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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영화愛人] ‘더 테너’ 김상만 감독 “내 안에 미술·음악 있다”
입력 2014-12-28 14:09  | 수정 2014-12-28 14:45
한 영화가 개봉되기까지 많은 과정과 다양한 사람들을 거치게 된다. 영화감독을 시작으로 배우, 촬영감독, 음악감독, 미술감독, 제작진, 의상 팀, 무술 팀, 투자자, 배급사, 매니저, 홍보사 등 너무도 다양한 사람들이 힘을 다해 제작에 열을 올린다. 그러나 늘 영화가 개봉되면 배우 또는 감독만이 인터뷰를 통해 못 다한 이야기를 전하곤 한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최선을 다하는 이들의 숨은 이야기를 거침없이 파헤쳐본다. <편집자 주>


[MBN스타 박정선 기자] 영화 ‘더 테너: 리리코 스핀토(이하 ‘더 테너)에는 음악과 미술이 공존하는 작품이다. 오페라의 웅장함을 노래로, 그리고 화려한 무대로 꾸며내면서 관객들의 눈과 귀를 매료시킨다. 역시 김상만 감독에게 제격인 영화라는 생각이 스쳤다.

김 감독은 홍익대학교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했고, 그래픽 디자이너로 활동하다 포스터 디자인을 거쳐 미술 감독의 세계에 발을 들였다. 뿐만 아니라 인디레이블을 만들어 밴드를 발굴하기도 하고, 음반도 내면서 음악감독의 일도 겸했다. 그러다 그는 영화 ‘심야의 FM(2010)을 통해 본격 감독 일을 시작했다.

미술감독, 음악감독을 거쳐 본격적으로 메가폰을 잡게 된 김 감독에게 이전의 이력은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물론 장점이 되겠지만 그에게는 남모를 고충도 있었다. 김 감독과의 인터뷰를 통해 영화계에 입문했을 때부터 현재까지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처음 영화계에 발을 들인 계기가 있나요?

A.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그래픽 디자이너도 활동을 하다가 ‘조용한 가족(1998) 포스터 디자인을 하게 됐어요. 그러다 명필름에서 미술 감독의 기회를 줬는데 그냥 과제 수준의 실력이었죠. 본격적인 미술감독 활동은 ‘해피엔드(1999) 때 미술감독을 본격적으로 하게 됐죠. 재미있는 일이더라고요. 그 과정에서 명필름의 심재명 대표가 저에게서 뭔가를 발견하신 것 같아요.”


Q. 직접 해보니까 미술감독이 잘 맞던가요?

A. 많은 걸 배울 수 있을 것이다. ‘공동경비구역 JSA(2000)를 통해 진짜 많은 걸 배울 수 있었어요. 좋은 감독님과 스태프로 일했죠. 그 작품 끝나고 다른 작품을 했는데 엎어졌어요. 그때 ‘아직 아닌가 보다 싶어서 그 다음부터 쉬게 됐어요. 그러던 와중에 생계 때문에 다시 디자인을 하게 됐죠.”


Q. 그렇다면 음악감독을 하게 된 건 언젠가요.

A. 기본적으로는 감상자에서 출발을 했죠. 그러다가 90년대 말 졸업할 때쯤 쯤 홍대 인디신이라는 게 시작됐어요. 우연히 밴드활동을 했죠. 원래 모든 일을 하면 좋아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추진하는 성격이거든요.(웃음) 그러다가 최호 감독의 ‘사생결단(2006)으로 미술감독과 음악감독을 같이 해달라고 제안을 받았어요.


Q. 음악감독과 미술감독, 두 가지 직업군을 다 경험한 만큼 기본이 탄탄한 감독이 되었을 것 같네요.

A. 근데 잡다한 이력을 내세우고 싶지는 않았어요. 이도저도 아닌 것 같은 느낌도 들잖아요.(웃음) 여러 군데로 뻗쳐 있던 관심사가 ‘감독이라는 이름 안에서 하나로 뭉친 것 같아요. 제 변명으로는 ‘구체적으로 요구할 수 있는 감독이라고 하죠.(웃음)”


Q. 반면 ‘많이 알수록 고민이라는 말처럼 힘든 부분도 있겠죠?

A. 감독이라는 직업이 모든 걸 결정하는 위치잖아요. 하루에도 수백 개의 질문이 날아오는데, 자신의 결정으로 인해서 모든 것이 결정이 되니까 그 결정에 대한 두려움이 있어요. 예를 들어서 톤을 하나 결정했는데 연쇄작용으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거고, 의상도 마찬가지고요. 그런 사소한 결정 하나하나가 영화에 가장 영향을 끼치니까 두려워요. 또 저 같은 경우는 이전에 말했던 ‘구체적인 요구가 어쩌면 최선이 아닐 수도 있어요. 감독의 구체적인 요구에 의해서 좋은 방향으로 나올 수 있는 게 차단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더라고요.”



Q. 이번 영화 ‘더 테너의 감독인 동시에 뮤직 슈퍼바이저로도 이름을 올렸더라고요.

A. 그렇게 됐어요.(웃음) 전반적으로 클래식음악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니까 클래시컬한 작법을 조금 요구를 했어요. 그런 면에서 음악감독과 구체적으로 얘기를 했죠. 음악감독의 형태가 다양해요. 곡을 써서 줘야 하는 감독이 있고, 본인이 모든 걸 다 하는 감독도 있어요. 이번에 함께 작업한 음악감독은 모든 걸 다 하시는 분인데 제가 간섭을 많이 했죠.(웃음)”


Q. 그렇게 되면 의견 충돌이 잦을 것 같은데요?

A. 솔직히 고유의 영역이 있으니까 충돌이 없을 순 없죠. 그래도 결국은 최종적인 걸 책임지는 사람이 감독이니까. 원하는 걸 위해서는 고집을 좀 피우게 되죠. 건전한 다툼이라고 생각을 해요. 후반 작업할 때도 마찬가지에요. 편집기사랑 싸우는 건 크리에이티브가 충돌하는 건데, 시너지가 나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문제죠. 좋은 아이디어를 위한 싸움은 언제나 옳아요.”


Q. 아무래도 ‘더 테너는 음악영화라 사운드에 신경을 많이 썼던 것 같아요.

A. 물론 사운드에 신경을 많이 썼지만 그보다 선곡에 조금 더 힘을 쏟았어요. 사전에 결정을 해놓고 연습을 해야하는 상황이었어요. 후반에서 이곡을 넣고 빼고 할 수 없으니까 선곡 자체가 큰 비중을 차지했죠. 사운드적인 부분도 신경을 많이 쓰는 스타일이긴 해요. 사운드 부분에서는 조금 더 공부와 욕심이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더라고요. 할 수 있는 최대한을 했지만 아쉬움이 남는 건 어쩔 수 없네요.(웃음)”


Q. 오페라 무대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화려함, 음악의 조화는 물론 총 책임 감독으로서 참여한 ‘더 테너가 감독님에겐 특별한 영화일 것 같아요.

A. 기본적으로 음악을 좋아해서 음악영화를 계속 만들고 싶어요. 뮤지컬 영화를 만들고 싶은 생각도 있고요. 이 영화가 제가 영화감독으로 가는 과정에서 좋은 훈련이 된 것 같아요. 새로운 걸 도전하는 걸 좋아해요. 이번 영화를 계기로 이런저런 시도를 하려고요.”


Q. 영화를 만드는 데 있어서 감독님만의 철학이 있나요?

A. 즐거워야 한다고 생각을 해요. 물론 항상 그럴 순 없습니다만, 욕설과 구타가 난무한다거나 위협적인 현장들이 아직도 있어요. 그런 건 사실 전혀 도움이 안 되는데 말이죠. 크리에이티브를 발산하는데 있어서 최악인 거죠.”

최준용, 박정선, 여수정 기자 composer_js@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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