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항상 당당하고 거침없던 김태술(30‧전주 KCC)의 초췌해진 모습은 낯설다. 프로 데뷔 이후 이토록 의기소침해진 것은 처음이다. 그동안 마음고생이 얼마나 심했는지 한 눈에 들어왔다.
지난 22일 용인 마북동의 KCC의 숙소에서 만난 김태술은 복귀를 서두르고 있었다. 지난 7일 허리 부상을 당한 뒤 100%의 몸 상태가 아니었지만, 더 이상 코트를 떠나 있을 팀 사정도 되지 않았다.
KCC는 올 시즌 우승권을 위협할 다크호스로 꼽혔다. 그러나 23일 현재 KCC의 시즌 성적은 9위. 아직 두 자릿수 승수도 올리지 못한 8승20패의 저조한 성적을 내고 있다. 시즌 개막 전 유망주였던 가드 김민구가 음주 교통사고로 팀 전력에서 제외됐고, 시즌 개막 이후 주축 선수들이 각종 부상에 시달리며 악재도 겹쳤다.
김태술도 부상 악몽을 피하지 못했다. 그러나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눈 김태술은 유체적인 고통보다 심리적인 내상이 더 크게 느껴졌다.
▲ 생애 첫 슬럼프에 불면증까지…
김태술은 부상 회복 단계다. 24일 안양 KGC인삼공사와의 군산 홈경기에 복귀하기 위해 막바지 몸만들기에 집중하고 있다. 아직 부상에서는 자유롭지 않다. 스스로 70%의 상태”라고 말할 정도. 마냥 쉴 수 없는 형편이 그를 코트로 서둘러 돌아오게 하고 있다.
김태술이 허리 부상을 당한 것은 농구공을 잡은 이후 처음이다. 어린 시절부터 허리를 다친 적은 없다. 이번에도 어떻게 다친 지 기억도 안 난다. 너무 아파 숨을 못 쉴 것 같았다. 정밀진단 결과 근육 염좌로 나왔다. 지난주 복귀를 하려고 팀 훈련을 하는데 통증이 재발했다. 처음 다친 부위라 감이 안 온다.”
김태술이 허리 통증을 참고 코트로 나서고 있는 것은 팀 성적에 대한 압박과 자신의 부진 때문이다. 김태술은 팀에 도움이 돼야 한다. 마냥 쉴 때가 아니다”라고 했다.
김태술을 괴롭히는 압박과 부담감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최근에는 인터넷 검색을 해본 단어들도 늘었다. 과거 상상도 못했던 ‘슬럼프, 불면증, 우울증 같은 단어들이다.
가시방석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이다. 요즘은 불면증도 생겼다. 내가 못한 적은 많아도 이렇게 긴 슬럼프에 빠진 적은 없었다. 인터넷으로 ‘슬럼프라는 단어를 검색해 봤더니 ‘운동 경기 따위에서 자기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저조한 상태가 길게 계속되는 일이라고 나오더라. 딱 나였다.”
괴롭고 답답한 심정도 털어놨다. 이 상황이 힘들고 너무 답답하다. 주변에서 위로의 말을 많이 듣는데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려고 해도 계속 우울해진다. 그래서 우울증 자가진단도 받아 봤는데 우울증 초기증세인 듯 같더라.”
김태술은 KGC 시절 공익근무로 공백기를 보냈다. 모범 사례로 꼽혔다. 엄청난 운동량으로 근육량을 늘렸다. 외로운 자신과의 싸움을 이겨내며 완성형 가드로 재탄생했다. 지금은 오히려 그때가 그리울 정도다.
공익근무를 할 때 긴 시간보다 지금이 훨씬 더 힘들다. 그때가 편했다는 생각이 들더라. 모든 사람들이 나만 바라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꾸 조급해진다.”
김태술은 대학 시절부터 절친한 사이로 지냈던 양희종(KGC)과 자주 전화통화를 한다. 20분 동안 휴대폰을 붙잡고 있어도 19분이 한숨 소리로 가득 찬단다. 김태술은 이겨내는 법을 못 찾고 있다. 그는 예전엔 정면 승부를 했는데, 이번엔 스트레스가 많아 깨고 나가질 못 하겠다”고 털어놨다.
▲ 난 절대 먹튀가 아니다”
김태술은 올해 자유계약선수(FA) 최대어였다. KGC와 6억2000만원에 재계약을 맺은 뒤 강병현+장민국과 1대2 트레이드로 KCC 유니폼을 입었다. 사실상 사인&트레이드 방식으로 FA 대박을 터뜨렸다. 가장 아꼈던 강병현과 장민국을 내보낸 결정은 KCC의 기대감을 그대로 반영한 결과였다.
고스란히 김태술의 부담감으로 작용했다. 김태술은 올 시즌 KCC 유니폼을 입고 20경기에 출전해 평균 7.1점 2.6리바운드 4.0어시스트를 기록했다. 2점슛 성공률은 38.7%(46/119개), 3점슛 성공률은 10.8%(4/37개)에 그치며 극도의 부진을 겪었다.
부담이 컸다. 잘해야 한다는 생각만 했다. 몸값 얘기도 듣는다. 지금 부진하기 때문에 ‘먹튀라는 소리가 나오는 것도 안다. 하지만 난 절대 먹튀가 아니다. ‘먹고 튀는 것이 먹튀 아닌가. 난 KCC를 떠나거나 그만 둘 생각이 없다. 잘할 때까지 할 거다. 가장 속상한 것은 나다.”
김태술의 부진이 길어진 이유는 있다. KCC로 이적은 했지만, 손발을 맞출 시간은 없었다. 인천아시안게임 국가대표팀 차출로 비시즌을 보냈다. 팀 합류 이후 새로운 선수들과 호흡을 맞추지 못했다. 그동안 몸 담았던 팀과 완전히 바뀐 허재 감독의 스타일에도 적응을 해야 했다.
KCC는 내가 기존에 뛰었던 팀들과 색깔이 다르다. 감독님 색깔도 다르고 정통 센터와 함께 뛰는 농구도 거의 해보지 못했다. KGC에서는 모든 선수들이 함께 뛰는 농구를 해왔다. 지난 시즌 힘들게 보내 비시즌 몸을 제대로 만들었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 대표팀 때 생각보다 몸에 힘을 많이 쓴 것 같다.”
사실 대표팀 이후 부진을 겪은 선수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후유증 없이 잘하는 선수들도 있다. 양동근(울산 모비스)이 대표적인 사례다. 유리한 환경은 있었다. 유재학 감독과 함께 했고,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춘 선수들이 있었다.
그러나 김태술은 자신의 탓으로 돌렸다. 김태술은 내가 못하니까 자꾸 핑계를 만들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동근이 형은 더 잘한다. 요즘은 ‘난 양동근이 아니다라는 최면도 걸고 있다”며 웃었다. 이어 내가 못해서 못하는 것이다. 여유가 없어지고 내 리듬을 잃다보니 악순환이 되고 있다. 슛을 쏠 때도 힘이 들어간다. 부담을 버리고 여유를 찾아야 한다. 내 리듬을 찾겠다”며 마음을 고쳐먹기로 했다.
승진이는 항상 긍정적이다. 나한테도 ‘이렇게 무너질 수는 없지 않냐? 우리 잘 합시다라고 힘을 주더라. 내가 복귀한다고 크게 달라질 건 없다. 그동안 경기에 나가지 못했던 선수들의 경기 감각이 좋아졌다. 내가 할 건 승부처에서 실책을 줄이고 선수들을 정리하고 템포를 조절하는 역할이라고 본다. 3~4연승을 하고 5연승 정도 하면서 분위기를 타면 플레이오프도 가능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김태술은 이날 체육관에서 몸 상태 테스트를 마친 뒤 슈팅 훈련에 나섰다. 팀 막내 김지후에게 슈팅 원 포인트 레슨을 받는 등 겸손한 자세로 부활을 위한 날개를 펼 준비를 했다.
팬들께 죄송하다. 구단과 감독님, 코치님, 동료 선수들에게 죄송하다. 잘 할 때까지 하겠다.” 김태술이 꼭 하고 싶은 마지막 말이었다.
[min@maekyung.com]
지난 22일 용인 마북동의 KCC의 숙소에서 만난 김태술은 복귀를 서두르고 있었다. 지난 7일 허리 부상을 당한 뒤 100%의 몸 상태가 아니었지만, 더 이상 코트를 떠나 있을 팀 사정도 되지 않았다.
KCC는 올 시즌 우승권을 위협할 다크호스로 꼽혔다. 그러나 23일 현재 KCC의 시즌 성적은 9위. 아직 두 자릿수 승수도 올리지 못한 8승20패의 저조한 성적을 내고 있다. 시즌 개막 전 유망주였던 가드 김민구가 음주 교통사고로 팀 전력에서 제외됐고, 시즌 개막 이후 주축 선수들이 각종 부상에 시달리며 악재도 겹쳤다.
김태술도 부상 악몽을 피하지 못했다. 그러나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눈 김태술은 유체적인 고통보다 심리적인 내상이 더 크게 느껴졌다.
▲ 생애 첫 슬럼프에 불면증까지…
김태술은 부상 회복 단계다. 24일 안양 KGC인삼공사와의 군산 홈경기에 복귀하기 위해 막바지 몸만들기에 집중하고 있다. 아직 부상에서는 자유롭지 않다. 스스로 70%의 상태”라고 말할 정도. 마냥 쉴 수 없는 형편이 그를 코트로 서둘러 돌아오게 하고 있다.
김태술이 허리 부상을 당한 것은 농구공을 잡은 이후 처음이다. 어린 시절부터 허리를 다친 적은 없다. 이번에도 어떻게 다친 지 기억도 안 난다. 너무 아파 숨을 못 쉴 것 같았다. 정밀진단 결과 근육 염좌로 나왔다. 지난주 복귀를 하려고 팀 훈련을 하는데 통증이 재발했다. 처음 다친 부위라 감이 안 온다.”
김태술이 허리 통증을 참고 코트로 나서고 있는 것은 팀 성적에 대한 압박과 자신의 부진 때문이다. 김태술은 팀에 도움이 돼야 한다. 마냥 쉴 때가 아니다”라고 했다.
김태술을 괴롭히는 압박과 부담감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최근에는 인터넷 검색을 해본 단어들도 늘었다. 과거 상상도 못했던 ‘슬럼프, 불면증, 우울증 같은 단어들이다.
가시방석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이다. 요즘은 불면증도 생겼다. 내가 못한 적은 많아도 이렇게 긴 슬럼프에 빠진 적은 없었다. 인터넷으로 ‘슬럼프라는 단어를 검색해 봤더니 ‘운동 경기 따위에서 자기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저조한 상태가 길게 계속되는 일이라고 나오더라. 딱 나였다.”
괴롭고 답답한 심정도 털어놨다. 이 상황이 힘들고 너무 답답하다. 주변에서 위로의 말을 많이 듣는데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려고 해도 계속 우울해진다. 그래서 우울증 자가진단도 받아 봤는데 우울증 초기증세인 듯 같더라.”
김태술은 KGC 시절 공익근무로 공백기를 보냈다. 모범 사례로 꼽혔다. 엄청난 운동량으로 근육량을 늘렸다. 외로운 자신과의 싸움을 이겨내며 완성형 가드로 재탄생했다. 지금은 오히려 그때가 그리울 정도다.
공익근무를 할 때 긴 시간보다 지금이 훨씬 더 힘들다. 그때가 편했다는 생각이 들더라. 모든 사람들이 나만 바라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꾸 조급해진다.”
김태술은 대학 시절부터 절친한 사이로 지냈던 양희종(KGC)과 자주 전화통화를 한다. 20분 동안 휴대폰을 붙잡고 있어도 19분이 한숨 소리로 가득 찬단다. 김태술은 이겨내는 법을 못 찾고 있다. 그는 예전엔 정면 승부를 했는데, 이번엔 스트레스가 많아 깨고 나가질 못 하겠다”고 털어놨다.
사진=서민교 기자
▲ 난 절대 먹튀가 아니다”
김태술은 올해 자유계약선수(FA) 최대어였다. KGC와 6억2000만원에 재계약을 맺은 뒤 강병현+장민국과 1대2 트레이드로 KCC 유니폼을 입었다. 사실상 사인&트레이드 방식으로 FA 대박을 터뜨렸다. 가장 아꼈던 강병현과 장민국을 내보낸 결정은 KCC의 기대감을 그대로 반영한 결과였다.
고스란히 김태술의 부담감으로 작용했다. 김태술은 올 시즌 KCC 유니폼을 입고 20경기에 출전해 평균 7.1점 2.6리바운드 4.0어시스트를 기록했다. 2점슛 성공률은 38.7%(46/119개), 3점슛 성공률은 10.8%(4/37개)에 그치며 극도의 부진을 겪었다.
부담이 컸다. 잘해야 한다는 생각만 했다. 몸값 얘기도 듣는다. 지금 부진하기 때문에 ‘먹튀라는 소리가 나오는 것도 안다. 하지만 난 절대 먹튀가 아니다. ‘먹고 튀는 것이 먹튀 아닌가. 난 KCC를 떠나거나 그만 둘 생각이 없다. 잘할 때까지 할 거다. 가장 속상한 것은 나다.”
김태술의 부진이 길어진 이유는 있다. KCC로 이적은 했지만, 손발을 맞출 시간은 없었다. 인천아시안게임 국가대표팀 차출로 비시즌을 보냈다. 팀 합류 이후 새로운 선수들과 호흡을 맞추지 못했다. 그동안 몸 담았던 팀과 완전히 바뀐 허재 감독의 스타일에도 적응을 해야 했다.
KCC는 내가 기존에 뛰었던 팀들과 색깔이 다르다. 감독님 색깔도 다르고 정통 센터와 함께 뛰는 농구도 거의 해보지 못했다. KGC에서는 모든 선수들이 함께 뛰는 농구를 해왔다. 지난 시즌 힘들게 보내 비시즌 몸을 제대로 만들었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 대표팀 때 생각보다 몸에 힘을 많이 쓴 것 같다.”
사실 대표팀 이후 부진을 겪은 선수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후유증 없이 잘하는 선수들도 있다. 양동근(울산 모비스)이 대표적인 사례다. 유리한 환경은 있었다. 유재학 감독과 함께 했고,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춘 선수들이 있었다.
그러나 김태술은 자신의 탓으로 돌렸다. 김태술은 내가 못하니까 자꾸 핑계를 만들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동근이 형은 더 잘한다. 요즘은 ‘난 양동근이 아니다라는 최면도 걸고 있다”며 웃었다. 이어 내가 못해서 못하는 것이다. 여유가 없어지고 내 리듬을 잃다보니 악순환이 되고 있다. 슛을 쏠 때도 힘이 들어간다. 부담을 버리고 여유를 찾아야 한다. 내 리듬을 찾겠다”며 마음을 고쳐먹기로 했다.
사진=서민교 기자
김태술은 최근 발목과 종아리 부상으로 함께 재활을 했던 하승진과 의기투합했다. 둘은 후반기 반등을 위해 동반 복귀 예정이다. 서로 조언을 아끼지 않으며 의지를 하고 있다.승진이는 항상 긍정적이다. 나한테도 ‘이렇게 무너질 수는 없지 않냐? 우리 잘 합시다라고 힘을 주더라. 내가 복귀한다고 크게 달라질 건 없다. 그동안 경기에 나가지 못했던 선수들의 경기 감각이 좋아졌다. 내가 할 건 승부처에서 실책을 줄이고 선수들을 정리하고 템포를 조절하는 역할이라고 본다. 3~4연승을 하고 5연승 정도 하면서 분위기를 타면 플레이오프도 가능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김태술은 이날 체육관에서 몸 상태 테스트를 마친 뒤 슈팅 훈련에 나섰다. 팀 막내 김지후에게 슈팅 원 포인트 레슨을 받는 등 겸손한 자세로 부활을 위한 날개를 펼 준비를 했다.
팬들께 죄송하다. 구단과 감독님, 코치님, 동료 선수들에게 죄송하다. 잘 할 때까지 하겠다.” 김태술이 꼭 하고 싶은 마지막 말이었다.
[min@maekyung.com]