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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인터뷰] ‘국제시장’ 윤제균 “울리고 웃기고 또 울려도 되나요?”
입력 2014-12-26 09:50 
1950년 한국전쟁을 지나 부산으로 피란 온 덕수(황정민 분)의 다섯 식구. 전쟁 통에 헤어진 아버지를 대신해야 했던 덕수는 고모(라미란 분)가 운영하는 부산 국제시장의 수입 잡화점 꽃분이네서 일하며 가족의 생계를 꾸려 나간다 모두가 어려웠던 그때 그 시절, 남동생(이현 분)의 대학교 입학 등록금을 벌기 위해 이역만리 독일에 광부로 떠난 덕수는 그곳에서 첫사랑이자 평생 동반자 영자(김윤진 분)를 만난다. 그는 가족의 삶의 터전이 되어버린 꽃분이네 가게를 지키기 위해 선장이 되고 싶었던 오랜 꿈을 접고 다시 한 번 전쟁이 한창이던 베트남으로 건너가 기술 근로자로 일한다. 꿈을 포기하고 오직 가족을 위해 굳세게 살아온 덕수가 가장 평범한 아버지의 가장 위대한 이야기로 관객을 웃고 울린다. / ‘국제시장


[MBN스타 여수정 기자] 정말 이렇게 울리고 또 울려도 될까?”

영화 ‘국제시장의 시작인 흥남철수부터 슬퍼도 너무 슬프다. 배우 정진영, 장영남의 빛나는 열연도 열연이지만 아역들이 기막히게 연기해줬기에 슬픔을 배가 시킨다. 살기 위해 달리고 또 달리던 덕수(황정민 분) 가족의 모습은 당시의 긴급했던 상황을 고스란히 표현해주며, 피란민들의 고통도 함께 알려준다. 거기에 잃어버린 여동생 막순이를 찾아 나선 아버지와의 이별은 눈시울을 붉게 만든다.

시작부터 대놓고 울리는 ‘국제시장은 웃기고 울리며 관객들을 들었다놨다한다. 때문에 ‘감정 요물임에 틀림없다. 덕수의 절친 달구(오달수 분)의 등장을 비롯해 미군에게 초콜릿을 받기 위해 개인기를 펼치는 장면, 철없는 여동생 끝순(김슬기 분)을 영화관에서 끌고 나오는 덕수, 영자(김윤진 분)에게 격하게 반하는 덕수, 때 아닌 카메오의 등장 등이 너무 슬프기만 한 ‘국제시장 속 깨알 재미로 웃음을 책임진다.

웃기 바빴던 관객들은 파독 광부가 된 후 독일로 떠난 덕수와 달구, 예상치 못한 위기 상황, 베트남으로 건너가 기술 근로자로 일하는 덕수와 달구, 이산가족 상봉, 가족을 위해 꿈도 접고 노력하는 덕수의 희생, 아무도 몰래 눈물을 훔친 덕수 등을 통해 또 다시 눈물을 흘리게 된다. 특히 클라이맥스이자 ‘국제시장의 메시지가 담긴 마지막 장면에서는 126분 동안 눈물을 잘 참고 있던 아버지 관객까지도 울리며, 조심스럽지만 빠르게 눈물을 닦게 만든다. 눈물 앞에 늘 강자였던 아버지들까지도 울린 영화가 탄생한 셈이다.

이미 ‘해운대를 통해 관객들을 ‘대놓고 울렸던 영화감독 윤제균의 신작답게 ‘국제시장 역시 격하게 슬프다. 무엇보다 20대 관객들이 어떻게 봤을지 제일 궁금하다”던 윤제균 감독. 그도 그럴 것이 부모님 세대들은 자식이 있기에 혹은 아버지 세대들의 고충을 알기에 쉽게 공감이 가능하다. 그러나 부모들의 노력을 알 리 없는 20대 관객에겐 멀고 먼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20대 관객들의 반응이 가장 궁금하다. 모두가 ‘국제시장에 진정성을 담은 만큼 이런 부분이 관객에게도 전해졌으면 한다. 전 세대가 봤으면 하는 마음에 전 세대를 타깃으로 잡고 제작한 작품이다. 또한 내가 오랜만에 신작으로 나온 만큼 부담감도 있었지만 잘됐으면 한다. (웃음) 관객들에게 좋은 소리를 듣고 좋은 영화로 보답하고자 많이 노력했다. ‘국제시장 언론배급시사회 당시 만감이 교차해 울컥했다. 사실 슬픈 부분도 많지만 재미있는 영화다. 특이한 점은 한번 봤을 때보다 두 번 보면 더 슬프더라. 그러니 관객들도 두 번 봤으면 좋겠다. (웃음)”

윤제균 감독은 인터뷰 내내 진정성이 느껴지나?” 열심히 찍은 것 같나?” 등 영화에 대한 질문을 자주 건넸다. 누가 봐도 ‘국제시장을 향한 격한 애정이었다. 이는 5년만의 공백기를 거쳐 신작으로 나온 영화감독의 자세였지만, 그 내면에는 정말 좋은 영화를 대접하고 싶은 윤제균 감독의 바람이자 자신의 부모님을 모티브로 삼아 제작한 만큼 ‘진정성을 전달하고 싶은 보통 아들의 바람이다.

‘국제시장 시나리오 기획 단계부터 힘들었다. ‘해운대와 마찬가지로 사연 있는 인물을 찾아야했고, 1950대부터 현재까지 한국의 수많은 사건 중 크게 네 가지 시퀀스를 찾아야 되니까 말이다. 우선 많은 역사 중 네 가지 시퀀스를 찾는 게 가장 어려웠다. 시대별로 대표되는 이야기를 찾아야 되기에 어느 부분을 잡아서 표현할지 정말 힘들었다. 각 시대별 사건 선정도 힘들었지만 선정 후 어떻게 담아낼지도 어렵더라. 관련 자료와 사진, 영상 등 자료조사에 공을 많이 들였다. 또한 파독 광부와 간호사는 남해에 있는 독일 마을을 방문해 시나리오 단계에서 이들을 만나 인터뷰해 연출에 참고했다.”

발로 뛰고 많이 보고 조사한 만큼 ‘국제시장 속 역사 표현은 리얼하며 스크린에서 살아 숨 쉰다. 우선 연기파 배우들 못지않게 아역 배우들이 열연해줘서 시작부터 어색하지 않고 매끄럽다. 무엇보다 달구의 어릴 적을 맡은 아역 장대웅은 오달수와의 완벽한 싱크로율을 자랑한다.

인터넷에 ‘황정민, 오달수를 닮은 아역을 찾습니다라는 공고를 내서 공개 모집을 했다. 정말 전국을 다 뒤져서 엄지성과 장대웅을 찾아냈다. (웃음) 황정민 아역은 눈물 연기를 해야 되기에 연기를 잘해야만 했다. 오달수는 워낙 개성이 뚜렷하기에 닮은 아역을 찾는 게 가장 힘들었다. 연출부가 전국을 다 돌아다녔고 길을 가다가도 오달수를 닮았으면 무조건 달려가 섭외하려 했다. (웃음) 다행히 장대웅이라는 친구가 오디션을 보러왔고, 이 친구를 보자마자 ‘드디어 찾았다 싶더라. 엄지성과 장대웅이 비슷한 나이 대라 더욱 연기가 리얼했다. 막순 역 역시 그저 예쁘기보다는 연민의 정이 느껴지는 아역을 찾고자 했는데 찾았다. 어른 막순 역시 미국 에이젼시 오디션을 통해 최 스텔라 김을 캐스팅 했다. 캐스팅 단계부터 운이 좋았다.”

어른 막순과 덕수의 만남은 이산가족 상봉에서 표현된다. 오랜 시간 서로를 찾아 헤맨 만큼 감정 소모가 가장 많은 장면이고, 임팩트 있는 장면이라 일말의 실수가 용납될 수 없다. 황정민은 물론 최 스텔라 김 역시 환상 호흡을 과시하며 애절하면서도 기분 좋은 만남을 표현해냈다. 약간의 서먹서먹함과 애절함의 농도를 위해 황정민은 이산가족 상봉 장면을 마무리한 후 최 스텔라 김과 인사를 했다고.

관객들이 미처 알지 못하는 ‘국제시장 촬영 비하인드를 소개하는 내내 윤제균 감독은 난 정말 인복이 많은 사람”이라고 밝히며 출연 배우들에게 고마움을 드러냈다.

연륜과 연기력, 연기 스펙트럼이 넓으면서 멜로까지 되는 배우는 황정민 뿐이다. 김윤진 역시 첫사랑부터 국민 어머니의 모습을 담아내기에 제격이었다. 덕수 어머니 역을 맡은 장영남은 캐스팅 당시 전성기였다. 한창 인기가 많았음에도 다소 적은 분량 출연 제안을 흔쾌히 받아줘 정말 고맙더라. 특히 진정성이 담겨야 됐다. 신이 사느냐 죽느냐는 철저하게 배우의 연기로 만들어진다. 배우들이 연기에 진정성을 담았다면 관객들이 그 감정을 전달받아 여러 가지 감동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국제시장 속 출연 배우들 중 그 누구하나 연기를 못하는 이가 없다. 이건 감독입장에서 정말 큰 축복이다. 정윤호도 자기 몸에 맞는 옷을 입은 것처럼 연기해줘서 정말 고맙다. 덕수의 동생 역을 맡은 이현의 아버지가 나이 든 승규 역을 연기해줬다. 평범한 아버지임에도 리얼함을 위해 출연해 준 것이다. 모든 출연 배우들에게 정말 고맙다.”

126분 동안 한국 역사의 핵심만을 볼 수 있다는 착한 영화라는 점과 가족을 위해 기꺼이 희생하는 이 시대 아버지들의 평범한 이야기가 주는 진실한 감동, 배우들의 20대부터 70대 변신을 한눈에 볼 수 있다는 신선함, 배우 입장에서 한 작품 안에서 다양한 연령대를 연기한다는 기회, 할아버지와 할머니까지 극장 나들이 할 수 있는 전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내용 등이 ‘국제시장의 강점으로 꾸준히 관객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거기에 황정민, 오달수, 김윤진, 라미란, 장진영, 장영남 등 충무로 대표 배우들을 한 자리에 모았으니 이 자체만으로 반갑다.

나 역시 그렇지만, 한 집안의 가장이자 아버지가 된다는 건 힘들고 외로울 때가 많다. 덕수도 자신의 약한 모습을 그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절친 달구에게도 보이지 않는다. 가장들이 이렇다. 마지막 덕수가 아버지의 사진을 보며 ‘힘들다고 이야기하는데, ‘국제시장은 부성애 이야기로 알려졌지만 감독의 입장에서 전달하고 싶은 건 우리가 아버지라고 생각하는 아버지 역시 사실은 누군가의 아들이다. 부모 역시 슬플 때와 힘들 때가 왜 없겠냐. 특히 아버지들은 어디 가서 힘들다고 말할 때도 없고 나약한 모습을 보일 때도 없다. 나 또한 힘들 때 아버지가 생각한다. 이 세상 모든 아버지들을 위로하고자 제작한 것이다. 덕수가 아버지 사진을 보며 ‘약속대로 잘 살아왔어요. 이만하면 잘 살아왔지요? 그러나 나 진짜 많이 힘들었거든요라고 고백하는 부분이 영화를 통해 주고자하는 메시지다.”

이미 영화를 본 관객들과 예고편을 본 이들은 알 것이다. 덕수가 돌아가신 아버지 사진을 보고 아버지, 내 약속 잘 지켰지예. 이만하면 내 잘 살았지예. 근데 내 진짜 힘들었거든예”라고 눈물로 고백하는 장면을. 이 부분은 팔짱을 끼고 ‘국제시장을 대하던, 올라오는 슬픔을 애써 참아온 아버지 관객들을 울리며 공감을 자극한다. ‘나의 독재자 ‘아빠를 빌려드립니다 등 부성애를 담은 영화들이 미처 하지 못한 ‘아버지들의 눈물샘 자극을 이룬 것이다.

정말 진심을 담아 만들었고 돌아가신 내 아버지를 생각하면서 만들었다. 그러니 관객들이 마음을 열고 편안하게 관람했으면 한다. 감동을 중심으로 하지만 재미있는 영화다. 젊은 관객들도 많이 봤으면 좋겠다. (웃음) ‘국제시장에 담긴 의미는 관객들이 느끼는 것에 따라 달라지기에 의미를 찾는 즐거움도 있을 것이다. 또한 젊은 세대와 부모세대가 영화를 통해 많은 걸 생각할 수 있으며, 최선을 다한 만큼 진심이 전해졌으면 한다.”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 사진=이현지 기자, 디자인=이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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