들과 손을 잡을 거라는 뜻입니다.

호남과 친노라는 계파색 강한 대결에 사람들의 관심은 얼마나 될까요?

둘이 힘을 합쳐도 새누리당을 이기기 힘든 현실에서 과연 나중에 누가 되더라도 통합을 이뤄낼 수 있을까요?

박근혜 정부에 실망한 보수층, 중도층, 그리고 새로운 정권을 갈구하는 진보층 모두 이들로부터 대안을 발견할 수 있을까요?

현 단계에서 말하자면 '노'일 겁니다.

문재인 의원이든, 박지원의원이든 이 민심을 읽고 받아들이지 못하면 앞으로 결과는 뻔합니다.

민심은 멀리 있지 않지만, 그렇다고 손만 뻗으면 잡히는 것도 아닙니다.

냉철한 자기성찰과 처절한 혁신만이 그 민심을 잡을 수 있을겁니다.

김형오의 시사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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