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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더M] 급락장 없었는데 펀드매니저에겐 왜 2014년이 최악?
입력 2014-12-26 13:07 

[본 기사는 12월 23일(11:31)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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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은 펀드 매니저가 된 뒤 단연코 가장 운용하기 어려운 한 해였다. 그런데 내년이 더 걱정 된다."(한 자산운용사 주식운용팀장)
올해 코스피는 약 보합세를 보였다. 실적 우려로 가을 이후 대형주 위주의 가격 조정이 있었지만 급락장은 없었다. 그런데도 펀드 매니저들은 최근 한숨 소리를 넘어 신음소리를 내고 있다는 것이 여의도 증권가와 자산운용업계의 전언이다.
한 대형 자산운용사의 주식운용팀장은 "중소형주 배당주 등을 편입했던 매니저들에게는 오히려 쉬울수 있는 장세였지만 최고 최저점의 밴드가 좁은 가운데 대형주로 방향을 잘못 잡은 매니저들에게는 최악의 한해였다"고 돌아봤다. 그는 "10월말 부터 장세가 급변했는데 유가가 폭락하는가운데 환율은 방향성을 잃었고, 저평가 기업들의 주가는 많이 오른 반면 주가가 낮은 종목은 실적이 좋지 않아 손이 가지 않는 상황"이라고 고민을 털어놨다.
한 중견 자산운용사의 매니저는 얼마전 심장에 스텐트 시술을 받았다. 물론 시술 뒤 금주와 금연 등 생활방식도 완전히 바꿨다. 지속적인 스트레스로 인해 가슴에 통증을 느끼던 이 매니저는 이틀 연속 강한 통증이 느껴지자 병원을 찾아 급히 검사를 받고 스텐트를 시술 받았다. 그는 "천만다행으로 가슴에 자각 증세를 느꼈고 불행한 사태를 막을 수 있었다"며 "방향성을 찾기 어려운 횡보장세가 2~3년째 계속되는 가운데 시장을 이기기 위해 좀 더 많은 종목을, 좀 더 자주 분석해야 하는 등 스트레스가 컸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급락장은 모두 함께 시장이 충격을 받는 것이고 또 가격이 싼 주식을 사는 기회도 제공하지만 횡보장세가 계속되면 매니저들의 스트레스는 더 커진다"고 밝혔다.
문제는 내년에도 올해 처럼 지수 상승 폭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변동성은 더 커질 것으로 보여 여의도 펀드 매니저들의 스트레스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주식형 펀드를 운용하는 매니저들의 시장의 단기적인 흐름을 제대로 잡지 못하면 올해 보다 더 고전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올해는 중소형주와 배당주 위주의 레이스가 있었지만 내년에는 중소형주와 대형주 중에서도 실적과 수급에 따라 종목이 각개약진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업계의 전망이다.
한 대형 자산운용사에서 해외주식형 펀드를 담당하고 있는 매니저는 "내년 국내 증시는 삼성그룹주 등 대형 이벤트에 증시가 영향을 받는 한해가 될 것으로 보이고, 해외 역시 미국 금리인상으로 혼란스러운 한해가 될 것으로 보여 매니저들의 스트레스는 올해보다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성장주 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한 매니저는 "내년에 예정대로 주가 상하한 변동폭이 30%로 확대된다면 지금까지 국내 투자자들의 예상을 뛰어넘는 변동성 장세가 올수 있다며 "매니저들이 겪는 공포, 이를 견뎌야 하는 인내심 등은 이전에 경험해 보지 못한 수준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펀드 매니저간 확실한 실력 차별화를 예상하는 매니저도 있었다. 한 펀드매니저는 "올해는 우선주와 중소형주에 대한 쏠림이 과도한 한해였지만 내년에는 종목 선택 능력에서 매니저의 역량이 차별화될 것"이라며 "섹터보다는 거시환경의 불안 속에서도 안정감 있는 실적을 낼 수 있는 종목을 선택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예상했다.
대형 자산운용사 운용본부장을 맡고 있는 한 임원은 "국내 증시에서 종목 선택을 통해 추가 수익을 낼수 있는 기회를 잡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패시브 펀드를 매칭하거나 일부 유망한 섹터에 투자해 수익을 내는 전략, 해외주식이나 펀드에서 추가수익을 노리는 전략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김은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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