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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트니코바를 해부한다…‘전쟁영웅 증조부와 국방부’
입력 2014-12-29 07:27  | 수정 2014-12-29 12:10
소트니코바의 소치동계올림픽 프리스케이팅 경기 모습. 사진(러시아 소치)=옥영화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 강대호 기자] 아델리나 소트니코바(18·러시아)는 ‘피겨여왕 김연아(24)를 제치고 2014 소치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금메달을 획득한 뒤 한국팬들에게 '증오의 대상'이 됐다.
최근에는 발 부상으로 2014-15시즌 결장하고 있음에도 별도의 선발전 없이 ‘2015 유럽선수권대회에 ‘무임승차하려는 소트니코바의 움직임에 러시아피겨스케이팅연맹도 동조하는 듯하여 논란이 되고 있다.
물론 소치동계올림픽 이전 소트니코바도 무능한 선수는 아니었다. 2013·2014 유럽선수권대회에서 잇달아 은메달을 획득했다. 청소년 선수로는 2010-11시즌 ‘국제빙상연맹(ISU)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과 세계선수권대회 2관왕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소치동계올림픽 금메달 이후 러시아의 거국적인 ‘소트니코바 옹호를 설명하긴 부족하다. 소트니코바를 알려면 1994년 사망한 구소련의 전설적인 군인 ‘알렉산드르 코체토프를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코체토프는 구소련 공군에서 1938~1947년 제43 전투항공연대 소속 조종사로 복무했고 소령으로 전역했다. 2차 세계대전 기간 무려 488회 출격하여 적군 전투기를 34대나 격추한 인물이다. 구소련 최고위 영예등급인 ‘영웅 칭호에 빛나며 이 밖에도 각종 훈장 및 명예칭호를 24번이나 받았다.
이 코체토프가 소트니코바의 ‘증조부‘라는 것은 러시아에도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다. 러시아 비정부뉴스통신사 ‘레그눔이 2월 21일 단독 보도했으나 ‘비정부 언론이 러시아에서 지니는 한계 때문에 대중의 화제가 되지 못했다.
소트니코바는 코체토프 사망 10년 후인 2004년 러시아 ‘중앙군 스포츠클럽 산하 빙상 팀에서 피겨스케이팅 교육을 받기 시작했다. ‘중앙군 스포츠클럽은 1960년 창설된 구소련의 엘리트 체육집단으로 모체는 ‘러시아 제국 시절인 19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갈 정도로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블라디미르 푸틴(62·통합러시아당) 러시아 제2·4대 대통령은 1999년 8월 9일 제6대 총리로 부임한 시점부터 15년째 명목상 직책과 상관없이 최고 권력자로 군림하고 있다. ‘강한 러시아를 표방하면서 구소련 시절 세계 2강이었던 위상을 되찾길 원한다.
이런 푸틴에게 구소련 전쟁영웅의 자녀인 소트니코바는 매력적인 존재다. 소트니코바는 여전히 러시아 국방부의 명령체계 아래 있는 ‘중앙군 스포츠클럽 소속 선수로 활동하고 있다.
러시아 주간지 ‘아르구멘티 이 탁티는 23일(이하 한국시간) 부상으로 2014-15 러시아선수권대회에 불참하는 소트니코바는 팬에게 ‘2015 유럽선수권대회를 위해 최상의 몸 상태를 만들겠다는 말로 신속한 진화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소트니코바도 유럽선수권대회에 참가할 생각이 있는 것이다.
러시아 국영뉴스통신사 ‘R-스포르트는 27일 소트니코바는 부상에서 회복 중이다. 현재 모든 단계의 빙상훈련을 소화하고 있다”면서 러시아피겨스케이팅연맹은 내부적으로 설정한 기한까지 소트니코바가 회복한다면 별도의 선발전 없이 유럽선수권대회 대표팀에 포함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소트니코바의 유럽선수권대회 ‘무임승차 시도는 연맹뿐 아니라 러시아 피겨스케이팅계의 지지도 받고 있다. 알렉세이 미신(73)은 28일 ‘R-스포르트와의 인터뷰에서 소트니코바가 유럽선수권대회에 나가려 한다면 허락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미신은 구소련·러시아의 훈장 및 명예칭호를 7번이나 누린 피겨스케이팅계의 거물이다.
러시아 일간지 ‘소벳스키 스포르트는 28일 옐리자베타 툭타미셰바(18)가 소트니코바는 유럽선수권대회 출전권을 얻을 권리가 있다”면서 올림픽 챔피언이기에 러시아선수권대회에 불참했어도 유럽선수권대회 참가를 논할만하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툭타미셰바는 2014-15 ISU 그랑프리 파이널 여자 싱글 챔피언이다.
‘아르구멘티 이 탁티는 26일 소치동계올림픽 단체전 금메달리스트 율리야 리프니츠카야(16)가 소트니코바는 올림픽 챔피언이다. 이는 그 어떤 세계대회 우승보다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고 전했다. 리프니츠카야는 현재 ISU 여자 싱글 2위다.
타티야나 타라소바(67)도 이제 소트니코바에 대한 ‘박해는 그만하자”면서 침착하게 복귀를 준비할 수 있게끔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타라소바는 구소련·러시아의 훈장 및 명예칭호 11번을 자랑하는 세계적인 지도자다.
소트니코바가 앞으로 피겨스케이팅 선수로 어떠한 성과를 낼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은퇴 후에도 러시아 공식 석상에서 표면적으로 배척받는 일은 보기 힘들 것이다. 구소련·러시아 최초의 올림픽 여자 싱글 금메달리스트라는 업적은 전쟁영웅 증조부와 국방부라는 든든한 배경과 함께 탄탄한 입지의 보증수표다.
소트니코바의 소치올림픽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 모습. 사진(러시아 소치)=옥영화 기자

[dogma01@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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