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위부터 50위까지, 가수들의 인지도는 실시간으로 요동치는 음원차트에 의해서 정의되고 있습니다. 음원차트 상위권에 보이지 않더라도 어느 곳에서 자신들의 음악을 하는 뮤지션들은 넘쳐납니다. 지금도 자신의 음악을 진행 중인 뮤지션들을 만나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편집자 주>
[MBN스타 남우정 기자] 열 마디 말보다 한 곡의 음악이 주는 울림이 더 클 때가 있다. 긴 설명이 필요하지 않아도 진심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우주히피의 음악이 그렇다. 하드코어나 일렉트로닉 음악을 할 것 같은 팀 이름과는 상반되게 화려하진 않지만 따뜻함이 느껴지는 음악으로 소통 중이다. 그 음악을 만들어내는 우주히피의 한국인과 만났다.
지난 10월말 우주히피가 3년 만에 정규 3집 앨범을 발매했다. ‘3이라는 숫자만 덜렁 그려진 심플한 앨범 재킷처럼 이번 앨범 수록곡들도 자연스러움을 그대로 살려냈다.
매번 완성본이 나오면 아쉽다. 녹음실에 가서 녹음을 할 여건이 안 돼서 집에서 자체적으로 녹음을 했다. 저희 장비를 가지고 하다 보니 작업 시간도 더디게 걸리고 음질 퀄리티도 떨어진다.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사실 이번 3집은 기존의 우주히피의 음악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리듬감이 느껴지는 곡들은 찾아보기 힘들고 서정적이다. 밴드와 부합되는 곡이라고는 볼 수 없다.
이번엔 그루브한 곡들을 자제했다. 전 앨범엔 들었을 때 센 음악도 있긴 했지만 이번 앨범은 팀의 색과는 다르다. 들으시는 분들이 ‘들을만한 요소가 적다는 얘기도 하더라. 작업을 할 때 저희 셋이서만 했는데 라이브 공연에서 할 수 있는 것만 하자고 했다. 그래서 심플한 구석이 있다. 녹음을 할 때도 최대한 튠 같은 장비를 자제했다. 그래서 음정이 나간 부분도 있다.(웃음) 근데 그냥 녹음을 했고 자연스러움에 초점을 맞추려고 했다.”
10명 중 9명은 음반보다 직접 듣는 음악이 더 좋다고”
우주히피의 3집이 나오기 전 한국인은 자신의 솔로 앨범을 발매하기도 했다. 이번 우주히피 3집처럼 조용하고 서정적이고 따뜻하다.
솔로로 앨범을 발매한 건 우주히피 앨범에 멤버들이 좋아하지 않는 노래, 밴드 사운드에 어울리지 않는 곡들을 한 두곡 씩 넣긴 했는데 개인적으로 애착이 있는 곡들을 음악으로 남기고 싶은 마음에 솔로 작업을 했다. 솔로 앨범은 우주히피의 곡보다 더 조용하고 심플하다. 우주히피의 음악은 제 몸이 잘 할 수 있는 음악이라면 솔로는 제 마음이 잘 할 수 있는 음악이다.”
이번 음반 자체만 들었을 땐 공연용 음악이라기 보단 감상용 음악에 더 가까운 느낌이다. 하지만 우주히피도 밴드는 밴드였다. 홍대 인근에서 버스킹이 유행하기 전부터 버스킹을 왔던 경험이 있듯이 공연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저희는 공연을 좋아한다. 인지도가 많이 없기 때문에 지금은 카페 공연도 자주 한다. 마이크 없이 하는 ‘노마이크 공연도 한 적이 있다. 저희 음악을 들으시는 분들 10명 중 9명은 음반보다 현장에서 듣는 게 더 좋다고 하더라. 저희가 음반에 제대로 담아내지 못한 것도 있지만 관객과 바로 소통할 수 있다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금전적인 문제로 밴드를 하지 못하게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인디 음악에 관심을 가진 이들에겐 알려져 있지만 안타깝게도 일반 대중들에게 우주히피의 음악은 익숙하지 않다. 음반과 공연 위주로 활동을 해왔지만 음악방송에서 볼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다. 그런 우주히피가 최근 EBS ‘스페이스 공감에 출연했다.
지역 방송에 나간 적은 있지만 음악 방송은 처음이다. 우주히피로 앨범을 발매한 지 7~8년이 지나서야 나가게 됐다. 방송에 익숙하지 않다 보니 공연하듯이 틀려도 그냥 해버렸다. 방송을 왜 안하냐는 말도 하는데 일부러 안 하는 게 아니라 출연하는 것도 힘들고 비즈니스적으로 움직이지 않아서 그렇다.”
홍대에 많은 인디 뮤지션들이 존재하지만 그만큼 어느 순간에 잠정적으로 음악을 중단하는 이들도 많다. 그 문제가 음악적일 수도 있고 음악 외적인 것일 수도 있다. 우주히피의 꿈도 계속 음악을 할 수 있는 것이었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동료이자 뮤지션이 몇 년째 활동을 하지 않는 상황을 보며 자기 일처럼 안타까워했다.
음악을 하는데 금전적인 문제로 밴드를 못하게 되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어떤 평가를 받든 공연을 하고 앨범을 내고 계속 하고 싶다. 외부적 문제들로 인해 밴드를 그만두는 일이 오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 제일 크다. 저희 음악을 들으신 분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위로더라. 위로가 일방적이진 않다. 저희도 듣는 분들을 통해 위로를 받고 있다. 위로가 되는 음악을 계속 할 수 있었으면, 10년 후에도 찾아들을 수 있는 음악을 만들고 싶다.”
남우정 기자 ujungnam@mkculture.com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