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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임시완 “장그래에 취했다···가수 데뷔보다 큰 성취”
입력 2014-12-29 07:01  | 수정 2014-12-29 11:00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강태명 기자]
포상휴가는 처음인데요. 선후배 모두 두루두루 잘 지냈고요. 선차장(신은정)님은 아들도 데려왔더라고요. 친화력이 좋아서 세대차이도 없었어요. 하대리(전석호)님이 분위기 메이커였어요. 하하.”
휴가는 어땠냐”고 묻자 나긋나긋한 장그래의 대답이 돌아왔다.
26일 서울 마포구 신정동의 한 식당에서 만난 임시완(27)은 숙취가 남아 있는 모습이었다. 그는 tvN 드라마 ‘미생 종영 후 다녀온 세부 여행에 대해 늘 ‘술, 술, 술이었다”고 털어놓았다. ‘타닥타닥 키보드 자판 소리가 쏟아지자 이제야 현실로 돌아온 것 같다”고 했다.
임시완은 보들레르의 ‘취하라라는 시를 격언으로 삼았다”며 가장 술에 취한 사람은 하대리(전석호)님이었다. 마치 세부 현지에 최적화된 사람 같았다”고 웃었다.
보들레르의 ‘취하라는 13화에 등장한다. 반면 임시완의 대답은 극 중 카자흐스탄 사업 담당자에서 밀린 장그래에게 오차장이 취해 있지 말라”고 조언했던 장면과 대비되는 모습이어서 눈길을 끌었다. 당시 장그래는 취해 있지 않겠습니다”라고 답했었다.

그랬던 임시완이 현실로 돌아와 꼽은 최고의 명장면 또한 술에 관한 것. 그는 오과장이 친구(쌈마이변)와 만났을 때를 돌이켰다.
오과장과 쌈마이변이 술을 마신 장면입니다. 이때 쌈마이변이 이렇게 말했죠. ‘나는 내가 술을 먹고 싶을 때 마시지만, 너는 남이 먹고 싶을 때 마시지 않냐고 말이죠. 현실적이면서도 가슴 아픈 대사였어요. 밤늦게 취해서 들어오는 아빠의 모습이 생각나기도 했고요. 어렸을 땐 그 모습이 달갑지 않았지만요. 하하. 아빠의 취한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거든요. 아무튼 그 장면을 보고서야 아빠의 마음은 어땠을까 헤아리게 되더라고요.”
드라마를 통해 실제 직장인들의 고충에 공감할 수 있게 됐다는 임시완. 하지만 회사원으로 지내 본 적이 없기에 특별한 경험이었다.
아버지께서 직장생활을 하고 친구들도 그렇지만, 이번 드라마를 통해 그런 사람들의 애환을 간접적으로 체험했어요. 열심히만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닌 사회, 그런 모습을 집약적으로 보여는 게 회사라는 단체 같아요. 가수로 활동할 때에도 다시 전공을 살려 직장생활을 해볼까 생각해본 적 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자신이 없지만요. ‘미생을 통해 쉽지 않다고 느꼈기 때문일까요.”
임시완은 아이돌그룹 ‘제국의 아이들로 데뷔해 연예계 생활을 시작했다. 장그래를 표현하는 데 어려움이 따랐던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직접 경험해보지 못한 내가 어떻게 감히 직장인들의 애환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겠냐”면서도 자신의 연습생 시절을 떠올렸다.
프로의 세계(가수)에 입문한 저는 바둑으로 치면 필요하지 않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돌이었어요. ‘굳이 연예계에 내가 필요한가라는 의문이었죠. 죽을 만큼 열심히 해야겠다고만 생각했던 때죠. 그 점이 장그래와 제가 흡사한 지점이에요. 그때를 떠올리며 장그래에 대한 공감을 표현하면 되겠거니 연기했어요. 그렇지만 저의 느낌과 시청자들의 감성은 달랐어요. 시청자들의 공감대가 더 강했고요.”
이때 식당의 알림벨이 띵동” 울렸다. 마치 임시완의 말이 정답이라고 말하는 듯 했다. 임시완은 제 말이 정답 같으면 벨을 많이 눌러 달라”며 진지하게 바뀐 분위기를 웃음으로 풀었다.
그의 말대로 ‘미생은 전 연령층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특히 직장인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임시완은 시청자들이 장그래였던 것”이라고 표현했다.
연기할 때 ‘내가 완전한 장그래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점점 저의 모든 행동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는 시청자들을 발견하게 됐어요. 제가 아니라 시청자분들이 ‘장그래였기 때문에 크게 공감한 거죠. 그래서 이제는 ‘내가 바로 장그래라고 함부로 말할 수 없어요.
제작발표회에서 김원석 PD는 장그래는 임시완이어야만 했다”고 말한 바 있다. 오과장 역의 배우 이성민은 착한 사람이어야 한다”고도 했다. 왜 ‘착한 임시완이었을까. 임시완은 칭찬으로 받고, 감사하다고밖에 할 말이 없다”고 겸손했다.
실력이나 외적인 부분을 떠나서 인성적인 부분에서 선배님께 인정받았다는 거에 감사하죠. 또 드라마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하고 싶다라는 생각보다 ‘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먼저 들더라고요. 의무감 비슷한 것이었어요. ‘미생은 철저히 사람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다루잖아요. 사람이 사람다워야 하니까 그런 의미에서 ‘착한 사람을 뽑아야 한다고 했던 것 같아요. 만약 ‘연예인 느낌이 강한 사람이었다면 평범한 이야기를 그리지 못했겠죠. 사람 냄새가 나는 배우로 제가 선택된 점에 감사해요.”
가수로 데뷔한 자신을 ‘미생이라고 평가한 임시완은 분명 이번 드라마를 통해 한 단계 성장한 배우가 됐다. 영화 ‘변호인에서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보였다면, ‘미생에서는 극을 이끌 수 있는 무게감을 증명했다. 게다가 ‘천만 관객 배우 ‘동시간대 시청률 1위라는 타이틀도 얻었다.
그는 가수로 데뷔했을 때의 기쁨보다 지금 내 위치에서 할 수 있는 게 생겼다는 안도감이 더 크다”고 말했다. 하지만 안도감 보다 무거운 게 ‘부담감이다.
종방연 때 ‘배우와 스태프 모두가 연기에 미쳐있는 사람들이라고 했었어요. 저도 나름 열심히 했지만 부족하더라고요. 그런 분위기에서의 무게감과 책임감은 어마어마했어요. 그때부터 ‘즐기는 촬영 보다 ‘버티는 촬영이 많아졌어요. 그래도 ‘장그래를 연기했다는 것에 만족할 수 있어요. 모든 작품의 성공 기준이 시청률이나 관객수는 아니겠지만, 그런 부분에서도 좋은 성과를 냈으니까요.”
임시완은 자신을 여전히 ‘연기 미생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미생 시즌2에 대한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더 발전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다.
그는 ‘미생을 통해 내 연기의 밑천이 드러났다. 아등바등 앞으로 갈 길이 멀다”면서 시즌 2, 3로 이어진다면 ‘완생이 된 느낌 보다 ‘완생을 향해 성장 중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소망을 밝혔다.
극 중 장그래가 박과장(김희원)을 만나 시달리는 장면이 있다. 이때 장그래는 순류(順流)를 유지하면, 상대 입장에서는 순류가 역류(逆流)가 된다”고 마음을 다스렸다. 주위 환경이 변함에 따라 자기 자신을 잃지 말라는 뜻과 같다.
임시완은 2015년 계획을 ‘순류 지키기로 세웠다.
어느 순간부터 새 계획을 세우지 않아요. 다가오는 것을 열심히 할 뿐이죠. 큰 욕심을 부려서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게 아니듯, 내게 다가오는 것을 받아들이고 묵묵히 열심히 하면 돼요. 2014년만 같길 바라지만 그러기도 어려울 것 같긴 하지만요. 그냥 흘러가듯 새해도 무사히 지나갔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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