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8월 16일 몽골의 수도 올란바타르. 몽골 재무부 장관, 중앙은행 총재 등 몽골 금융당국 최고위급 인사가 참석한 가운데 몽골 예금보험공사(DICoM : Deposit Insurance Corporation of Mongolia) 창립 기념식이 진행 중이다. 유일한 외빈으로 한국 예금보험공사 김주현 사장이 눈에 띈다.
몽골 예보의 김주현 사장 초청은 적지 않은 의미를 가진다. 한국 예보가 DICoM 설립에 얼마나 큰 역할을 했는지 알 수 있는 것. 몽골 정부는 2010년부터 한국 예금보험공사로부터 몽골 예금보험기구 설립에 대한 정책자문과 전문 인력 연수 등을 받았다. 이날은 사실상 한국 예보를 모태로 한 예금보험공사 설립을 축하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한국이 공적개발원조(ODA)의 국제적인 성공 본보기로 올라섰다. 오랫동안 수원국의 지위를 가지고 있다가 신흥 원조 공여국(emerging donor)으로서 지속적으로 ODA를 증대시켜 왔다. 그 결과 1991년 1.1억불이던 원조규모가 2013년 17.4억불에 달하며 큰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ODA 사업에 신흥국 금융안전망 한류에 앞장서고 있는 예보가 일조하고 있다는 평가다. 예보는 우리의 독특한 경제발전 경험을 토대로 개도국에 정책자문을 제공하는 한국형 원조 모델로서 기획재정부가 2004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지식공유사업(KSP : Knowledge Sharing Program)에 참여하고 있다. 자체적으로 신흥국을 대상으로 예금보험제도 운영경험도 전수하고 있다.
특히 금융위기 이후 금융안전망의 중심축으로서 예금보험제도의 중요성이 부각됨에 따라 해외에서 한국의 예보제도 운영경험에 대한 조사 및 자문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한국 예보가 신흥국의 금융 닥터로 각광받고 있는 것.
예보는 이러한 국제적 요구에 발맞춰 신흥국의 예금보험기구 설립을 실질적으로 도와주는 예보제도 운영경험 해외공유사업(Global-KDIC KSP)을 마련했다. 2010년부터 개발도상국에 예금보험제도에 대한 기본적인 업무설명부터 예금보험법안 작성, 정책 자문까지 우리 예보가 갖고 있는 운영경험을 아낌없이 전수해 주고 있다.
예보가 2010년 몽골,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3개국을 대상으로 진행하던 KSP 사업은 5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그 수가 탄자니아, 케냐, 부탄, 중국, 말레이시아, 대만, 나이지리아, 네팔, 라오스, 태국, 우크라이나, 필리핀 등 15개국으로 늘었다.
정부 KSP 사업과 연계해 사업을 진행했던 몽골의 경우 예보법 입법화, 독립 예보기구 설립이라는 가시적인 성과를 올렸다. 탄자니아 예금보험위원회는 독립 기구화를 목표로 한국 예보의 정책자문 등을 통해 예금자보호법 초안을 마련해 내년 중 입법화할 예정이다.
예보는 이러한 활동을 인정받아 전 세계 76개국이 가입하고 있는 국제예금보험기구협회(IADI)에서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집행위원국으로 국제사회에서의 한국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2012년에는 '올해의 예금보험기구상'을 수상했다.
올해의 예금보험기구상은 매년 금융안정 및 국제협력에 현저히 기여한 예금보험기구를 대상으로 IADI 전체 회원국의 투표를 거쳐 수여하는 상이다. 예금보험기구의 대부 격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 예금보험공사(FDIC)와 경합 끝에 받은 상이라 그 의미가 남다르다.
지난해 5월에는 IADI 제11차 아시아태평양 지역위원회 연차 총회 및 국제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예보의 비전인 '금융안전의 새로운 미래, 세계 일류 예금보험공사' 달성에 기여하는 한편, 대외적으로 예금보험 분야에서 글로벌 리더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하기 위함이다.
이 컨퍼런스에는 대만·러시아·싱가포르·홍콩 등 아태지역위원회 회원 기구와 캐나다·수단 등 기타 IADI 회원 기구를 포함, 25개국 예보 기구 간부 70여명 등 총 150명이 참석했다.
[매경닷컴 전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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